|추천사1


복잡한 마음에 관한 책을

이렇게 쉽게 읽을 수 있다



현대는 관리의 시대라고 말할 정도로 관리에 대한 이론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인맥관리, 재정관리, 인사관리, 노무관리, 건강관리, 심지어는 시간관리에 이르기까지 주제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은 몸을 지배하고 인생을 지배한다는 뜻입니다. 잠언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화내는 데 더딘 사람은 용사보다 낫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성을 빼앗는 사람보다 낫다.’

현대인들은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과 ‘일등만이 살아남는다.’라는 비정한 논리 속에서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질병은 마음의 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시대 한국의 정신분석학을 이끌어가는 학자 중의 한 분인 이무석 박사가 마음 관리에 관한 책을 펴냈습니다. 행복한 삶, 활력이 넘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마음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며, 신비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마음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고 치유하는 힘도 갖고 있다는 것을 여러 치료 사례를 통해서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의 동력인 정신 에너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오랜 정신분석을 통해서 정신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세 가지 스트레스로 ‘포기할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 ‘미움’, ‘열등감’을 열거하면서 그 해소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수면은 정신 에너지의 육체적 공급처이며, 인정은 정신 에너지의 정신적 공급처라고 명쾌한 정의를 내리는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흡사 내 마음으로의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 안에 그렇게 많은 방어기제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행복한 가정, 단잠,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이것들은 마음을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목표만 바라보며 ‘깃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 특히30~50대의 아버지들, 직장인들, 그리고 청소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께 이 책을 꼭 읽어 볼 것을 권합니다.

내 마음을 잘 알고, 다스리고 싶습니까? 그러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 보십시오.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덧 마음이 위로를 받고 따뜻해지고 뿌듯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복잡한 마음에 관한 책을 이렇게 쉽게 읽을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김성묵

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본부장, 『좋은 남편 되기 프로젝트』,

『그 남자가 원하는 여자 그 여자가 원하는 남자』 저자



|추천사2


뿌리 깊은 나무처럼 살 수 있길”



나는CGN TV에서 ‘펀펀한 북카페’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무석 박사님의 전작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을 방송에서 소개하면서 그분께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삶에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마음’이라는 주제로 책을 내셨다.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는데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그 난관을 정면 돌파할 뿐만 아니라 설령 넘어지더라도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난다. 반면 마음이 깨진 사람은 작은 난관에도 쉽게 넘어질 수 있으며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릴 수 있다.30년 이상 방송을 하고 있는 내게도 숱한 위기와 장애물이 있었다. 매 고비마다 ‘그래,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렸지.’ 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새삼 마음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를 얻었다. 내면의 깊은 소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방법을 배워 가뭄이나 홍수가 나도 끄떡 없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이홍렬방송인



|추천사3


내 주치의 같은 책”



“우리의 현실은 보이지 않는 마음이 좌우한다” 이무석 박사님의 책들이 담고 있는 핵심 메시지다. 어린 시절부터 알게 모르게 생긴 마음의 상처를 방치해 두고 보이는 것을 좇아 살아 왔다면 이 책이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무석 박사님이 책을 통해따뜻한 어투로 나의 상황을 다 아는 것처럼 공감해 주며 치유의 길을 제시해 주고 있어 마치 내 주치의 같은 느낌까지 든다.

‘마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열쇠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마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고 지금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훨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박성민한국대학생선교회(CCC) 대표


프롤로그


마음에게 보내는 편지




나이 지긋한 의사가 있었다. 박사님이고 명성도 높은 분이었다. 어느 날 그가 나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


“제 마음은 미풍에도 떠는 나뭇잎 같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는 푸르고 싱싱해 보이지만 작은 바람에도 파르르 몸을 떠는 나뭇잎 같습니다. 전화를 걸기 전에도 저는 여러 번 망설입니다. 상대방이 제 전화를 귀찮아할 것 같아서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친구의 반응을 제 마음이 탐색합니다. 작은 곤충처럼 촉각을 곤두세우고… 조금이라도 귀찮아하는 눈치가 보이면 서둘러 전화를 끊어야 합니다. 전화를 끊고도 마치 큰 폐라도 끼친 것처럼 마음이 불안합니다. 그럴 일도 없는데 말이지요. 출근할 때 시선을 주지 않는 아내의 태도도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퉁명스러운 택시기사의 어투, 따지듯이 이야기하는 간호사도 제 마음을 나뭇잎처럼 떨게 만듭니다. 제가 이렇게 여린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저는 떨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 제 마음이 짜증나고 때로는 안쓰럽습니다. 이제 좀 편해지고 싶습니다.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 마음이 자라서 어지간한 소리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강심장이 될까요? 마음 놓고 전화도 할 수 있고 말이지요.”


이렇게 마음 졸이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믿기지 않겠지만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많다.남에게 폐를 끼칠까봐’,남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봐’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다. 자기처럼 남들도 그렇게 쉽게 상처 받는다고 생각한다. 투사의 심리다. 때로남에게 자신의 결점이 노출될까봐’두려워하는 분들도 많다. 자신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완벽하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한다. 늘 마음을 놓지 못하고 조마조마 살아간다. 그러나 마음의 현psychological reality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남이 도와줄 수 없다.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



마음도 잘 살펴 주지 않으면 상처 받는다


작년에 나는30년 정신과 교수 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임을 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다. 정신의학을 연구하면서 마음의 신비로움을 발견할 때마다 이걸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 일과 성공에 몰두하며 마음을 혹사시키는 사람들에게 “마음도 잘 살펴 주지 않으면 상처 받는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 마음이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면서‘조금만 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런 사람들에게마음 관리’에 대해서 말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되어 있다. 우선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다가 큰 위기를 맞은 강군의 가족 이야기로 시작한다.2부에서는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플라세보 효과를 비롯해 마음의 신비에 대해서 썼다.3부는 ‘마음도 상처 받기 쉽다’로 분노, 상실감, 시기심, 죄책감 등 마음을 아프게 하는 감정들을 소개했다.4부에는 ‘마음이 마음을 어떻게 보호하는가를 주제로 상처를 피하기 위해 마음이 필사적으로 벌이는 몸부림, 방어기제를 다루었다. 방어기제란단어는 낯설어도 그 내용을 읽어보면 우리 모두 다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마지막5부에선 마음을 관리하는 법에 대해서 썼다. 특히 정신 에너지 관리를 조명해 보았는데, 정신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잠에 대해 썼다. ‘잠을 잘 자야 하는 진짜 이유’와 ‘어떻게 하면 잠을 더 잘 잘 수 있는가?’ 그리고 정신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스트레스 처리 방법에 대해서도 썼다.



마음은 어려운 수학 문제같이 복잡하다


나는 이 책을 쓸 때 인상적인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대학생이었다. 시험을 보는데 수학 문제를 전혀 풀 수 없었다. 다른 애들은 답을 잘도 쓰고 있었다. 마음이 초조했고 부끄럽기도 했다. 더구나 수학 교수가L박사였다. 나는 재시험을 보기로 마음먹고 백지로 시험지를 제출했다. 시험이 끝나고 걱정이 몰려들었다. 무능하고 못난 모습을L박사에게 보여 드린 것이 가장 부끄럽고 괴로웠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유급을 당하는데 이런 낭패가 없었다.

꿈속에서 수학은 너무 어려웠다. 나는 기초 지식이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아무리 궁리해 봐도 시험을 통과할 자신이 없었다.L박사님께 개인적으로 찾아가 학점을 달라고 부탁해 볼까?이런 생각도 했으나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건 너무나 창피한 부탁일 것 같았다. 또 꿈속에서 복잡한 장면들을 보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복잡한 건물 내부를 헤매고 다니다가 수술실 같은 곳에 도달했던 것도 같다.

꿈에서 깨어난 나는 이 모든 일이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했다.현실이 아니었구나. 꿈이었구나.’그리고 떠오른 생각은 거의 탈고를 마친 이 책이었다. 내 무의식(비의식)은 이 책의 주제인 ‘마음’을 ‘어려운 수학 문제’로 보고 있었다. 나에게 마음은 아무리 공부해도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였다.

학창 시절 가장 어려웠던 과목이 수학이었다. 문제가 풀릴 때 느끼는 재미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수학은 어려웠다. 꿈속에서 수학의 낙제생이었던 것처럼 나는 마음에 관한 한 낙제생이었다. 평생 마음 공부를 했고 정신분석을 공부했지만 내 비의식은 내 지식을 인정해 주지 않고 있었다.꿈에 왜L박사님이 나오셨을까?L박사는 평소 존경하는 분이고 내가 쓴 마음 시리즈의 첫 책 『30년 만의 휴식』의 추천사도 써 주셨다. 또 당신 스스로도 많은 베스트셀러를 갖고 계신 분이다. 꿈꾸기 전날 나는 이 분의 소식을 아내에게 들었다.

TV에 나오신L박사님의 모습이 청년 같았어요.”

L박사가 꿈에 등장한 것은 내 자아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내 책의 추천사를 써주신L박사를 꿈의 재료로 썼기 때문이다. 내 꿈은 내가 마음에 대해서 얼마나 무식한지 알려 주고 있었다. 나는 부끄럽고 절망적인 낙제생이었다. 전문가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정직하게 평가하자면 낙제생이었다.



마음, 미안하


마음은 정말 깊고 넓다. 두려울 정도다.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비의식의 세계는 접근할수록 신비롭다. 그래서 그 누구도 마음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겸허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마음으로 경험한 것을 인정할 뿐이다.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마음아, 미안하다. 내가 그동안 너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지? 이제는 안심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그리고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살기가 편해졌으면 좋겠어. 바짓가랑이에 찼던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벗어던지고 달릴 때처럼….


40여 년간 공부한 마음이라는 주제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비전과리더십의 고준영 편집장이 가닥을 시원하게 추려 주어서 일하기가 편했다. 아내 문광자의 든든한 격려도 내가 마음잡고 집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기 쉽고 예쁘게 만들어 준 비전과리더십 출판팀원들 박주선, 호유선 씨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렇게 고마운 분들 덕분에 은퇴한 지금도 내 마음은 봄처럼 따뜻하다.



20115

청담동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이무석




마음의 공허함을

폭식으로 달랜 강군





“스트레스 받는 거 없어요. 불만 같은 것도 없어요. 다 좋아요. 아무 문제없어요.”

강군은 열다섯 살이었다. 갑작스러운 폭식으로 두 달 만에 체중이20kg이나 불었다. 그러고도 왜 자신이 정신과 의사와 면담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배가 고파서 먹는 게 뭐가 문제예요?”

강군은 자기는 아무 문제없는데 괜히 어른들이 오버한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얘기는 달랐다. 먹어도 엄청나게 먹는다는 것이다. 콜라 한 병에 피자 두 판을 먹고 통닭 한 마리에 샌드위치, 밀크셰이크에 도넛 다섯 개… 장소를 바꿔 가며 먹다가 먹을 수 없을 만큼 배가 차면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다시 먹기 시작한다고 했다.

강군은 미국 유학 중이었다. 이모 댁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이모도 처음에는 한창 성장기라서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도가 지나쳤다. 자제를 시켰더니 더 먹어댔다. 덜컥 겁이 난 이모가 언니에게 연락 했고 강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그렇게 하여 강군은 미국에 간 지3년 만에 심리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인간은 때로 마음이 괴로울 때 몸을 통해서 ‘나 힘들어요.’라고 말할 때가 있다네. 마음이 공허할 때 음식이 당기기도 하고….” 치료자의 말을 듣고 강군이 마음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폭식 증상이 나타난 때는 시기적으로 부모님이한창 이혼 수속을 밟고 있을 즈음이었다. 어머니와 이모가 주고받는 전화 통화 내용을 듣고 강군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두 분이 갈라서면 나는 어디로 가나?불안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무서운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평소 강군은 두려울 때면 공부에 열중하거나 다른 일에 몰두하는 버릇이 있었다. 두려움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좀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는 먹고 또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뱃속이 텅 빈 듯 허기가 느껴졌다.‘이러면 안 돼, 그만 먹어야 해.’자제하면 할수록 손은 이미 음식으로 가고 있었다.

강군의 폭식증은 부모의 이혼과 관련된 불안함 때문인 것 같았다. 가정의 붕괴와 상실감에 대한 두려움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상실감은 심리적인 것이지만 강군은 그 허전함을 육체의 배고픔으로 바꿔 놓고 있었다. 심리적인 상실감은 채우기 어렵지만 육체적인 허기는 음식으로 쉽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울증이나 공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자기 위로 방법이다. 여기에 강군 특유의 불안 처리 방식인 ‘몰두하기’도 폭식증에일조하고 있었다. 음식에 몰두하는 동안 부모의 이혼이나 상실감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강군의 폭식증은 더 많은 숨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존경의 대상이면서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한 아버지


강군은 착했고 부모를 기쁘게 하는 아들이었다. 단 한 번도 어머니의 말을 거역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부터 뭘 사달라고 요구하거나 떼를 써 본 일이 없었다. 모든 일을 혼자 알아서 잘했고 순종하는 아들이었다. 강군은 화를 내 본 기억도 없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었고 항상 칭찬을 들었다. 치료자도 강군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공부도 늘1등급이었다. 어릴 때부터 배운 외국어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열다섯 나이에 영어뿐 아니라 일어, 중국어에도 능통한 재원이었다.

하지만 강군은 늘 외롭고 우울했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가 없었다. 그렇다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외톨이는 아니었지만 사람들과 섞이는 일을 피곤해했다.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했다. 강군과 사귀고 싶어서 먼저 다가오거나 호감을 보이며 행사 때마다 챙겨 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되도록 혼자 있는 쪽을 택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편이 편했다. 외로울 때는나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미국에 온 것이 아니다. 공부하기 위해 왔다.’고 자신을 다그쳤다. 그런 독한 결심으로 공부한 덕분에 성적은 언제나 상위권이었다.

강군의 희망은 반기문 같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사실 빌 게이츠 같은 사람도 되고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인문계 쪽이 맞을 것 같아서 목표를 바꾸었다고 했다. “후세에 누군가 제 이야기를 위인전으로 쓸 거예요.”라고 했다. 굉장히 자기도취적인 이야기였지만 왠지 모르게 공허하고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알고 보니 강군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읊은 것이었다. 반기문 같은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싶은 희망은 아버지의 어릴 적꿈이었다. 강군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했다. “남자로 한번 태어났으면 빌 게이츠처럼 갑부가 되든가, 반기문 총장처럼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강군은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대~단한 분이에요.”라고 말하는 그의 태도에서 아버지의 엄청난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신문에도 나고 부하직원들도 많아요.”

강군에게 아버지는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언제나 활기차고 열정적인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다들 아버지를 칭송했다. 아버지처럼 그렇게 빨리 승진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아버지의 기사가 경제 신문에까지 실리자, 어린 강군은 아버지가 더욱 대단해 보였다.

아버지는 강군이 어렸을 때부터 교육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한글도 떼기 전에 영어는 물론 일어, 중국어까지 배우게 했다. 강군은 지금 자신의 외국어 실력은 아버지의 교육열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그리움은 미움이,

두려움이 되었다


아버지에 대한 강군의 감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원망의 마음도 컸지만 두려워서 숨기고 있었다. 치료자가 “강군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라고 물었다. 정신치료를 할 때 흔히 묻는 질문이었다.

강군은 아버지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조련사’와 ‘수족관’이 떠오른다고 했다. 개를 훈련시키는 조련사는 비정하다. 자기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개를 가혹하게 훈련시킨다. 그리고 말을 잘 들으면 먹이를 준다. 강군의 아버지도 그랬다. 아버지는 애정 표현을 돈으로 하셨다. 강군은 다정한 칭찬의 말을 기대했지만 아버지는 조련사가 먹이를 던져 주듯 돈만 던져 주셨다. 그리고 자기 기분에 맞지 않으면 용돈을 깎으셨다. 실망스럽고 자존심 상할 때도 많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늘 바쁘셨다. 아버지가 필요할 때마다 번번이 안 계셨다. 졸업식장에도 생일 파티에도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덩치가 산만한 사촌 형에게 피터지게 맞고 억울해서 달려가 호소했을 때도 아버지는 오히려 강군의 나약함을 질책했다. “그렇게 약해 가지고는 늘 얻어터지며 살 수밖에 없어. 난 그런 나약한 애들은 꼴도 보기 싫다.”고 하셨다. 한술 더 떠 매일 아침 집 앞 학교 운동장을 열 바퀴씩 뛰게 하셨다. 합기도 도장에도 다녀야 했다. 강군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강해져야 했다. 그래서 절대 울지 않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그 후 강군은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일이 없었다.




아버지의 성공 그래프가 올라갈수록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그리움과 좌절 지수도 올라갔다. 바쁜 아버지에게 관심을 받아 보지 못한 아들의 그리움은 미움이 되었고 이어서 두려움이 되기도 했다.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매우 복잡해졌다.‘아버지는 바쁘시니까. 내가 이해해야 해.’이렇게 마음을 다스렸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성공만을 위하여 살았던 것처럼 자식에게도 성공을 강요했다. 강군의 입장에서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면 최고의 명품 아들이 되어야 했다. 아버지의 수족관의 물고기처럼 자랑스러운 아들이어야 했다. 그래서 전교 1등도 했고 영어웅변대회에서 전국 1등도 했다. 아버지가 기뻐하실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했다. 아버지가 원하셨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미국 유학도 떠났다.

그러나 아버지는 칭찬에 인색하셨다. 전교1등을 해도 “자만하지 마라. 너보다 뛰어난 애들이 수없이 많다.”며 다그치셨다. 어쩌다 성적이 떨어지면 아버지는 한심하다는 어투로 “이건 정말 내 아들답지 않구나. 실망이다.”라고 했다. 그러고는 시선도 주지 않고 서재로 들어가 버리셨다. 강군은 등골이 서늘했고 죄송해서 숨도 쉬기 어려웠다고 했다.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일은 죽기보다 더 두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애들처럼 놀고 싶어도 놀 수 없었고 요구할 것이 있어도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어느 날부터인지 모르지만 강군은 부모님에게 ‘착한 아들’이 되어 있었다. 외로워도 억울해도 표현하지 않고 숨기는 착한 아들이었다. 모든 욕구는 금지되었고 참고 또 참는 것만이 살 길이었다. ‘애늙은이’였다. 그러다 폭식증이 터졌다. 제방이 무너지듯 식욕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자기 조self control능력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뱃속에 허기진 거지가 살고 있는 것처럼 배가 부르지 않았다. 체중은 불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다. 거울 속에 비친 뚱뚱한 자신의 모습이 혐오스러웠다. 아버지의 수족관에 살고 있던 예쁜 물고기가 뚱뚱이 물고기로 변한 것 같았다. 귀국하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가장 두려웠던 것은 아버지에게 뚱보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강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부모님 이혼하세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불안한 눈빛으로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저 때문이죠?” 질문이라기보다 확신에 가까운 자조였다. 치료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죄송하지만 뭐 좀 먹고 나서 계속하면 안 될까요?” 하며 배고픔을 호소했다. 부모의 이혼 이야기 끝에 배고픔을 호소하는 것이 뭔가 의미 있어 보였다. 허기 때문인지 강군은 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았다. 다음 약속 시간을 정하고 치료를 끝냈다.



지고는 못사는

강군의 아버지





강군의 아버지는 강군이 부모님의 이혼을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그럴 리가 없다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비록 회사일 때문에 아이와 시간을 자주 갖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라며 변명하듯 말했다. 강군의 아버지는40대 중반이었고3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의 이사였다. 소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말단 직원으로 입사,15년 만에 이사가 된 그의 화려한 이력은 직장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의 재능과 열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회사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빛은 아들 이야기할 때와 달리 빛이 났다. 회사가 자신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그가 회사에서 얼마나 많은 업적을 쌓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유능하고 뛰어난 이사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정신세계는 온통 회사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치료자는 코카콜라 사장의 말이 생각났다. “내 혈관에는 피가 아니라 코카콜라가 흐른다.” 그의 혈관에는 회사가 흐르는 듯했다. 주말도 없고 휴가도 없었다. 취미도 없었다. 골프는 즐기기 위한 운동이 아니고 업무용이었다.

더구나 승부욕이 강해서 패배를 견디지 못했다. 게임에서 지면 화가 나고 비참한 기분이 들어서 참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이길 때까지 게임을 해야 했다. 인생에 지는 게임도 있는 법인데 자기는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고 했다. 그가 하도 무섭게 물고 늘어져서 게임하기를 기피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치료자가 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잉여 인간’이라고 대답했다.

“월급만 축내는 무능하고 게으른 직원들 말입니다. 그런 인간들을 보면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힘든 일 싫어하는 거야 어떻게 이해를 해보겠습니다만 그래도 맡은 일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상여금 타령만 합니다. 게다가 일 좀 가르쳐 놓으면 월급 많이 준다는 회사로 훌쩍 떠나가 버립니다. 도대체가 책임 의식도 없고, 윤리 의식도 없고, 능력 없는 주제에 뻔뻔하기까지 한 직원들이 제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입니다. 하지만 어떡하겠습니까? 참아야죠. 윗사람 노릇하기가 이래서 힘든 거죠.”



잉여인간이 안되려고

죽을 힘을 다해 산다


이 말을 들으며 치료자는 그가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그는 무능한 사람들을 ‘잉여 인간’ 취급하며 혐오했다. 이것은 주위 사람들을 평가하는 기준일 뿐만 아니라 자신과 가족에게도 적용되었다. 아들 강군의 이야기가 이해되었다. 강군도 아버지가 싫어하는 잉여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살았을 것이다. 강군의 아버지는 인생을 전쟁하듯 살고 있었다. 승전국과 패전국… 전쟁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런데 무능한 사람은 패배자가 된다. 패배자는 모든 것을 착취당하고 굴욕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다. 이런 패배가 두려워서 그는 힘이 필요했다. 높은 자리에도 올라가야 했다. 상대를 발아래 굴복시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다. 전쟁을 치르는 사람은 휴가를 즐길 수 없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판에 취미를 즐길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가 휴가나 취미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면세계에서 그는 삭막하고 살벌한 전쟁터에서 홀로 악전고투하는 군인이었다. 사회적으로 출세했고 부러울 것 없는 위치에 올라섰지만 마음의 현실은 춥고 외롭고 불안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벌써 수년째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남몰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수면제를 먹을 때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다음날 할 일을 생각하면 잠을 자 둬야 했다. 한번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회사에서는 그가 자살기도를 했다고 소문이 났다. 그는 “다만 잠을 푹 자고 싶어서 먹었을 뿐입니다.”라며 펄펄 뛰었다. 그러나 성격이 주도면밀한 그가 그렇게 많은 수면제를 한꺼번에 삼켜 버린 것은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미스터리였다. 치료자가 추측건대 지치고 힘든 그의 마음이 이제는 모든 것을 놓고 쉬고 싶어한 것 같았다.

이즈음에서 그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전쟁을 멈추고 마음에게 평화와 휴식을 주었어야 했다. 자기 마음만이 아니라 외아들 강군의 마음의 소리도 들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사춘기 아들이 폭식증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내의 마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그랬더라면15년을 살아온 부인의 입에서 극한적인 말과 이혼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는 성공했으나 인생에서는 실패한 사람이었다.



나는 절대 아버지처럼

무능한 인간이 되지 않을 거야’


강군의 아버지가 이렇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와 정반대로 나약하고 소극적인 분이었다. 부잣집 맏아들로 태어나 많은 재산을 상속 받았지만 지키지 못했다. 집안의 재산 싸움이 치열했는데 어머니(강군의 할머니)는 시누이들에게 폭행도 당했다. 강군의 아버지는 어릴 때 어머니가 고모들에게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 질질 끌려 다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울부짖는 어머니를 어린 그는 보호해 줄 수 없었다. 그런데 어린 그가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아버지의 비겁한 태도였다. 날뛰는 여동생들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피하기만 하더니 결국 재산을 다 넘겨주고 말았다. 무능한 아버지 때문에 집안은 지독한 가난에 허덕여야 했다. 춥고 배고픈 날들이었다.

부잣집 딸로 커서 고생이라고는 모르던 어머니는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식모살이도 하고 시장에서 장사도 하셨다. 고생하는 어머니 때문에 강군의 아버지는 어릴 때 많이 울었다. 어머니는 평생 남편의 무능을 증오하다가 돌아가셨다. 강군의 아버지도 무능한 아버지가 미웠다. 어머니가 불쌍하고 어머니에게 죄송할수록 원인을 제공한 아버지가 미웠다. 그리고 무능이 두려웠다.‘나는 절대로, 절대로 아버지처럼 무능한 인간이 되지 않겠다.’강군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치료자는 그의 삶이 이해되었다.

그의 내면세계에는 유년기에 상처 받은 아이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약하기 때문에 폭행당하고 착취당하는 부모를 보면서 억울해하는 아이가 살고 있는 듯했다. 나약해지면 패잔병이 되는 것이다. 모든 특권을 빼앗기고 지독한 가난과 굴욕을 당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속의 아이는 약해질 수가 없었다. 사나운 공격자인 고모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폭행당하던 어머니의 기억이 그를 비의식에서 지배하고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