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E. 풀러 토리E. Fuller Torrey

정신의학자이자 조현병 및 양극성장애 연구자. 스탠리 의학연구소Stanley Medical Research Institute의 부소장이자 치료 옹호 센터Treatment Advocacy Center(TAC)의 창립자다. 치료 옹호 센터는 외래 치료 명령법과 민사입원법 통과와 시행을 추진하고, 미국 전역에서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사람들의 입원과 치료를 쉽게 하기 위한 개별 주들의 기준을 홍보한다. 토리는 감염에 의한 조현병 발병 가능성을 비롯하여 수많은 연구를 실시했으며, 중증 정신질환은 사회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들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개념을 널리 알리는 활동으로 유명해졌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국 국립 군의관 의과대학교Uniformed Services University of the Health Sciences의 정신의학과 교수이며 지금까지 22권의 책을 썼다.  

《조현병의 모든 것》은 토리가 지난 35년간 수백 명의 환자를 상담한 사례와 조현병의 원인, 진단과 증상, 치료, 예후에 관한 최신 연구를 총망라한 책으로 1983년에 출간, 현재까지 7판을 거듭하며 수많은 환자들과 가족, 정신건강 전문가 들에게 ‘조현병에 관한 최고의 지침서’라는 찬사를 받았다. 토리는 조현병 연구에 인생을 바친 전문가이자 조현병에 걸린 여동생을 둔 가족으로서, 조현병으로 고통받는 당사자와 가족 들이 비난과 수치로 인한 재앙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매우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들을 제안한다.

 

 

감수   권준수

서울대학교 정신과학·뇌인지과학과 교수이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현병과 강박증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세계적인 뇌의학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1998년,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에서 뇌 영상술을 이용한 정신질환의 기전을 연구했고, 이를 계기로 현재까지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조기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서울대학교병원에 강박증 클리닉을 열어 전문적인 치료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지난 30년간 연구자이자 치료자로서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왔다. 특히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정신분열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기 위해 조현병調絃病으로 병명을 변경하는 일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현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 

아산의학상(임상부문), 대한의학회 분쉬의학상, 에밀폰베링 의학대상, GSK학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국제조현병학회 이사와 국제정신약물학회 평의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조현병과 강박증 등에 대한 370여 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저서로 《나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하는가》가 있고, 공저로 《강박증의 통합적 이해》, 《쉽게 따라하는 강박증 인지행동치료》,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 《만족》 등이 있다. 




Surviving Schizophreniam, 7th Edition: A Family Manual

Copyright ⓒ 1983, 1988, 1995, 2001, 2006, 2013, 2019 by E. Fuller Torrey.

All rights reserved.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21 by PRUNSOOP PUBLISHING CO., LTD.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HARPERCOLLINS PUBLISHERS USA, an imprint of HarperCollins Publishers through EYA(Eric Yang Agency).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EYA(Eric Yang Agency)를 통해 HARPERCOLLINS PUBLISHERS USA, an imprint of HarperCollins Publishers사와의 독점계약한 (주)도서출판 푸른숲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


일러두기

단행본과 학술저널, 보고서는 《 》로, 잡지, 신문, 논문, 영화, 단편소설, 음악은 〈 〉로 묶었다.

감수자 주는 으로 옮긴이 주는 ✲으로 구분하여 담았다.


 

 

 

내 상태 말인데, 다른 선택이 가능했다면 내가 굳이 광기를 선택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걸 너는 꼭 알아줬으면 한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VanGogh, 1889년, 비자의로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1

 

 

7판을 소중한 친구이자 연구 동료인 페이스 디커슨FaithDickerson과 밥 욜큰BobYolken에게 바친다.

 

7판의 모든 인세는 치료 옹호 센터TreatmentAdvocacyCenter에 양도한다.


감수의 말

조현병,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조현병은 100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이다. 이런 비율로 계산하면 국내에 약 50만 명 내외의 환자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고, 그 환자의 가족들을 고려하면 200만 명 이상이 조현병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물론 이것은 추정치에 불과하며 국내에서 조사한 역학연구에 의하면 이보다는 훨씬 적은 수로 나타나기도 한다. 분명 조현병은 많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 병이지만 여전히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조현병은 만성적이고 치료 기간이 길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이 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 병원에서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조현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간상의 한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제약으로 병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책은 이러한 열악한 국내 상황에서 조현병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1983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조현병에 관한 표준적인 참고도서로 자리 잡으며 수많은 환자와 가족,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주었다. 조현병의 증상, 원인, 치료와 경과 등을 설명하고, 환자나 가족의 관점에서 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담아내어 많은 찬사를 받았다.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치료 옹호 센터 창립자이며 전미 정신질환자 가족 연합National AllianceonMentalHealth,NAMI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E. 풀러 토리 박사는 초판 이후 35년 동안의 연구 결과를 추가해 7판을 출간했다. 국내에서 오래전에 번역이 되었어야 하는 책이 이제나마 소개되는 것은 크나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을 위한 책들이 국내에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단편적인 내용이고, 이 책처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감수를 하면서 국내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 가운데 일부는 주석을 달아서 국내 실정을 설명했다. 이 점에서 내용상의 잘못이 있다면 순전히 감수자의 잘못임을 밝혀둔다.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하기로 한 출판사에 감사하며, 국내 조현병 환자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권준수(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7판 서문

 

 

 

 

내가 이 책의 7판을 낼 만큼 오래 살았다니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이 미국뿐 아니라 스페인과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일본 등지에서도 번역되어 계속 널리 쓰이고 있다는 점도 매우 뿌듯하다. 그러나 이런 만족감은 우리가 아직 조현병의 정확한 원인을 이해하지도 결정적인 치료법을 찾아내지도 못했다는 생각을 하면 한풀 꺾인다. 35년 전 초판을 쓸 당시 나는 이 정도 세월이 흐르면 조현병 연구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진전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렇게 되지 못한 이유는 이 병에 더 폭넓은 관심을 갖지 않은 정신의학계와 연방정부, 특히 충분한 연구를 수행하지 못한 국립정신보건원NationalInstituteofMentalHealth,NIMH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우리가 조현병 연구의 매우 중요한 돌파구를 앞두고 있다고 낙관한다.

이번 개정판에는 몇 가지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 7장에 정신증이 처음 생긴 사람을 위한 구체적인 치료 계획의 윤곽을 짜놓았다. 그 계획만 봐도 미국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20가지 항정신병약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했다. 또한 조현병의 원인에 관한 최신 정보도 담았다. 특히 염증, 감염, 면역과 관련한 선행 사건들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흥미로운 최신 연구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5장). ‘좋은 서비스란 어떠해야 하는가’(9장), ‘성공적인 조현병’(4장), ‘운동’(8장)에 관한 새로운 장들도 추가했다. 옹호 활동과 관련해서는 질병인식불능증(1장)과 환청 네트워크HearingVoicesNetworks(2장과 3장), 회복 모델(4장), 뇌 질환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5장), 비밀에 관한 건강보험 양도 및 책임에 관한 법률The HealthInsurancePortabilityandAccountabilityAct,HIPAA(10장) 등의 논쟁적 사안에 대한 내용도 최신 내용으로 바꾸었다.

그런 만큼 이 책이 계속해서 조현병 환자와 가족, 의료보건 체계에 속한 모든 이에게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 또한 초판 서문에도 썼듯이, 이 책이 절망의 늪에서 조현병을 건져내 미국 의학계의 주류로 옮겨놓는 데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차례

 

 

 

 

감수의 말조현병,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7판 서문

 

 

1 광기 내부의 세계: 안에서 보는 모습

감각 변화 | 해석하고 반응하는 능력의 상실 | 망상과 환각 | 자기 감각의 변질 | 감정 변화 | 동작 변화 | 행동 변화 | 병을 인식하는 능력 감소: 질병인식불능증 | 미술 작품 속 조현병

 

 

2 조현병의 정의: 밖으로 보이는 모습

공식 진단 기준 | 조현병의 아형 | 조현병 스펙트럼: 누구나 조금씩은 조현병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조현정동장애와 양극성장애

 

 

3 조현병과 혼동되는 병들

‘인격분열’이라는 오해 | 마약으로 인한 정신증: 대마초가 조현병을 일으킬 수 있을까 | 처방약으로 인한 정신증 | 다른 질병으로 인한 정신증 | 두부외상으로 인한 정신증 | 지적장애로 인한 정신증 | 유아자폐증 |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성 약탈자 | 문화적으로 용인된 정신증적 행동

 

 

4 발병, 경과, 예후

아동기의 전조 | 발병과 초기 증상 | 아동기 조현병 | 산후 조현병 | 후기 발병 조현병 | 조현병의 결과는 어떻게 예측하는가 | 성별 차이 | 발병 10년 후 예상 경과 | 조현병의 경과 | 발병 30년 후 예상 경과 | 개발도상국의 조현병 환자들은 정말로 더 양호한 결과를 얻을까 | 회복 모델 | 성공적인 조현병 | 사망 원인: 조현병 환자는 왜 더 일찍 사망하는가

 

 

5 조현병의 원인

정상적인 뇌 | 조현병이 뇌의 병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 | 뇌 질환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들 | 뇌의 어느 부분이 영향을 받는가 | 질병 과정은 언제 시작되는가 | 조현병의 원인을 다룬 이론들

 

 

6 조현병 치료: 첫 단계

좋은 의사 찾는 법 | 적절한 진단검사는 무엇인가 | 입원: 자의 입원과 비자의 입원 | 입원 외의 대안 | 치료비, 보험 동등성, 의료개혁

 

 

7 조현병 치료: 약물 치료와 기타

항정신병약물은 효과가 있을까 | 누구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가 | 어느 항정신병약물을 사용해야 하는가 | 초발 정신증 치료 계획 | 용량과 지속시간 | 클로자핀: 가장 효과적인 항정신병약물 | 모니터링: 환자가 항정신병약물을 잘 복용하고 있는가 | 장기 지속형 항정신병약물 주사제 | 다른 모든 것이 실패할 때 시도해볼 약물들 | 약값과 복제약 사용 | 항정신병약물에 대한 비판 | 전기경련요법과 경두개자기자극술 | 약초 치료 | 심리치료와 인지행동치료 | 초발 조현병 삽화 이후 회복과 조기 치료

 

 

8 조현병의 재활

돈과 음식 | 주거 | 취업 | 친구 관계와 사회적 기술훈련 | 의료와 치아 관리 | 운동 | 동료 지원 단체, 단 환청 네트워크는 제외

 

 

9 좋은 서비스란 어떠해야 하는가

정신과 입원 병상 | 환자를 보호하는 정신병원의 필요성 | 외래환자 서비스 | 재활 | 삶의 질이라는 척도

 

 

10 10대 주요 문제

담배와 커피 | 술과 마약 | 성관계, 임신, 에이즈 | 괴롭힘 | 비밀 유지 | 복약 비순응 | 지원 치료 | 공격 및 폭력 행동 | 체포와 수감 | 자살

 

 

11 환자와 가족은 어떻게 해야 조현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올바른 태도 | 교육의 중요성 | 환자의 생존 전략 | 가족의 생존 전략 | 조현병이 형제자매, 자녀, 배우자에게 미치는 영향 | 재발을 최소화하기

 

 

12 자주 묻는 질문들

조현병은 기본 성격을 변화시키는가 | 조현병 환자에게 그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 조현병은 지능지수에 영향을 미칠까 | 조현병 환자가 운전을 해도 괜찮을까 | 종교적 문제는 조현병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조현병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 | 유전적으로 조현병에 걸릴 확률은 얼마인가 | 일부 입양아가 조현병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 부모가 사망한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13 대중의 눈에 비친 조현병

영화 속 조현병 | 문학 속 조현병 | 조현병, 창조성, 유명인 | 낙인 문제

 

14 조현병이라는 재앙의 규모

미국 내 조현병 환자 수는 얼마인가 | 다른 집단에 비해 조현병에 더 많이 걸리는 집단이 있는가 | 조현병은 증가하는 추세인가, 감소하는 추세인가 | 조현병은 근래에 처음 등장한 것인가 | 탈원화가 낳은 재앙 | 조현병의 비용은 얼마인가

 

 

15 옹호를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옹호 단체들 | 국립정신보건원과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국 |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육 | 낙인 줄이기 | 옹호 단체를 조직하는 법

 

 

감사의 말

부록 1조현병에 관한 최고의 책과 최악의 책 목록

부록 2온라인 자료

추천 참고문헌

후주

찾아보기


 

 

 

이 책의 목적은 독자들에게 조현병의 진행 과정과 개연성 있는 발병 경로들을 알리는 것이다. 증상을 평가하려면 전문가가 필요하다. 실제 증상이든 짐작되는 증상이든 모든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려면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증례들에 관해 논할 때는 이름을 비롯해 신원을 드러낼 수 있는 세부 사항들은 바꾸었지만, 연구 결과에 담긴 내용은 온전히 유지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조현병은 무엇을 의미할까? 내게 조현병은 피로와 혼란을 의미하고, 어떤 경험을 하든 그게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구분하려 애써야 한다는 것, 또 어떤 때는 현실과 비현실이 섞여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일이 미로처럼 얽혀 생각을 방해할 때나, 무엇인가가 머리에 든 생각들을 끊임없이 밖으로 뽑아내버려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할 말을 잃었을 때 정신 차리고 똑바로 생각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내가 내 머리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어서 뇌 위를 걸어 다니는 내 모습을 상상하거나, 어떤 여자가 내 옷을 입고서 이런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녀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음을 의미한다. 내가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법이 나에게 불리하게 돼 있어서 인생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음을 아는 걸 의미한다.

조현병 환자, 헨리 R.롤린의 《조현병에 대처하기CopingwithSchizoph-renia》에서 인용1

 

 

비극이 닥쳤을 때 삶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친구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의 공감이다. 홍수 같은 자연재해나 암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에 그렇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그를 돕고 공감하며 그가 어려운 때에 위로하고 필요한 지원을 한다. “공감은 사람을 지탱해주는 공기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웅크리고 있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펼 수 있다”라고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RalphWaldoEmerson은 말했다.2 공감의 전제 조건은 고통을 입은 사람의 자리에 자신을 대입해볼 줄 아는 능력이다. 홍수로 피해를 입거나 암에 걸린 자신을 상상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피해 입은 사람과 같은 입장에 처한 자신을 상상할 수 없다면, 피상적인 연민은 가능해도 진정한 공감은 생길 수 없다.

조현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공감하기 힘든 이유는 자신이 그 병을 앓는 입장이 된 상태를 상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조현병의 전체적인 경과는 알 수 없고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다. 역사학자 로이 포터RoyPorter가 《광기의 사회사ASocialHistoryofMadness》에서 “‘미친’ 사람과 ‘멀쩡한’ 사람 사이에 오가는 심한 간극이 있는 대화나 그 사이에 끼어드는 침묵의 핵심 특징은 이상하다는 느낌이다. 광기는 낯선 타국이다”3라고 지적했다.

그러니 조현병은 자신의 소유물이 모두 떠내려가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홍수 같은 것이 아니다. 서서히 자라나는 종양이 이 조직에서 저 조직으로 가차 없이 퍼지며 자신의 몸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암과도 다르다. 그렇다. 조현병은 미치는 것이다. 조현병에 걸린 사람은 괴상한 행동을 하고 기이한 말을 하며 우리를 멀리하고 움츠러들며, 심지어 우리에게 해를 입히려 할 수도 있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한마디로 미친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 병의 경과도 이해하지 못한다. 꾸준히 자라는 종양이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병은 사람이 자신의 뇌를 아예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일 같다. 보이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힘에 사로잡힌 사람에게, 미친 사람에게 우리가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겠는가?

조현병 환자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너무 적다는 사실은 조현병을 그만큼 더 큰 재앙으로 만든다. 조현병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큰 비극인데 말이다. 이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은 이렇게 자문해봐야 한다. ‘뇌가 우리에게 장난을 걸어오기 시작한다면, 주인 없는 목소리가 우리에게 고함을 친다면,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사라진다면, 논리적 사고 능력이 사라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한 조현병 환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게 가장 큰 공포를 안기는 것은 나의 뇌다. (…)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자신의 마음을, 그러니까 자신의 존재 전체, 자신이 행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바로 그것을 무서워하는 일이다.”4 이는 분명 그 누구라도 견디기 힘든 지독히 무거운 짐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더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를 피하거나 무시하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하는 말을 못 들은 척하거나 우리가 하는 일을 몰라본 척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일 우리의 행동에 당황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조현병 환자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조현병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 중에 조현병 환자가 있다면 누구나 그 병이 과연 어떤 병인지, 그 병에 걸린 사람이 어떤 일을 겪는지 최대한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이는 단순히 지적인 교육이나 호기심을 풀기 위한 일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공감하기 위한 노력이다. 도움이 되기를 원하는 친구와 친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조현병에 걸린 사람의 뇌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한 어머니가 조현병 환자인 아들이 자신의 환각을 묘사한 이야기를 들은 뒤 내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왔다. “저는 아들에게 들러붙어 괴롭히는 환영들을 들여다보았고, 솔직히 말씀드려서 때때로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그 일은 동시에 제가 저 자신의 비극에서 빠져나가, 그 병에 시달리는 것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지혜를 얻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이 모든 일에 좀 더 쉽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공감이 있을 때 조현병은 개인적 비극이다. 공감이 없을 때 조현병은 가족의 재난이 된다. 공감이 없으면 가족을 하나로 묶어줄 그 무엇도, 상처에 바를 연고도 없기 때문이다. 조현병을 이해한다는 것은 병을 둘러싼 무지의 안개를 걷어내고 신비의 영역에서 끌어내 이성의 햇빛 아래 세우는 일이다. 조현병을 이해할수록 우리 눈에 보이는 광기의 얼굴은 공포의 얼굴에서 점점 슬픔의 얼굴로 변해간다. 조현병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조현병 환자가 어떤 일을 겪는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신호와 증상 들을 묘사하는 당사자의 이야기에 많이 의존한다. 영어로 된 책들에 몇몇 훌륭한 묘사들이 흩어져 있는데, 그중 가장 괜찮은 책들을 1장 추천 참고문헌 목록에 수록했다. 그런 책들과 대조적으로, 가장 널리 읽힌 책 중 하나인 한나 그린HannahGreen(조앤 그린버그의 필명)의 《난 너에게 장미 정원을 약속하지 않았어INeverPromisedYouaRoseGarden5는 〈부록 1〉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분석에 따르면, 그 소설은 조현병이 아닌 (지금은 보통 신체화장애somatizationdisorder라 불리는) 히스테리로 진단해야 할 한 환자를 묘사한다.

〈표 1-1〉에 나오는 증상이나 신호가 모든 환자에게 다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증상들의 조합이 그려내는 전체적인 그림에 따라 최종 진단이 내려진다. 한 종류의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종류의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조현병에서만 유일하게 발견되는 증상이나 신호는 없다. 모든 증상과 신호는 이따금 뇌종양이나 측두엽간질 같은 다른 뇌 질환들에서도 나타난다.

 

표 1-1. 조현병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묘사하는 말을 듣거나 그들의 행동을 관찰할 때 눈에 띄는 몇 가지 이상

1. 감각 변화

2. 입력되는 감각들을 분류하거나 해석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함

3. 망상과 환각

4. 자기 감각의 변질

5. 감정 변화

6. 동작 변화

7. 행동 변화

8. 병에 대한 인식 감소

 

 

감각 변화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EdgarAllanPoe의 〈고자질하는 심장TheTell-TaleHeart(1843)에서 조현병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주인공이 이렇게 소리친다. “당신이 광기라고 착각하는 것은 사실 감각이 극도로 예리해진 것이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요?” 인간 정신의 어둡고 후미진 구석에 관한 전문가인 포는 광기의 핵심 주제 하나를 정확하게 지목했다.

감각 변화는 조현병의 초기 단계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증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모든 환자 중 3분의 2에게서 나타난다. 연구자들은 “지각장애는 조현병 초기 단계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결론 내렸다.6 감각 변화는 정신증 삽화에서 회복한 후에 환자들이 가장 흔히 털어놓는 증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급성 및 일과성 정신증 환자나 만성적 정신증 환자가 이런 감각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정신증psychosis이란 망상이나 환각 등의 증상 때문에 현실과 비현실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무너진 병증 상태를 말한다. 이런 증상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상태를 정신증 삽화라고 한다. 정신증의 다른 증상들로는 일관되지 않거나 의미가 통하지 않는 말을 하는 것,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 우울증, 불안증, 수면장애, 사회적 위축, 의욕 상실, 전반적 기능 문제가 있다.

포와 동시대에 살았던 전문가들도 감각 변화를 조현병의 대표적 특징으로 언급했다. 1862년 일리노이 주립 정신병원의 병원장은 정신이상이 “정신이 인상印象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거나 본질적으로 변화시킨다”라고 썼다.7 감각이 예리해지는 변화가 좀 더 흔하지만 무뎌지는 변화도 많이 나타나며, 모든 감각 양태樣態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의 소설에서 주인공은 주로 예리해진 청각을 경험한다.

 

맞아요! 불안해요. 나는 늘 아주, 아주 무시무시할 정도로 불안했고 지금도 그래요! 하지만 그렇다고 왜 나더러 미쳤다고 말하는 거죠? 그 병은 내 감각을 예리하게 했어요. 파괴한 게 아니고, 무디게 한 것도 아니라고요. 무엇보다 청각이 예리해졌죠. 나는 천국과 지상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들었어요. 지옥에서 나는 여러 가지 소리도 들었고요. 그런데 이런 내가 어떻게 미쳤단 말이죠? 들어봐요! 그리고 내가 그 모든 이야기를 당신에게 얼마나 건강한 상태로, 얼마나 침착하게 말할 수 있는지 관찰해 보라고요.

 

어느 환자는 이렇게 묘사했다.

 

지난번 마지막으로 증상을 겪었을 때는 모든 소음이 전보다 훨씬 더 시끄러워졌다는 걸 느꼈어요. 마치 누군가가 볼륨을 높여놓은 것 같았죠. (…) 배경 잡음에서 가장 많이 느껴졌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항상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지만 대개는 의식하지 않는 잡음 말이에요.8

 

청각의 변화보다 시지각의 변화가 훨씬 더 흔하다. 한 환자는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지금은 색깔들이 더 환하게 보여요. 마치 형광물감처럼요. 사물들도 만져보기 전까지는 고체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가 없어요. 나는 그리 예술적인 사람이 아닌데도 전보다 색깔들도 더 많이 감지하는 것 같고요. (…) 사물들의 색깔만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바닥 표면에 그어진 표시 같은 것들도 주의를 확 끌어당깁니다.9

 

또 다른 환자는 색상의 선명함뿐 아니라 사물들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모든 게 생기발랄하게 보였어요. 특히 빨강색이요. 사람들은 검은 윤곽선을 띠고 있고 눈에서는 흰빛을 발해서 악마처럼 보였고요. 의자, 건물, 장애물 등 모든 종류의 물건이 그 자체로 생명이 있었고, 위협하는 동작을 하는 것 같았어요. 애니미즘에서 말하듯, 영혼이 깃든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10

 

어떤 경우에는 시각 변화가 외양을 더 좋아 보이게 할 때도 있다.

 

많은 것이 사이키델릭해 보였고 빛이 났어요. 저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실제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처럼 보였죠.11

 

다른 경우에는 시각 변화가 대상을 더 추하게 혹은 더 무섭게 만들기도 했다.

 

사람들이 기형으로 보였어요. 마치 성형수술을 받았거나 다른 골격구조로 보이게 분장한 것 같았죠.12

 

색깔과 질감이 서로 뒤섞이기도 한다.

 

모든 것이 가능한 한 가장 가느다란 선인 것처럼 아주 밝고 풍성하고 순수해 보였어요. 아니면 물처럼 빛나면서 부드러웠지만 고체이기도 했고요. 얼마 지나자 모두 다시 거칠어지고 음영이 졌어요.13

 

때로는 청각과 시각이 모두 강화되기도 하는데, 다음의 젊은 여성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 울음들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교장실에 있을 때 방이 갑자기 거대해졌다. (…) 엄청난 두려움이 나를 덮쳤고, 나는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필사적으로 도움을 구하려 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말의 의미는 파악되지 않았다. 그 목소리들은 온기도 색깔도 없는 금속성이었다. 때때로 단어 하나가 나머지 말들에서 떨어져 나왔다. 말도 안 되겠지만 칼로 잘라낸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는 내 머릿속에서 끝없이 반복됐다.14

 

감각의 과도한 예리함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또 한 가지 현상은 감각 자극들이 흘러넘치는 것이다. 감각 입력이 예리해질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보이고 들린다. 보통 우리 뇌는 입력되는 대부분의 시각과 청각을 걸러내 무엇이든 우리가 선택하는 감각에 집중하도록 해준다. 많은 조현병 환자가 이런 선별 기제가 손상된 것처럼 보이며, 그 결과 뇌에서 한꺼번에 감각 자극의 홍수가 일어나는 것 같다.

이 사람은 청각 자극으로 가득한 감각의 홍수를 묘사한다.

 

나는 그 무엇에도 딱히 관심이 없는데 이상하게 모든 게 내 주의를 사로잡아요.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금도 옆방과 복도에서 나는 소리가 다 들려요. 그 소리를 차단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선생님한테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더 어려워요.15

 

그리고 시각 자극의 홍수를 이렇게 묘사한다.

 

뒤이은 혼란의 시기 동안 때때로 어느 정도 시각의 왜곡과 환각이 있었다. 몇 번은 눈이 유난히 빛에 예민했다. 보통의 색깔들이 너무 밝게 보였고, 햇빛은 눈부실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는 책을 읽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인쇄된 글자들은 너무 심하게 검게 보였다.16

 

그 두 가지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나의 집중력은 약간 해괴하다. 나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초상화를 그리듯 묘사할 수 있다. 밴쿠버로 들어가는 동안 우리 앞을 지나갔던 차들의 번호판 숫자도 모두 기억한다. 우리는 휘발유 값으로 3달러 57센트를 지불했다. 우리가 주유소에 있는 동안 공기주입기에서는 땡 하는 소리가 열여덟 번 났다.17

 

외부자의 눈에는 ‘현실과의 접촉을 잃은’ 사람만 보일지도 몰라요. 사실 우리는 종종 혼란에 빠지고 때로는 완전히 압도당할 정도로 너무 많은 현실을 경험하고 있는 거랍니다.18

 

이 예들에서 명확히 알 수 있듯이, 많은 감각 데이터가 한꺼번에 뇌로 몰려들어오면 집중하거나 주의를 기울이기 어렵다. 한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을 앓았던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주목하거나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기능이 손상되었다고 회상했다. 그중 한 환자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때때로 사람들이 내게 말을 할 때면 내 머리는 과부하에 걸립니다. 동시에 너무 많은 걸 머릿속에 붙잡아둬야 하니까요. 또 빨리 들어온 만큼 빨리 빠져나갑니다. 충분히 오랫동안 듣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방금 들은 것도 잊어버리죠. 말들이 허공에 뜬 의미 없는 단어에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짐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19

이런 감각 과부하 때문에 조현병 환자는 사람을 사귀고 어울리는 일을 힘들어한다. 이를 한 청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인 관계 상황에 대처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 의미 없는 대화의 조각을 하나 붙잡아 다시 말해 달라고 하거나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묻는 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냉담하거나 불안하거나 초조한 사람이거나 그냥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만 비춰진다.20

 

청각과 시각 외에 다른 감각 양태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메리 반스MaryBarnes는 자신이 경험한 ‘광기의 여정’을 풀어낸 자서전에서 “몸에 뭔가가 닿는 게 얼마나 끔찍했는지” 회상했다. “언젠가 간호사가 내 손톱을 깎으려 했다. 그와 닿는 느낌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나는 간호사를 물려고까지 했다.”21 조현병에 걸린 한 의대생은 “환자들에게 손을 대면 내가 전기 처형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22 또 다른 환자는 목구멍 안에 쥐가 있는 것 같은 끔찍한 느낌과 “그 쥐의 사체가 내 몸 속에서 분해되면서 내 입안에서 썩는” 맛이 났던 일을 묘사했다.23 성기의 감각이 예민해지는 일도 종종 발생하는데, 한 환자는 “벗어날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는 성기의 성적 흥분”이라고 표현했다.24 언젠가 내가 치료하던 한 젊은이는 그런 감각 증상 때문에 자신의 성기가 검은 색으로 변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런 망상적 공포에 대처하기 위해 5분마다 의사들(혹은 눈에 보이는 아무나)에게 자기 성기를 살펴보게 해 그렇지 않다는 확인을 받았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일하던 지역 우체국에 가서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 성기를 살펴봐달라고 했다가 강제 입원을 당했다. 하지만 그로서는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과도하게 예리한 감각의 또 한 가지 양상은 정신에 생각이 흘러넘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소리나 시각 같은) 외적 자극과 (생각과 기억이라는) 내적 자극이 동시에 힘을 합쳐 뇌를 폭격하는 것 같은 상황이다.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한 정신의학자는 우리가 지금까지 조현병 환자들의 내적 자극에 관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만큼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한다.25

 

나를 괴롭히는 문제는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도 뭔가를 생각하죠. 재떨이를 생각한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아, 그래, 저건 담배를 놓아두는 거지’하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나는 재떨이를 생각하면 재떨이와 관련된 여남은 가지를 동시에 생각합니다.26

 

나는 집중력이 형편없어요. 하나에서 다른 걸로 풀쩍 풀쩍 뛰어다니죠.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 말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이 다리를 꼬거나 머리를 긁적이기만 해도 나는 정신이 산만해져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려요. 눈을 감으면 더 잘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27

 

과거의 기억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을 묘사하는 이들도 있다.

 

어렸을 때 느낀 감정들이 무슨 상징처럼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고, 과거에 나눈 대화의 조각들이 내 머릿속을 지나다녔다. (…) 나는 누군가 내게 최면을 걸어 내 인생의 첫 4년 반 동안 있었던 일들을 기억해내도록 한 거라고 생각했다.28

 

일부 환자들이 유년기에 겪은 일을 잘 기억해내는 점 때문에 예전 정신분석가들 중에는 기억 난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든 조현병과 인과관계로 얽혀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으며 많은 증거가 오히려 반대의 이론들을 지지한다.

생각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일의 또 다른 양상은 누군가가 자신의 머릿속에 생각의 홍수를 집어넣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는 흔히 ‘사고주입’이라고 하며, 많은 정신의학자가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을 조현병의 거의 확실한 증상으로 여긴다.

 

온갖 종류의 ‘생각들’이 내게 오는 것 같다. 마치 누군가 내 머릿속에서 그 생각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이 곁에 있으면 더 심해지는 것 같다.29

 

대학 시절에 나는 모든 사람이 나에 관해 생각하고 내 얘기를 한다는 걸, 동네 약사가 자기 생각을 내 머릿속에 주입하고 나한테 필요 없는 것들을 사도록 유도하며 나를 괴롭힌다는 걸 ‘알고 있었다’.30

 

머릿속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때 집중하기 어렵다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나는 체커checker를 하러 오라는 초대를 받고 가서 게임을 시작했지만 계속할 수가 없었다. 내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다가오는 세계의 종말과 무력 사용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들, 살해 의도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관한 생각이었다.31

 

환자의 관점에서 아주 유용한 글을 많이 써온 에소 리트EssoLeete의 다음 묘사에서 알 수 있듯이, 감각 변화는 무척 무서워질 수도 있다.

 

때는 저녁이었고 나는 플로리다에서 내가 다니는 대학 근처 해변을 따라 걷고 있었다. 갑자기 나의 지각에 변화가 생겼다. 점점 강해지는 바람은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전조였다. 나는 바람이 점점 더 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바람이 나를 붙잡아 휩쓸어 가버리려는 거라고 확신했다. 주변 나무들은 위협적으로 나를 향해 몸을 굽혔고 굴러다니는 회전초들이 나를 쫓아왔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달리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아는데도 나는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 속에 갇혀버린 것 같았다.32

뿌리에서 분리되어 바람에 굴러다니는 식물의 지상 부분. 뿌리 없이도 식물의 기능을 완전하게 수행한다.

 

극도로 예민해진 모든 감각 양상이 한데 더해져 뇌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면 끔찍하고 무서울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도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조현병 초기, 예민한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을 때는 예민한 감각이 즐거운 경험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조현병이 처음 발발한 며칠 동안을 묘사하는 많은 이야기에서 보통 ‘절정경험’이라 불리는 고조된 인식의 경험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은 조울증(양극성장애)과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한 환자의 묘사를 살펴보자.

 

갑자기 빛과 사랑스러움이 흘러들어와 나의 전 존재를 채웠고, 그러자 순식간에 내 안에서는 그에 응답하려는 듯 심오하고 감동적인 감정이 차올랐다. 나는 가장 생생한 인식과 깨달음의 상태에 있었다.33

 

이러한 경험을 종교적 틀 안에서 해석하고 신의 손길이 자신에게 닿은 거라고 믿는 환자가 많다.

 

나는 점점 더 높은 고양과 인식의 상태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었다. 그들이 하는 말들은 다 인생에 적용할 수 있었다. 실재하는 모든 것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나는 인생과 진실, 신에 대한 엄청난 인식을 얻었다. 교회에 갔더니 갑자기 예배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의 의미가 분명히 이해됐다.34

 

이러한 경험들을 고려하면 과도한 종교적 몰입이 조현병의 흔한 초기 신호로 꼽히는 것도 놀랍지 않다. 초기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환자가 자기 경험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을 불만스러워했고, 대다수가 형이상학적이거나 초자연적, 철학적 문제들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 보고했다.35

조현병으로 감각이 예민해질 수도 있지만 무뎌질 수도 있다. 병의 경과에서 예민해지는 증상은 대개 가장 초기에 나타나지만 감각 둔화 현상은 후기에 나타난다. 감각 둔화는 “마치 정신에 무거운 커튼을 쳐버린 것 같은 느낌, 감각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두껍고 먹먹한 구름에 뒤덮인 것 같은 느낌”으로 묘사된다.36 자신의 목소리가 먹먹하게 잘 안 들리거나 멀리서 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시야가 흔들흔들 물결 지게 보이거나 뿌옇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열심히 들여다봐도 마치 백일몽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고 카펫 무늬 같은 복잡한 세부들의 덩어리를 보는 것 같아서 이내 길을 잃은 느낌이 들었다.”37

조현병으로 통각이 둔해지는 일도 있다.38 자주 생기는 일은 아니지만 통각 둔화는 간병인들에게 극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은 약 때문에 통각이 둔화된다고 생각하는 추세지만, 사실은 이미 1798년에 존 해슬럼JohnHaslam 박사가 《정신이상에 대한 관찰ObservationsonInsanity》에서 명확히 묘사한 증상이다. 더 오래된 교과서들을 보면 외과의사들이 일부 조현병 환자들에게 마취제를 조금만 쓰거나 아예 쓰지 않고 맹장수술이나 그와 유사한 처치를 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내 환자는 유방에 아주 큰 농양이 생겼는데도 옷에 고름이 배어나올 때까지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유방 농양은 보통 엄청나게 통증이 심한 병인데도 그 환자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러 해 동안 조현병 환자들을 돌봐온 간호사들은 골절, 천공성 궤양, 맹장 파열 등이 발생했는데도 환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사례들을 얼마든지 들려줄 수 있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지 않더라도 어딘가 아파 보이면 의학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런 가능성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실질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일부 조현병 환자들이 담배를 피울 때 너무 끝까지 태우다 손가락 화상을 입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감각 변화의 모든 양상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뇌로 들어가는 모든 감각 입력은 뇌 하부에 위치한 시상thalamus을 통과한다. 5장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시상은 조현병과 관련 있는 부위로 의심되며, 시상에 일어난 병증으로 조현병의 여러 증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 1960년에 자신의 투병기를 출판한 노마 맥도널드NormaMacDonald는 정신의학자들과 뇌과학자들이 그 사실을 이해하기 여러 해 전에 이러한 가능성을 상당히 명료하게 예측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필터 시스템의 고장에 관해 다음과 같이 썼다.

 

길을 걷는 낯선 사람의 걸음걸이는 내가 해석해야만 하는 신호일 수도 있었다. 지나가는 전차의 차창에 보이는 모든 얼굴은 내 마음에 새겨질 것이고, 모두가 나에게 집중하며 내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여러 해가 지난 지금,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침범하는 많은 감각 자극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소리가 닿는 범위 안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시야 안에 있는 모든 대상과 색조와 색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존재하는 그 모든 자극 중에 100분의 1만 한꺼번에 몰려들어도 우리는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다. 그래서 정신에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극들을 분류하고 현재 상황에 의미 있는 자극들만이 의식으로 들어가도록 걸러주는 필터가 있어야 한다. 이 필터는 항상 효과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특히 어느 정도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래야 한다. 토론토에 있을 때 나에게 일어났던 일은 바로 그 필터가 고장 난 것이었고, 그 결과 서로 무관한 자극들이 뒤죽박죽된 채로 내가 온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들에서 내 정신을 분리시켜 산만하게 만들었다.39

 

 

해석하고 반응하는 능력의 상실

 

정상적인 사람의 뇌는 들어오는 자극들을 분류하고 해석한 다음 적절한 반응을 선택해 내보내도록 작동한다. 이런 반응은 선물을 받으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대부분 학습된다. 이런 반응에는 논리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는 것도 논리다. 우리 뇌는 매일 수십만 가지씩 들어오는 자극을 분류하고 해석해 반응을 내보낸다.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결함은 이렇게 분류하고 해석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훼손되는 것이다. 정신의학 교과서들은 이를 사고장애thoughtdisorder로 기술하지만, 사실 거기에는 생각만 포함되는 게 아니다. 시각과 청각 자극, 감정, 일부 행위들도 생각이 잘못 배열되는 것과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잘못 배열된다. 그러니 아마 이 모든 원인은 비슷한 뇌 결함일 것이다.

우리는 뇌 시스템이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정도로 인간의 뇌를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일단 우리 뇌 한가운데에 구식 전화교환대가 있고 그 앞에 전화교환수가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교환수는 들어오는 모든 감각 입력, 생각, 아이디어, 기억, 감정을 분류하고 그 가운데 어떤 것들을 함께 묶을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우리 뇌는 보통 한 문장을 이루는 단어들을 받아들여 생각의 한 패턴으로 자동 변환한다. 이때는 개별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전체 메시지에 담긴 의미에만 초점을 맞추면 된다.

그런데 교환수가 분류와 해석 작업을 그만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청각 자극을 이해하는 일과 관련해 이런 결함이 발생한 상황을 묘사하는 두 환자의 말을 들어보자.

 

사람들이 말을 할 때면 나는 그 단어들 하나하나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사이가 뜨는 거지요. 나는 뜻을 생각해야만 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걸리니까요. 사람들이 말할 때 나는 모든 주의를 집중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돼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40

 

나는 사람들이 단순하게 말할 때는 꽤 잘 집중할 수 있어요. 그러나 긴 문장들을 늘어놓으면 의미들을 다 놓쳐버려요. 뜻을 파악하려면 단어들을 한 줄기로 엮어내야 하는데 문장이 길어지면 그렇게 엮어야 할 단어가 너무 많아지거든요.41

어떤 연구자들은 이런 결함을 일부 뇌졸중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수용성 실어증receptiveaphasia이라고 묘사했다. 제시된 단어들을 조합해 문장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한 조현병 환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는 이따금 사람들이 하는 말을 갑자기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땐 꼭 모르는 외국어를 듣는 것 같아요.42

 

시각 자극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도 청각 자극 묘사와 비슷하다.

 

나는 모든 걸 내 머릿속에서 조립해야만 합니다. 만약 시계를 쳐다본다면 시곗줄과 시계, 숫자판, 바늘 등을 본 다음에 그것들이 하나의 물건이 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조립해야만 하는 거죠.43

 

한 환자는 담당 정신과 의사를 볼 때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치아가 보이고, 그 다음에 코, 그 다음에 뺨, 그 다음에 한쪽 눈과 다른 쪽 눈이 보여요. 분명 내가 아는 선생님인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아마도 이렇게 각 부분이 독립되어 있는 게 너무 큰 공포감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 같아요.”44

일부 조현병 환자가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이유는 아마도 시각 해석에 손상이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조현병에 걸린 내 여동생도 자주 그러는데, 실제로 보았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걸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여럿 보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조현병 환자는 시각 오인에 거창한 설명을 갖다 붙였다.

 

오늘 아침 힐사이드[병원]에 있을 때 나는 영화를 만들고 있었어요. 스타 배우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죠. 방사선 기사는 피터 로포드PeterLawford였고, 경비원은 돈 노츠DonKnotts였어요.45

 

많은 조현병 환자가 각각의 청각이나 시각 자극을 일관된 패턴으로 잘 해석하지 못할 뿐 아니라, 두 종류의 자극을 하나로 조합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나는 텔레비전에 집중하지 못해요. 화면을 보면서 동시에 말을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두 가지를 동시에 받아들이는 걸 못하는 것 같아요. 특히 그 두 가지가 보는 것과 듣는 것일 때요. 다른 한편으로 나는 항상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러고는 그걸 감당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죠.46

 

나는 앉아서 책을 읽으려 했다. 단어들은 완벽히 낯이 익었다. 얼굴은 완벽히 기억하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옛 친구들처럼. 한 문단을 열 번 읽었지만 전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책을 덮었다. 라디오를 들으려 해보았지만, 라디오 소리는 전기톱처럼 내 머리를 갈라놓는 것 같았다. 차가 다니는 길을 조심조심 걸어 극장에 가서 영화 한 편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는데, 느릿느릿 돌아다니면서 무언가에 관해 엄청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내용 같았다. 결국 나는 매일 공원 호숫가에 앉아 새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47

 

이들이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것은 매우 전형적인 증상이다. 사람들이 흔히 예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정신과 병동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조현병 환자는 놀라울 정도로 드물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은 마치 조정화면을 보는 것처럼 단지 시각적인 움직임만을 보기 때문에 방송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이 점은 지능이나 교육 수준과는 상관없다. 대학 교육을 받았지만 달리 할 일이 없어 종일 텔레비전만 볼 것 같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들이 방 한구석에 조용히 앉아 텔레비전의 존재를 모르는 척하는 모습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왜 텔레비전을 보지 않느냐고 물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하거나, 피곤해서 그런다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숨기려 할 것이다. 내 환자는 병에 걸리기 전에 열성적인 뉴욕 양키스 팬이었는데, 발병 이후에는 방에 텔레비전이 있는데도 양키스 경기 시청을 거부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청각물은 만화와 여행 프로그램이다. 둘 다 단순할 뿐 아니라, 청각 입력을 동시에 통합하지 않고서 시각적인 면만 따라가도 되기 때문이다.

뇌 속 전화교환수의 임무는 입력 자극을 분류하고 해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자극들에 적합한 반응을 찾아 다시 밖으로 내보내는 일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에게 “오늘 저랑 점심식사 같이 하실래요?” 하고 물으면 뇌는 즉각 그 질문의 전체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계산을 시작한다. 내가 오늘 시간이 있나? 나는 이 사람과 같이 식사하고 싶은가? 거절할 변명거리는 뭐가 있을까? 이 사람과 내가 함께 있는 걸 다른 사람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싫다고 말하면 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정상적인 뇌에서는 이런 계산 끝에 상황에 적절한 반응이 나온다. 이와 유사하게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은 슬픔과 연결되고, 웃기는 영화의 시각과 청각 자극은 웃음과 연결되며, 우주의 창조에 관한 새로운 개념은 논리와 이미 알고 있는 그 분야 지식과 연결된다. 이런 과정은 질서정연하게 계속되며, 교환수는 매일 이런 일들을 비교적 실수 없이 해낸다.

자극을 분류하고 해석하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적절한 반응을 골라내지 못하는 것도 조현병의 특징 중 하나다. 1911년에 스위스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EugenBleuler가 독일어로 사고 과정의 여러 부분이 분열되었다는 뜻의 ‘정신분열병schizophrenia 용어를 도입한 것은 바로 그런 점 때문이었다. 블로일러는 조현병 환자들이 자주 보이는 부적절한 반응, 예를 들어 친한 친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조현병 환자가 키득키득 웃는 것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는 마치 교환수가 따분해져서 입력된 자극을 분류하고 해석하는 일을 그만뒀을 뿐 아니라 단단히 악의를 품고 부적절한 반응들을 마구잡이로 연결해버리는 것 같은 상황이다.

한국에서 조현병으로 병명을 개정하기 전 통용되던 ‘정신분열병’은 schizophrenia의 직역어다. 현을 조율한다는 의미의 조현調絃을 쓰는 조현병은, 정신의 여러 기능들의 통합 및 조율에 문제가 생겼음을 뜻하는 조어로, 영어로는 attunement disorder라고 표기한다.

적절히 해석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환자가 다른 사람들을 대하고 사귀는 일을 잘 하지 못하는 문제의 핵심 원인이기도 하다. 청각 자극과 시각 자극을 통합하지 못하니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지고, 거기다가 반응을 적절하게 못하니 대인 관계가 불가능해진다. 한 환자는 그러한 곤란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녀를 만나 함께 있는 동안 나는 그녀와의 연결을 형성하려고, 생명과 감각을 지닌 그녀가 실제로 거기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헛된 노력이었다. 나는 분명 그녀를 알아보았지만, 그녀는 비현실적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이름부터 시작해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녀는 마치 조각상처럼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녀의 눈과 코를 보고, 입술의 움직임을 보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한 말을 완벽하게 이해했지만, 그런데도 나는 낯선 사람과 함께 있었다. 우리 사이의 연결을 되살리기 위해 나는 우리를 분리하는 그 보이지 않는 벽을 뚫고 나가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성공은 더 멀어졌고, 불안은 성큼성큼 커져만 갔다.48

 

많은 조현병 환자가 위축된 채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의사소통과정은 그들에게 너무나 어렵고 고통스럽다.

환자의 뇌가 청각 자극과 시각 자극을 분류하고 해석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들도 토막토막 분절되고 부적절한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부분 〈망상과 환각〉에서 더 자세히 다룰 테지만, 이 두 경우 모두 동일한 뇌 손상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예를 들어 다음의 환자가 물을 마시는 단순한 행위를 할 때 느끼는 어려움을 앞에서 살펴본 청각과 시각 자극에 반응하는 어려움과 비교해보자.

 

물을 마셔야 한다면, 나는 모든 단계를 하나하나 점검해야 합니다. 컵을 찾는다, 걸어간다, 수도꼭지를 돌린다, 컵에 물을 채운다, 수도꼭지를 잠근다, 마신다 하는 식으로요. 나는 계속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갑니다. 매번 그림을 바꿔야만 하지요. 다음 행동을 하기 전에 이전 그림을 치워야만 해요. 나는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생각들을 유지할 수가 없어요. 다른 뭔가가, 다양한 것들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이죠. 내가 꼼짝 않고 가만히 있으면 좀 더 안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49

 

이런 유사점들을 보면 조현병을 구성하는 증상들은 광범위해도 원인이 되는 기저의 뇌 결손은 몇 가지 안 된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정신과 의사가 묘사하는 경우처럼 조현병의 사고 패턴을 밖에서 관찰할 때는 ‘비일관성disconnectedness’, ‘연상의 이완looseningofassociations’, ‘구체성concreteness’, ‘논리의 손상impairmentoflogic’, ‘사고 차단thoughtblocking’, ‘양가감정ambivalence’ 같은 단어들을 사용한다. 먼저 비일관성부터 살펴보자. 환자 중 하나는 매일 아침 사무실로 와서 내 비서에게 종이에 문장 하나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부탁한 예를 하나 보자. “양파처럼 생기고, 몹시 예민하며, 마음 깊숙이, 길고 장황하며, 모든 크기의 검은 뱀의 모든 종류를 써주세요.” 이 환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뇌라면 연결하지 않을, 명백히 서로 일관성 없는 개념들을 한데 모아놓았다. 또 다른 환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은 완전히 뒤죽박죽되어서, 뭔가를 생각하거나 말하기 시작해도 결코 끝마치지 못해요. 그냥 엉뚱한 방향으로 빠져버리거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는 나도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온갖 것들에 붙잡혀 버리죠.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은 나보다 더 어리둥절해 하고요.50

 

때로는 조현병 환자의 뒤엉킨 생각들 사이에 희미한 연관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를 연상의 이완 또는 느슨한 연상looseassociations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위에서 본 검은 뱀에 관한 문장에서 환자가 양파와 검은 뱀을 병치한 것은 일부 뱀 껍질에 나타나는 양파와 비슷한 무늬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예는 언젠가 내가 한 환자의 팔에서 피를 뽑을 때 그가 한 말이다. “내 파란 정맥을 보세요. 내가 러시아 여자들한테 내 정맥을 빨갛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피의 빨간색을 구소련의 ‘빨갱이들Reds’과 느슨하게 연결한 것이다.

이따금 느슨한 연상은 단어들 사이의 빈약한 논리적 연결에 의지하기보다 단지 비슷한 소리에 의지할 때도 있다. 한 젊은이가 내게 보여준 다음의 시가 한 가지 예다.

 

나는 우리가 곧Ibelievewewillsoon

세계 평화를 이룰 거라고 믿는다achieveworldpeace.

하지만 나는 아직 양을 타고 있다ButImstillonthelamb.

 

그는 평화를 연상시키는 양lamb과 아마도 올바른 철자를 모르는 듯한 ‘도망 중인onthelam’이라는 표현을 혼동했다. ‘lamb’과 ‘lam’ 사이에는 발음이 비슷한 것 외에는 아무런 논리적 관계도 없다. 이런 연상을 음향 연상clangassociations이라고 한다. 또 다른 젊은 환자가 내게 보내준 다음 글도 그러한 비일관적 사고의 예를 보여준다. 그는 한 관리에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써보낸 편지를 내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그런 믿음을 심어줬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조현병 환자가 꼭 멍청한 것은 아닙니다. 조현병 환자는 아주 지적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문장 하나를 보면 그것을 3차원으로 봅니다. 문장 속 모든 단어의 조합들을 보고, 보일 의도를 갖고 있지 않은 단어들도 봅니다. 이 숨어 있는 단어들은 종국에는 원래의 문장과는 전혀 무관한 의미를 지닌 또 하나의 숨은 문장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장의 예를 보면 대단히 학구적인 관찰자도 당황할 것입니다. eye 같은 단순한 단어도 I로 대체할 수 있고, to는 too나 two로 대체할 수 있죠. 동음이의어는 조현병 환자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보시면see 아시겠지만요. 아니 sea라고 말해야 할까요. no와 know 같은 단어들도 서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질문에 “no”라고 대답한다면, 나는 단순히 “know?”라고 질문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Do you know?”라고 묻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까 의사가 조현병 환자인 나의 세계에 들어와 나를 평가하기가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인지 아시겠지요. 마치 논리의 규칙들이 바뀌어버린 것 같으니까요.

 

조현병 사고의 또 다른 특징은 구체성이다. 이는 속담의 의미를 말해보라는 질문으로 검사할 수 있다. 이에 대답하려면 구체적인 것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넘어가는 추상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리 집에 사는 사람들은 돌을 던지면 안 된다”라는 속담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완전무결하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도 비판하지 말라”라는 식으로 대답할 것이다. 그들은 아무 어려움 없이 유리 집과 돌이라는 구체적인 개념에서 일반적인 개념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조현병에 걸린 사람은 그러한 추상화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조현병 환자 100명에게 위의 속담을 설명해보라고 했을 때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들은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대다수는 “그러면 유리가 깨질 거예요”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대답했다. 많은 경우에 구체적인 대답은 비일관적 사고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음, 그냥 말한 그대로를 의미할 수 있죠. 그러면 유리가 깨지기 십상이니까요. 사람들은 유리 집 안에서 실제로 꽃을 키우죠.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환경을 망가뜨리게 될 테니까요.

 

몇몇 환자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렸다.

 

사람들은 항상 점잖은 주거 형태를 유지해야 해요. 나도 유리 집에 살았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했던 거라곤 파도를 친 것뿐이었어요.

 

또 어떤 사람들이 내놓은 전혀 무관한 답은 사고장애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었다.

 

당신이 갈 때까지는 치지 마세요. 오거나 가거나.

 

몇몇 환자는 앞에서 말한 속담을 추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답변에는 조현병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다른 사고의 측면들이 담겼다.

 

유리 집에 사는 사람들은 돌집에 사는 사람들을 잊으면 안 되고, 유리를 던지면 안 된다.

 

당신이 복잡함들 때문에 고통받는다면 사람들에 관해 말하지 말라. 날렵하지 말라.

 

가장 간단명료한 답은 만성 조현병에 시달리는 조용한 젊은이의 것으로, 그는 엄숙한 태도로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 “조심.”

구체적 사고는 일상생활 중에서 일어날 수 있다. 어느 날 나는 조현병 환자인 여동생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가 “여기를 보세요Lookatthebirdie” 하고 말하자 동생은 곧바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또 한 환자는 신문가판대 옆을 지나가다가 별이 창문에서 떨어졌다는 헤드라인을 발견했다. 그는 “별처럼 거대한 것이 어떻게 창문에서 떨어질 수 있지?”51 하고 궁금해하다가 그 별이 유명 영화배우를 말한다는 걸 깨달았다.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look at the birdie’를 실제로 새를 보라는 말로 받아들인 상황.

논리적 사고능력이 손상되는 것은 조현병 사고의 또 한 가지 측면인데, 앞에서 살펴본 몇몇 예에서도 알 수 있다. 한 젊은이는 이렇게 썼다. “내 정신에서 논리를 통제하는 부분이 문밖으로 나가버린 것 같았다.”52 또 내가 돌보던 한 환자는 심리테스트에서 “숲속에서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할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숲의 뒤로 가요. 앞이 아니라.” 이와 유사하게 많은 환자가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능력도 상실한다. 예를 들어 한 환자는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어머니가 집안에 있는데도 집에 불을 질렀다. 조심스레 물어보니 그는 자기가 어머니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렇듯 많은 조현병 환자가 인과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가 손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버스를 타거나 지시를 따르거나 식사를 계획하는 일과 같은 일상적 활동을 자주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그러한 사고의 손상은 일부 환자들이 환상적인 생각들을 사실처럼 제시하는 이유도 설명한다. 한 환자는 내게 ‘1톤이 넘는 거미’와 ‘무게가 80킬로그램이고 겨울에 200바퀴를 날며 발은 하나뿐인 새’에 관한 글을 써주었다. 그 글을 쓴 사람은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조현병 환자의 사고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듣는 사람에게는 횡설수설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말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당연한 대응이다.

 

내가 말을 할 때면 거대하게 확대된 생각들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내가 말하고 싶었던 단어들을 몰아내버려요. (…) 나는 할 말이 아주 많지만 내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에 집중할 수가 없고 그래서 말들이 뒤죽박죽된 채 나오죠.53

 

흔하지는 않지만 드라마틱한 또 하나의 조현병 사고 형태는 단어 샐러드wordsalad라 불리는 것이다. 전혀 무관한 일련의 단어들을 그냥 한데 꿰어서 한 문장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언젠가 환자 한 명이 엄숙한 태도로 나를 향해 돌아서더니 이렇게 물었다. “붉은지렁이 볼티모어 프렌치프라이?”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란 정말 어렵다!

보통 어떤 사고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그 과정을 세세하게 분석해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사고장애가 있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곧바로 그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조현병적 사고 과정들은 듣는 사람에게 환자의 사고가 뭔가 흐리멍덩하고 단어들이 살짝 뒤죽박죽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존 바틀로우 마틴JohnBartlowMartin은 《유리 한 장APaneofGlass》이라는 제목의 정신질환에 관한 책을 썼고, 잉마르 베리만IngmarBergman 감독은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ThroughaGlassDarkly》라는 영화로 조현병 증상의 재발을 그려냈다(13장 참고). 두 작품 모두 말하기와 사고의 이러한 불명료한 특징을 다룬다. 청자는 모든 단어를 듣고, 그 단어들 하나하나는 대부분 정확할 수도 있지만 문장이나 단락이 끝나면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 느껴지는 감정은 우리가 수수께끼 같은 무언가에 어리둥절해져서 눈을 가늘게 뜨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어색한 미소를 짓게 될 때와 비슷한 감정이다. 그런 표정을 지을 때 대개 우리는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고 소리친다. 사고장애가 있는 조현병 환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을 때 흔히 일어나는 반응이다.

 

나는 모든 것이 어느 정도 모든 사람과 연관되어 있고,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이 상대성이론이란 것에서 훨씬 더 영향을 받기가 쉽다고 느끼는데, 그 이유는 이전의 조상들이 장소들이나 사물들과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거나 믿고 있기 때문에, 혹은 당신이 아는 방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자취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자취를 남길 수도 있고, 모든 종류의 것들이 그런 식으로 가지요.54

 

물론 환자마다 사고장애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 특히 조현병 초기 단계에서는 불분명하거나 종잡기 어려운 정도의 장애만 나타나 정확하게 규정하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대개 어떤 손상이 일어났는지 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어떤 형태의 사고장애도 없는 환자가 오히려 이례적인 경우다. 심지어 어떤 정신의학자들은 환자의 사고 과정이 완전히 정상적이라면 조현병이라고 단언하는 게 과연 정확한 진단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들은 조현병이라는 말의 정의상 사고에 이상이 생겨야만 조현병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정신의학자들은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사고장애 없이 다른 증상들만으로 진짜 조현병을 앓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들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사고장애로 사고 차단이 있는데, 이 역시 조현병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전화교환수의 비유를 다시 들어보자면, 사고 차단은 마치 교환수가 잠시 졸아서 시스템이 멈춰버린 상황이다. 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혹은 뭔가 대답을 하려다가, 많은 경우 문장의 중간에서 멈춰버리고 잠깐 동안 멍한 표정을 짓는다. 존 퍼시벌JohnPerceval은 이미 1840년에 이에 대해 묘사했다.

 

예를 들어, 나는 입을 열어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태도로 말을 걸고 싶은 욕구를 종종 느꼈고,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고서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가 일관된 말을 하기 시작했다. (…) 그러나 문장을 말하는 중간에 내게서 힘이 빠져나가 버리거나, 앞에서 말한 단어들과 모순되는 단어들이 떠올랐다. 그러면 나는 머리가 텅 빈 사람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하거나 심한 혼란에 빠져 말을 더듬고는 했다.55

 

이렇게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꽤 명확하게 사고하지만 누군가에게 뭔가를 말하다가도 갑자기 막혀버릴 때가 있습니다. 내가 그러는 걸 당신도 보았고 그때 아마 내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거나 얼이 빠진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때 일어난 일은 갑자기 단어 하나 혹은 생각 하나가 내 머릿속에 달라붙어 도저히 거기서 넘어갈 수 없었던 겁니다. 그게 내 정신을 완전히 채우고 있어서 다른 무엇도 들어설 여지가 없었던 것이지요. 이런 일은 한참 계속되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또 갑자기 끝나버립니다.56

 

조현병 환자와 시간을 보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현상을 관찰했을 것이다. 제임스 채프먼JamesChapman은 이런 현상이 환자 95퍼센트에게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57 어떤 환자들은 이를 누군가 또는 뭔가가 자신의 머리에서 생각을 빼내가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망상적 증상을 사고 탈취thoughtwithdrawal라 하는데, 많은 정신의학자가 이 증상을 조현병을 진단하는 강력한 신호로 여긴다.

양가감정도 조현병 사고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지금은 매우 광범위하게 유행어처럼 쓰는 말이지만, 원래는 더 좁은 의미에서 조현병 환자가 반대되는 것들을 동시에 마음에 품은 채 서로 모순되는 생각이나 감정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조현병 환자라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래, 그들이 나를 죽일 거고 나는 그들을 사랑해.”

한 여성은 모순되는 생각들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내게는 너무 모순적인 것들이 병존하고 있어서, 나의 정신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도 분열되고 그렇게 나뉜 두 부분이 계속해서 분열을 거듭해 결국 내 정신은 그 조각들로 가득 찬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나는 완전히 혼란에 빠진다.58

 

때때로 양가감정은 행동으로도 표출된다. 예를 들어 나의 환자 한 명은 종종 건물의 앞문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가다 멈추고, 왼쪽으로 세 걸음 되돌아가서 다시 멈추고, 다시 돌아서서 오른쪽으로 가기 시작하는데 어떤 때는 이런 일을 5분 내내 계속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환자에게서는 이렇게까지 극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블로일러가 조현병의 기본 증상 중 하나로 명명했을 정도로 충분한 빈도와 강도로 나타난다. 이는 마치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손상된 것 같다. 정상적인 뇌는 입력되는 생각과 자극을 평가해 결정을 내린 다음 반응을 개시한다. 일부 조현병 환자들의 뇌는 이런 측면이 명백히 손상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반응을 개시하기는 하지만 곧바로 그 반대되는 반응으로 앞의 반응을 철회하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정말로 보고 있기 고통스러운 광경이다.

 

 

망상과 환각

 

망상delusion과 환각hallucination은 조현병의 가장 잘 알려진 증상이다. 이 증상들은 매우 극적이기 때문에 대중문학이나 영화에서 조현병을 묘사할 때 주로 이런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최근까지는 혼잣말을 하거나 무생물에게 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조현병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냥 휴대폰에 대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친’ 또는 ‘정신 나간’이라는 말을 들을 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이런 혼잣말 하는 사람들이다.

망상과 환각이 조현병의 매우 중요하고 흔한 증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조현병의 필수 요건은 아니라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 사실 조현병 진단에 필수적인 단 하나의 증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고장애, 정동 이상affectdisturbances, 행동 이상behavioraldisturbances 같은 다른 증상들을 함께 겪으면서도 망상이나 환각 증상이 전혀 없는 조현병 환자도 많다. 덧붙여 망상과 환각은 조현병 외 다른 뇌 질환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망상과 환각이 나타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조현병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신체 경계의 왜곡도 그렇지만 대부분 망상과 환각은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지고 뇌가 자극을 적절하게 해석하고 반응하는 능력을 상실해서 일어난 직접적인 결과다. 망상과 환각은 대부분 그 사람의 뇌가 경험하고 있는 일에서 나오는 논리적 결과다. 제3자의 눈에만 ‘미친’ 것처럼 보일 뿐,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논리적이고 일관된 패턴의 한 부분이다. 이에 대한 명백한 설명은 1994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고 조현병을 앓았던 존 내시JohnNash가 조지 매키GeorgeMackey 교수에게 그의 망상적 믿음들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한 말에서 볼 수 있다.

환각이나 망상 등은 실제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은 이것을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환자 본인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경험하고 느끼는 현실이기 때문에 거짓이 아니고 현실적 상황이다. 이런 점을 인정해주는 것이 환자에게 중요하다.

 

“어떻게 당신이,” 하고 매키가 말을 꺼냈다. “수학자로서 이성과 논리적 증명에 헌신하는 당신이 (…) 그런 당신이 어떻게 외계인들이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는 걸 믿을 수 있습니까? 우주에서 온 외계인들이 세계를 구하라고 당신을 채용했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요? 어떻게 당신이…….”

내시는 마침내 고개를 들더니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서 마치 새나 뱀의 눈처럼 냉정하고 아무 감정 없는 시선으로 매키를 빤히 응시했다. “왜냐하면,” 내시가 특유의 부드럽고 이성적인 남부인의 느릿한 말투로 마치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초자연적 존재들에 관한 나의 생각들은 나의 수학적 아이디어들이 내게 온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생각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요.”59

 

망상은 환자는 믿지만 그와 같은 문화에 속한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고, 이성을 동원해도 바로잡기 어려운 잘못된 생각이다. 이는 대개 어떤 감각경험에 대한 그 사람의 잘못된 해석에서 나온 결과다. 예를 들어 라디오에서 잠깐 나온 잡음이나 텔레비전 화면의 깜빡임처럼 단순한 감각경험을 어떤 의미가 담긴 신호라고 해석한다. 가족들은 보통 환자가 가진 망상적 생각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궁금해한다.

한 가지 단순한 형태의 망상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무작위적 사건들이 모두 직접적으로 자신과 연관된 것이라는 확신이다. 만약 당신이 거리를 걸어가고 있을 때, 반대쪽 보도에서 어떤 사람이 기침을 하면 당신은 그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않거나 어쩌면 기침소리가 난 것을 의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현병에 걸린 사람은 기침 소리를 들을 뿐 아니라 즉각 그것이 어떤 신호가 틀림없다고, 어쩌면 길 저쪽에서 걷고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사실이라고 절대적으로 확신한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과 함께 걷고 있다가 이성적으로 설득해 그런 망상을 떨쳐주려고 시도한다면, 노력은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당신이 그 사람과 함께 길을 건너가 기침을 한 사람에게 물어본다면, 그는 당신 역시 음모에 가담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망상에 빠진 사람에게 그 망상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시도는 양동이 하나로 바닷물을 다 퍼내려는 것과 같다. 만약 그 기침 사건 직후에 머리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간다면 망상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명백히 헬리콥터는 자기를 감시하는 것이고, 이는 기침에 대한 의혹이 맞았음을 더욱 확증해줄 뿐이다. 그리고 만약 이런 일들에 더해 그 사람이 버스 정류장에 아슬아슬하게 늦게 도착해 버스를 놓쳤다면 그 망상의 체계는 다시 한 번 더욱 확고한 확인을 받게 된다. 기침한 사람이나 헬리콥터 조종사가 버스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태우지 말고 가버리라고 말한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하나의 논리적이고 일관된 전체로 맞아떨어진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경험하면 그냥 재수 없게 버스를 놓쳤다며 불운을 탓할 것이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는 그 일을 다르게 경험하고, 그 결과 사건들은 다른 의미를 띈다. 기침과 헬리콥터의 소음이 그 사람에게 매우 시끄럽게 들릴 수도 있고, 심지어 버스 소리조차 이상한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보통 사람은 이 일들에 대해 일상의 다양한 자극이나 사건과 유사하게 서로 무관한 별개의 일들로 받아들여 반응하지만, 조현병 환자는 그 모두를 하나의 패턴 속으로 엮어 넣는다. 그러므로 감각의 과도한 예민함, 입력되는 자극과 생각에 대한 논리적 사고능력의 손상이 모두 망상의 원인일 수 있다. 그들이 보기에는 이 특별한 사건들을 하나로 엮는 자신이 아니라 엮지 못하는 사람들이 미친 게 틀림없다.

문학에는 망상적 사고의 훌륭한 예가 많이 등장한다. 러시아 소설가 안톤 체호프AntonChekhov는 단편소설 〈6호 병실ПалатаNo.6〉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경찰관 한 명이 천천히 창가를 지나간다. 그건 아무 이유 없이 한 행동이 아니었다. 여기서는 두 남자가 집 근처에 가만히 아무 말 없이 서 있다. 왜? 그들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 그 후 이반 드미트리치는 잇달아 괴로운 낮과 밤을 보냈다. 창가를 지나가거나 뜰로 들어온 모든 사람이 그에게는 스파이 아니면 형사처럼 보였다.60

 

많은 경우 망상은 더 복잡해지고 통합된다. 단순히 감시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통제되거나 조종되거나 최면에 걸렸다고 확신한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해줄 확실한 증거를 찾으려고 항상 주의를 곤두세운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우리 모두가 매일 받는 어마어마한 양의 시각 및 청각 자극 중에서 그 증거를 찾아낸다. 이런 사례의 좋은 예로 내 병동에 있던 한 아일랜드 출신 노부인을 들 수 있다. 부인은 알 수 없는 외국의 어떤 첩보기관이 자신이 잠든 사이에 배선 장치 같은 것을 설치했고, 그 장치를 통해 그들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통제가 벌어지는 장소로는 천장을 지목했다. 어느 아침 나는 병동에 갔다가 일꾼들이 새로운 화재경보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을 보고 속이 상했다. 온갖 색깔의 전선들이 사방에서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부인은 나를 보더니 천장을 가리켜 보이고는 미소만 지었다. 부인의 망상이 빼도 박도 못하게 확인된 것이다!

도청을 당하거나 원격조종된다는 망상은 비교적 흔하다. 그 음모의 범인들로는 흔히 FBI나 CIA가 지목된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관련된 망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환자는 두피에 작은 상처를 입어 꿰맨 적이 있는데 그때 FBI가 자기 두개골 안에 무선조종장치를 꿰매 넣었다고 확신했고 FBI에 법정 소송을 걸려고 수차례 시도했다. 교장을 지낸 또 다른 사람은 자기 코 안에 무선조종장치가 심어져 있다고 확신하고, 큰 의료 센터 수십 군데를 찾아가고 심지어 유럽까지 가서 장치를 제거해줄 외과의를 찾으려 했다. 또 그는 자기 코를 찍은 엑스선사진도 가지고 다니면서 자기가 무선조종장치라고 믿고 있는 작고 하얀 얼룩도 보여주었다.

이 딱한 사람들의 친구들은 종종 논리적 설득으로 그들을 망상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시도한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왜 FBI가 당신을 통제하고 싶어 하겠냐고 질문하면 그런 건 의미 없는 질문이라며 능숙하게 내쳐버린다. 중요한 점은 FBI가 통제한다는 사실이며, 자기는 그 사실을 확증해주는 감각들(이상한 소음 같은)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각하는 왜곡된 자극들도, 비논리적이거나 비일관적인 사고 과정도 조현병 환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일을 방해한다. 망상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또 하나의 장애물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감시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은밀하게 행동하는 것, 예를 들어 모퉁이를 따라 조심스레 뛰어가고, 행인들의 얼굴을 불안하게 힐끔거리는 것이 논리적인 일이라 여겨진다. 그런 행동은 필연적으로 주목을 끌어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망상에 빠진 그 사람을 지켜보는 결과로 이어진다. “예전에는 내가 편집적이었던 거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진짜로 나를 감시하고 있다니까요”라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감시당하거나 박해당하거나 공격당한다는 망상은 보통 편집 망상paranoiddelusion이라고 한다. 편집성paranoia이란 상대적인 개념이다. 누구나 때때로 이런 저런 편집적인 상태를 경험한다. 일반인 사이에서도 편집적 사고는 꽤 흔하며, 특히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집단들 사이에 많다. 인터넷에는 www.stopcovertwar.com 같은 편집적 사고를 뒷받침하는 웹사이트들이 존재한다. 어떤 곳에서는 약간의 편집성이 생존에 유리한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복도 건너편에서 일하는 그 사람이 실제로 당신의 자리를 원해서 당신의 비망록을 훔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편집적 사고가 그 자체로 조현병은 아니다. 그것이 (이성에 의해서도 꿈쩍하지 않는) 명백한 망상으로 빠질 때에만 조현병일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경우에도 편집 망상은 조현병 외의 다른 뇌 질환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편집 망상은 때에 따라 위험해질 수도 있다. “편집적 시기에는 나의 신념들 때문에 내가 박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의 적들이 적극적으로 나의 활동을 방해하고, 나를 해치려 하고, 때로는 심지어 나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다.”61 편집적인 사람은 위협이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고 느끼면 먼저 공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모든 주에 있는 ‘정신이상 범법자 수용시설’에는 정당방위라고 믿고서 범죄를 저지른 조현병 환자 다수가 수용되어 있다. 바로 이 하위집단이 일반인들 사이에 조현병 환자 전체가 위험하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10장에서 논의하겠지만, 모든 조현병 환자를 고려하면 이 하위집단은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전혀 위험하지 않으며, 나는 도심의 어느 거리를 걷는 것보다 정신병원의 복도를 걷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망상에는 편집 망상 외에도 많은 유형이 있는데, 그중 과대망상gran-diosedelusion은 상당히 흔하다. “나는 날씨가 나의 내적인 기분에 반응하기 때문에 날씨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다고 느꼈고, 또한 다른 천체들과 관련해 태양의 움직임도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느꼈다.”62 과대망상은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이거나 성모 마리아, 대통령, 또 대단하고 중요한 어떤 사람이라는 믿음으로도 이어진다. 우리 병원에 입원한 한 환자는 자신이 마오쩌둥이라고 믿었다. 약물 치료를 시작한 다음 날 그는 자기가 그저 마오쩌둥의 동생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변화를 본 우리는 그가 회복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과대망상도 때에 따라 위험할 수 있다. 자기가 날 수 있다거나 가슴으로 총알을 막아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 믿음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상황으로 자신을 내몰아 충분히 예측되는 비극적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과대망상의 유형 중에는 흔하지는 않지만 너무 독특해서 그 자체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 대개는 유명한 사람이 자신을 깊이 사랑한다는 망상이다. 이런 사례들은 원래 프랑스의 정신의학자인 가에탕 가시앙 드 클레랑보GaëtanGatiandeClerambault 박사가 정욕 정신증psychosespassionnelles이라 부른 것으로, 지금은 흔히 드 클레랑보 증후군deClerambaultsyndrome 또는 색정광erotomania이라 불린다.63 내 환자 중에 에드워드 케네디EdwardKennedy 상원의원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여성은 그를 따라다니는 일에 모든 시간과 돈을 썼지만, 항상 그와의 거리를 유지했고, 그가 자신이 있는 걸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던 기막힌 이유를 수없이 만들어냈다. 또 한 환자는 몇 년 전 우연히 한 번 만난 남자와 약혼한 사이라고 믿었고, 하루 종일 그를 찾아 도심의 거리를 헤매 다녔다. 이런 망상에 빠진 환자 대부분이 조현병이지만, 소수는 양극성장애bipolardisorder인 경우도 있다. 이 환자들에게는 어떤 격정이 인생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는 망상도 비교적 흔하다. 내가 진찰했던 한 젊은 여성은 5년 동안 집에서만 지냈다. 자기가 밖에 나갈 때마다 자신의 정신이 다른 사람들을 조종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게 만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기 정신의 힘이 “마치 자석과 같아서 그 사람들도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환자는 자기가 ‘텔레파시의 힘으로’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결국 나는 북적이는 레스토랑에 가서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있는 동안 그들 모두의 기분을 행복과 웃음으로 바꿀 수 있다고 느끼는 지경까지 갔다.”64

또 다른 종류의 망상은 자기 생각이 머리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 라디오나 텔레비전으로 전파된다는 망상적 믿음이다. 이를 사고전파thoughtbroadcasting라고 하며, 이 망상이 있을 경우 조현병 신호로 여겨진다. 한 여성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종이테이프가 나의 한쪽 귀로 들어가 내 생각을 모두 그 위에 기록한 뒤 반대쪽 귀로 나온다고 믿었다.”65 그리고 한 젊은이는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며칠 전 나는 정말 화가 났다. 뉴스에 나온 사람들이 내 생각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사실을 아는 건 그들이 자기들이 하는 짓에 관해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자기들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게 싫다. 또 사람들이 나의 생각을 들을 수 있고 나에 관해 모든 걸 알 수 있다는 것도 싫다.66

 

때때로 이런 사람들은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국에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 자신의 생각을 방송하는 짓을 그만두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1999년의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그렇게 실제로 연락을 취하는 일이 비교적 흔하다고 한다.67

망상을 평가할 때는 망상의 내용을 각자가 속한 문화의 틀 안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떤 믿음 자체가 망상이 아니라, 같은 문화 혹은 하위문화에 속한 다른 사람들이 공유하는 믿음에서 얼마나 많이 동떨어졌는가에 따라 망상인지 아닌지를 구분한다.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뿌리를 내린”, 즉 마법을 건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는다고 믿을 경우, 만약 그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저지대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그는 완벽히 정상일 것이다. 그곳에서는 “뿌리내리기”에 대한 문화적 믿음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주의 부유한 스카스데일에서 자란 사람이 자신이 ‘뿌리 내림’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믿는다면 조현병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뿌리내리기rootwork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저지대 지역에 자리 잡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민속 주술인 후두hoodoo를 일컫는다.

소수집단들은 특히 문화에 의해 유도된 상당한 정도의 편집적 믿음을 지니고 있을 수 있고, 이런 믿음은 실제적 차별과 실제적 박해에 근거를 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하위문화 집단 중에서 망상적 사고가 병적인 성격을 띤 것인지 아닌지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신앙심이 매우 깊은 종교 집단에서 나타나는 과대망상이나 정보기관 직원들이 보이는 편집 망상 같은 경우가 그렇다. 자신이 성모 마리아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신참 수녀의 상태를 평가해야 하는 수녀원장이나,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CIA 요원 하나가 자신이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고 말할 때 그의 상사가 느낄 딜레마를 상상해보자. 조현병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가진 믿음을 검토할 때는 항상 문화적 맥락 안에서 살펴야 하고, 또한 그런 믿음은 조현병의 여러 측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망상의 측면이 있다. 망상은 일부 조현병 환자들에게서는 고정되고 변함없는 것일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망상이 가변적인 경우도 있고 확신의 정도도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다른 환자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믿고 있던 한 환자가 있었다. 그는 어느 날은 자기가 두려워하는 그 사람을 완전히 피하다가, 다음 날은 그와 유쾌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음 날 또 다시 그를 피하고는 했다. 이런 비일관성은 1890년에 정신의학자 플리니 얼PlinyEarle 박사도 눈여겨보았던 점이다. 그의 한 환자는 자신에게 “천조 명의 자녀가 있고 (…) 그들이 항상 서로를 살해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여인은 항상 조용하고 온화하며, 겉으로는 슬픔이나 불만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으며, 그 상상의 자녀들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억지로 들어가려는 시도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68 망상적 사고에 대해 이렇게 일관성 없이 반응하는 것은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로서는 무척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환각은 조현병에서 매우 흔한 증상으로, 과도하게 예민한 감각에서 시작된 스펙트럼의 가장 끝부분에 해당한다. 시각을 예로 들어보자. 스펙트럼 한쪽 끝에는 시각의 과도한 예민함이 있다. 다시 말해서 빛이 너무 밝고 색상들은 더욱 눈부신 색조를 띤다. 이 스펙트럼의 가운데에는 시각적 자극의 전반적 왜곡(착각illusion이라고도 한다)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개가 호랑이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그리고 스펙트럼 가장 끝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보는 현상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진짜 환각이다. 환자들이 들려주는 경험에는 대개 스펙트럼 상의 다양한 지점이 섞여 있다.

시각이나 청각 자극의 전반적 왜곡은 조현병 경험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이 현상은 내가 처음으로 그걸 경험한 때를 이야기하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브리지게임 테이블에 앉은 네 사람 중 하나였다. 한 게임에서 내 파트너가 3클럽을 비딩했다. 내 패를 보니 숫자가 작은 클로버 한 장뿐이었다. 내 패는 약했지만 그래도 그를 이기도록 비딩해야만 했다. 결국 나의 비딩이 이겼다. 파트너가 패를 펼쳐놓자 그의 패에는 숫자가 작은 클로버 두 장뿐이었다. 나는 곧바로 왜 3클럽으로 비딩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렇게 비딩하지 않았다고 했고, 테이블에 있던 다른 두 사람도 그렇게 말했다. (…) 게다가 파트너는 내가 3클럽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실제로 다른 비딩을 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 내 신경계의 어딘가에서 그가 실제로 말한 단어는 차단되고 다른 단어의 환각으로 대체되었던 것이다.69

브리지는 참가자 4명이서 마주 보는 두 사람씩 같은 조가 되어, 트럼프 카드 52장을 13장씩 나눠 가지고 하는 게임이다. 4명이 카드를 한 장씩 내고 그중 숫자가 가장 높은 카드가 이기는 것인데, 이 4장 1벌을 1트릭이라고 하며, 따라서 한 게임은 13트릭으로 이루어진다. 비딩은 게임 시작 전에 으뜸패를 정하고 게임에서 획득할 트릭수를 선언하는 것이며, 본문에서 ‘3클럽’이란 클럽(클로버)을 으뜸패로 하여 레벨3(13트릭 중 9트릭을 이기는 것을 말한다)으로 이기겠다고 비딩했다는 뜻이다.

 

이 사례에서는 어떤 유형의 자극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화자는 그 자극을 심하게 왜곡된 방식으로 보거나 들었다. 마치 그 사람의 뇌가 속임수를 쓰는 것처럼 말이다.

진짜 환각, 그러니까 처음부터 아무 자극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환각이 생기는 데에는 더욱 심각한 속임수가 작동한다. 뇌가 듣거나 보거나 촉감을 느끼거나 냄새 맡거나 맛보는 일을 지어내는 것이다. 그런 경험은 당사자에게는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 환각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그 목소리는 진짜 사람이 말하는 목소리만큼 선명하게, 때로는 그보다 더 선명하게 들릴 수 있고, 조현병 환자는 그 목소리와 말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환자의 주변 사람들은 보통 그런 ‘상상의’ 목소리들을 비웃거나, 의미를 축소하거나, 실제로 그 소리를 듣는다는 사람의 말을 믿지 않으려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은 그 소리를 듣는다. 뇌가 그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에서 그 목소리는 실제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환자의 감각기관이 오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청각적 환각auditoryhallucination, 즉 환청은 조현병의 환각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다. 너무 특징적인 조현병 증상이기 때문에 진짜 환청을 듣는 사람은 다른 경우로 증명될 때까지는 조현병으로 가정해야 한다. 환청도 여러 가지 형식을 띨 수 있다. 단순하게 쉭 하는 소리나 쿵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포의 유명한 단편소설 〈고자질하는 심장〉에 나오는 심장 뛰는 소리도 그런 예에 속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나는 무척 창백해졌죠. 하지만 나는 유창하게, 고조된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런데도 그 소리는 점점 커졌는데,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그건 낮고 둔탁하고 빠른 소리였어요. 마치 솜으로 싸놓은 시계에서 나는 소리와 아주 비슷했죠. 나는 숨이 차서 헐떡거렸어요. 그런데도 경찰관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더군요. 나는 더 빨리, 더 맹렬하게 말했지만, 그 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기만 했어요. 경찰관들은 왜 안 갈까요? 나는 마치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흥분하고 분노해서 그러는 것처럼 무거운 발걸음으로 마루 위를 성큼성큼 왔다 갔다 했어요. 그래도 그 소리는 계속 커지기만 했어요.70

 

환청은 하나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나는 매일 같이 아무 일관성도 없고 맥락도 없는 말들을 나의 신경에 대고 수백 번 반복해서 속삭이는 소리를 들어왔다. ‘도대체 왜?’, ‘왜냐하면’, ‘왜냐하면 내가’, ‘그게 아니면’, ‘그에 관해서는’ 같은 말들을.71

 

혹은 여러 개의 목소리이거나 심지어 합창일 수도 있다.

 

어디에나 음악이 있었고 리듬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러나 계획은 항상 무산되었다. 나는 천사들의 합창 같은 소리를 들었다.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천사들의 합창은 계속해서 병원 주위를 떠돌았고, 잠시 후에는 바로 내 윗방에서 아기 양이 태어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72

 

환청은 이따금만 들릴 수도 있고 끊임없이 들릴 수도 있다. 이따금 들리는 경우에는 내 임상 경험상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가장 자주 들린다.

 

거의 7년 동안, 잠자는 시간만 제외하고, 목소리들이 들리지 않은 때는 한순간도 없었다. 목소리들은 언제 어디서나 나를 따라다녔다. 내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도 계속 소리를 냈고, 책이나 신문을 읽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도 단념하지 않고 계속됐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또는 나 자신에게 큰소리로 말할 때만, 더 큰 말소리에 묻혔고 그래서 나에게 들리지 않았다.73

 

나도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진료해왔다. 한 불운한 여인은 20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목소리들을 들어왔다. 목소리들은 그녀가 텔레비전을 보려고 할 때면 유난히 더 커져서 텔레비전을 전혀 볼 수 없었다.

대다수의 경우 환청의 목소리는 남자 목소리이며 불쾌한 목소리다. 대개는 비난하는 목소리로, 실제로 한 행위이든 상상의 산물이든 간에 과거의 잘못에 대해 듣는 이를 신랄하게 공격하며 욕도 자주 한다. 목소리가 뭐라고 말했냐고 물어도 그 내용이 창피하다고 느껴 알려주지 않는 환자도 많다. 결국 자살한 한 환자는 그 목소리를 ‘끊임없는 정신적 강간 상태’라고 표현했다.74 많은 환자가 그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나는 그 목소리가 나를 공격하는 걸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할 수 있는 최대한 맞서 싸운다. 때로는 내가 그 목소리들에게 너무 큰소리로 고함을 질러서 내가 지내고 있는 정신질환 수용시설의 간호사가 내게 주사를 놓기도 한다. 혼자서 흥분을 가라앉힐 때도 있다. 지금은 그 목소리들에게 예전처럼 많이 고함을 지르지는 않는다. 도저히 무시가 안 될 때는 그들의 목소리보다 조금만 더 큰 소리로 받아치려고 노력 중이다.75

 

소수의 경우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릴 때도 있다. 위에서 인용한 사랑스러운 음악이 들리는 경우처럼 말이다. 때로는 목소리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내게 자신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한 환자가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좋아지고 있다는 걸 알아요. 내 목소리가 그렇게 말했거든요.”

청각적 환각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지금은 상당히 잘 밝졌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사용한 최근 연구들은 지속적으로 환청에 시달리는 조현병 환자들의 뇌를 정밀검사하고 정상인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환청이 상측두이랑superiortemporalgyrus과 하두정소엽inferiorparietallobule이 만나는 부분, 그중에서도 특히 오른쪽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냈다.76 이 영역은 흔히 측두엽-두정엽 연접부temperoparietaljunction,TPJ라 불리며, 뇌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두 영역 중 하나가 여기에 포함된다.77 이 부위가 환청과 연관된다는 사실은 이 부위가 조현병 증상을 일으키는 데 일차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연결망과 연결되어 있다는 다른 증거들과도 논리적으로 일관된다. 이 내용에 관해서는 5장에서 더 이야기할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한 사람들도 조현병이 생긴 후 환청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주제다.78

시각적 환각, 즉 환시 역시 발생하지만 환청만큼 자주 나타나지는 않는다. 한 환자는 시각적 환각의 다양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초기 단계에는 색깔이 있는 섬광 불빛이 흔히 나타났다. 이런 것들은 멀리서 보이는 빛줄기의 형태나 근처에서 빛을 발하는 지름 30센티미터 정도의 원반 형태를 띠었다. 또 다른 유형은 대여섯 번 정도 발생했는데, 빈 표면에 단어나 상징 들이 나타난다.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현상으로, 내가 읽고 있던 책에 실제로 인쇄된 내용을 환각 내용이 대체해버리는 일도 이따금 일어났다. 이런 경우에는 내가 읽고 있던 구절이 내 눈 앞에서 녹아 사라지고 또 다른 구절, 때로는 완전히 다른 구절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79

 

환시는 보통 환청과 함께 나타난다. 환시만 나타날 때는 조현병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다른 많은 뇌 질환, 특히 약물중독과 알코올 금단은 순수하게 시각적 환각만을 일으키기기 때문에 환시만 나타나는 경우에는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금단으로 진달될 확률이 더 높다.

망상과 마찬가지로 환각도 문화적 맥락 안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중세에는, 그리고 오늘날에도 일부 종교 집단에서는 시각적 환각이 드문 일이 아니기에 반드시 정신질환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탈리아 정신의학자 실바노 아리에티SilvanoArieti80는 신앙심이 매우 깊은 사람들의 환각과 조현병의 환각을 구별하려 시도하며 다음 범주들을 제안했다. (1) 종교적 환각은 대개 시각적이며, 조현병 환각은 대부분 청각적이다. (2) 종교적 환각은 보통 그 사람에게 명령을 전달하는 자애로운 안내자 혹은 조언자와 관련된다. (3) 종교적 환각은 보통 기분 좋은 환각이다.

냄새나 맛의 환각, 즉 환후와 환미도 드물지만 발생하기는 한다. 한 환자는 냄새 환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나는 몇 차례 후각적 환각을 경험했다. 이런 환각들은 마치 코 바로 근처 어디선가 나는 냄새를 맡는 것 같은 느낌이다. 때로는 냄새가 생각하고 있는 내용과 상징적 관계가 있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지옥에 떨어지는 위험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유황 냄새가 나는 식이다.81

 

미각적 환각은 대개 익숙한 음식에서 다른 맛을 느끼는 것이다. 편집형 조현병paranoidschizophrenia이 있는 내 환자 중에 음식 맛이 ‘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자기 음식에 독이 들었다고 단정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실 음식 맛이 갑자기 변한다면 누군가 그 음식에 뭔가를 더 집어넣었다고 의심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촉각적 환각도 조현병 환자에게서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리 흔하지는 않다. 내가 돌보던 한 여성 환자는 자기 얼굴 피부 아래로 작은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것을 느꼈다. 그 일로 환자가 느낀 감정은 기분이 나쁘다는 말 정도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다른 환자는 통각적 환각을 경험했다.

 

환각의 통증을 느끼는 사람에게 그 통증은 실제 통증과 똑같이 느껴진다. (…) 그 통증 환각을 느끼는 사람은 실제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다.82

 

 

자기 감각의 변질

 

많은 조현병 환자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가운데 망상 및 환각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 하나 더 있다. 정상인 사람들은 명확한 자기 감각senseofself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신체가 어디서 끝나고 무생물 대상들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안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 그것이 자신에게 속한 것임을 안다. 이런 문장을 말하는 것조차 정상인들에게는 어리석은 일처럼 여겨지며 그들로서는 다른 가능성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는 다르게 상상할 수 있다. 자기 감각이 변질되는 일이 조현병에서는 드물지 않다. 어떤 사람이 묘사했듯이 “내게는 나 자신과의 접촉감이 없다. 내가 좀비 같이 느껴진다. (…) 나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83 이러한 자기 감각의 변질은 신체감각의 변질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한 조현병 환자는 내게 아래와 같이 묘사한 편지를 보내왔다.

 

내 신체는 내 시각과 동일한 형태의 왜곡을 겪었고, 그러한 왜곡은 몸 전체에 걸쳐 모습을 드러냅니다. 움푹 들어간 곳들과 산등성이처럼 굴곡 진 부분들, 고통스러운 변형들이 온몸을 뒤덮고 있는 느낌이에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들은 훨씬 더 크고 무겁고 더 시선을 끄는 느낌이 들고, (…) 손과 팔, 다리는 때때로 실제로 있는 위치에서 1인치쯤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손가락들은 때에 따라 평소보다 더 길어 보였다 짧아 보였다 하고요. 얼굴은 실제보다 두 배는 더 긴 느낌이 듭니다.

 

자기 감각 변질의 범위는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 위치한 위와 같은 신체 지각 왜곡에서부터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구분하는 걸 혼란스러워하는 일까지 걸쳐 있다.

 

한 젊은이는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과 대화 상대를 구별할 수 없어 자주 혼란에 빠졌다. 그는 누구의 생각이 누구에게서 처음 나왔는지를 파악하는 감각을 상실한 것 같았고, ‘마치’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인지 ‘자신을 침범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경험은 그의 정체성을 산산조각 내버리고 극심한 불안을 불러왔다. 거리를 걸을 때면 상점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무심코 보는 일을 피하려고 바짝 신경을 쓴다. 자기가 진짜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불확실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84

 

극단적인 경우지만 일부 조현병 환자들은 자기 사진을 보고도 자신임을 알아보지 못한다.85 어떤 남자 환자는 본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누구냐고 묻자 “남자네요”라고 대답했다.

한 환자는 자신의 신체 부위가 마치 서로 관계를 끊고 분리된 것처럼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한 환자는 그 느낌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무릎이 휘청거리고 가슴은 내 앞에 있는 산 같고, 몸동작들도 달라졌습니다. 팔과 다리는 내게서 멀리 떨어져 각자의 길을 가고요. 그럴 때 나는 내가 다른 사람 같이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의 동작을 흉내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어쩔 땐 그냥 멈춰서 조각상처럼 서 있어요.86

 

한 여성은 자기 몸이 어디서 끝나고 나머지 세상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잘 알 수 없는 혼란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는 내 신체 기능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내가 소변을 볼 때 밖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으면, 세상을 적시고 있는 게 내 소변인지 아닌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그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혔다.”87

자신의 성적 특성에 대한 불확실함도 조현병 환자에게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데, 자기 몸이 여성적 외형을 띤다고 믿었던 다음 남자 환자도 그랬다.

 

내 가슴은 여성의 잘 발달한 가슴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 현상은 직접 자신의 눈으로 나를 관찰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었다. (…) 흘낏 한 번 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걸 알아보려면 관찰자는 내 곁에서 10~15분을 보내는 수고를 해야 했다. 그러면 그들은 내 가슴이 주기적으로 부풀었다가 줄어드는 것을 알아차렸다.88

 

신체에 관한 촉각적 환각이나 망상 증상까지 있다면 자기 감각의 변질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카프카의 대표 소설 《변신》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소설에서 그레고르는 아침에 잠에서 깬 뒤 서서히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했음을 깨닫는다. 카프카의 글에 등장하는 이런 부분들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카프카 본인이 조현병 증상을 겪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지금은 이러한 감각 변화의 원인이 조현병의 질병 과정에 관여하는 뇌 부위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5장에서 다룰 것이다.

 

 

감정 변화

 

감정emotion 변화, 혹은 전문가들이 자주 쓰는 말로는 정동affect,情動 변화는 조현병에서 가장 흔하고도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조현병 초기 단계에서는 우울감과 죄책감, 공포감, 순식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까지 모두 나타날 수 있다. 후기에는 감정이 둔해지고 마비되는 것이 더욱 두드러지며, 감정을 전혀 못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이는 조현병 환자의 대인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고, 사람들이 환자들을 더욱 피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람이 표현하고 타인이 관찰할 수 있는 기분이나 감정. 외부 요소에 의해 일시적으로 급격히 일어나거나 변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가슴이 뛰거나 땀이 나거나 하는 등의 신체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

우울증은 조현병 진행 과정에서 매우 흔히 나타나는 초기 증상이지만 자주 간과되는 증상이기도 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81퍼센트가 (…) 명백한 우울 삽화를 경험했다”고 한다.89 환자 중 절반은 망상이나 환각이 시작되기 이전에 우울 증상이 나타났다. 이런 우울증은 대부분 생물학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다시 말해 조현병 질병 과정의 일부로서 뇌에서 일어난 신경화학적 변화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경우는 환자 자신이 병들고 있음을 자각하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우울 증상이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우울증의 비극적이고도 드물지 않은 후유증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살이다. 이에 대해서는 10장에서 다룬다.

조현병 초기에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요동치는 급격한 변화도 겪을 수 있다. 온갖 종류의 과장된 감정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데, 특히 앞에서 이야기했던 절정경험과 관련해 과장된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게 정신증이 발발하고 첫 2주 동안, 정신증적 현상의 가장 지배적인 요소는 종교적 경험이었다. 그 시기의 가장 중요한 종교적 경험의 형식은 종교적 황홀경이었다. 나 자신에게 내가 메시아라는 집착적인 생각을 설득하기 위해 입 밖으로 말하는 내 목소리가 환각의 배경으로 깔렸다. 정동의 측면에서 지배적이었던 것은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안녕감이었다.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느낌이었다. 내 모든 욕구가 충족될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이런 희열의 상태와 더불어 나는 전신에서, 특히 등에서 부드러운 온기를 느꼈고, 내 몸에서 체중이 없어져 살며시 공중을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90

 

초기 단계에 흔히 경험하는 또 하나의 감정은 죄책감이다.

 

나중에 돌이켜보았을 때는 더 이상 그 환상들에 대해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때의 죄책감에는 실질적인 대상도 없었다. 그 감정은 하나의 특정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매사에 만연해 있고 너무나 거대했다. 그것은 처벌을 부르는 죄책감이었다. 벌은 실제로도 끔찍하고 가학적이었다. 죄책감을 느끼는 그 자체가 바로 벌이었다. 자신을 죄인으로 느끼는 것이야말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기 때문에, 그것은 벌 중의 벌인 것이다.91

 

두려움 역시 환자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증상이며, 대개 구체적인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 뭐라 이름 붙일 수는 없지만 언제 어디서나 떨쳐지지 않는 두려움이다. 한 젊은 조현병 환자가 이런 두려움을 잘 묘사했다.

 

나는 통제할 수 없는 두려움을 안고 지하실에 앉아 있었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는 내 고양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무서움에 사로잡혔다.92

 

과장된 감정은 대체로 초기 단계를 넘어선 환자에게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그때도 그런 감정이 계속 나타난다면 조현병 진단이 정확한지 의심하는 게 좋다. 그런 느낌과 감정들이 유지되는 것은 조현병과 양극성장애를 명확히 나누는 구분선 중 하나다.(2장 참고) 과장된 감정이 초기 단계를 지나서도 현저한 정도로 유지된다면, 양극성장애가 정확한 진단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일부 환자들은 과장된 감정을 경험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증거들도 있다. 이 분야 연구들을 검토한 논문에 따르면, “감정적 커뮤니케이션을 처리하는 통제력이 조현병 환자 사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문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93 이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된 한 가지 연구 기법은 조현병 환자들에게 사진에 담긴 사람의 감정을 묘사하는 과제를 주는 것인데 다수가 이를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이 대조군 참가자들에 비해, 순한 표정과 극단적 표정까지 포함해 모든 감정과 중립적 표정을 인지하는 일에서 서툴다는 결과가 나왔다.”94 이렇게 타인의 감정을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많은 조현병 환자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과 친구 사귀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조현병 환자가 경험하는 감정 변화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부적절한 감정 또는 둔하고 마비된 감정이다. 조현병이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둘 중 하나가 나타나지 않거나 심지어 둘 다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부적절한 감정은 앞에서 든 전화교환수의 비유만 생각해도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다. 교환수가 입력되는 자극에 엉뚱한 생각을 연결했던 것처럼, 감정도 엉뚱한 것을 연결한다. 착신 통화에 슬픈 소식이 담겨 있더라도 교환수가 즐거움과 연결해버린 탓에 환자가 웃는 것이다. 부적절한 감정 반응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환자의 머릿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른 일들이 웃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 가지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대여섯 가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말하고 있는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일로 내가 웃으면 내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괴상하게 보일 테지요. 그들은 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내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것이 떠돌고 있는지 모르니까요. 예를 들어 내가 선생님한테 상당히 심각한 뭔가를 얘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웃긴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나는 그 때문에 웃음을 터뜨리지요. 내가 한 번에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바보 같이 보이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95

 

이런 부적절한 감정은 조현병의 가장 극적인 양상을 만들어낸다. 환자가 갑자기 아무 뚜렷한 이유 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이는 조현병 환자와 함께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들이 흔히 보는 광경이다.

둔하고 마비된 감정은 병의 초기 단계에서는 은근하고 미묘한 정도로만 나타날 수 있다. 채프먼은 “조현병 경험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 과정이 손상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96 조현병에 걸리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 자신을 대입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상실된다. 병이 진행될수록 감정이 밋밋해지거나 둔감해지는 것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처음 발병했던 시기에 나는 화, 분노, 원망 같은 감정을 평소에 느끼던 정도로 강렬하게 느끼지 않았다. 지배적인 심적 태도는 반감, 소원함, 두려움 같은 것들이었다.”97

감정이 구체적인 대상들과 완전히 분리되는 일도 있는데 이럴 때 환자에게는 텅 빈 공백만 남는다. 한 환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통렬하게 표현했다.

 

어떤 일을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들이 기계적이고 무서운 무언가에 의해 처리되었다. 그것이 무서운 이유는 일을 할 수는 있지만, 하고 싶어 하거나 하기 싫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고통을 서서히 건강하게 낫게 해주는, 건설적인 치유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사라졌다.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해야 할 감정이 모두 밖으로 나가버렸고 다시 돌아오기를 갈망하지만, 돌아올 힘까지 모두 갖고 나가 버린 뒤였다.98

 

조현병 환자인 마이클 웩슬러MichaelWechsler는 이를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깔끔하게 요약했다. “정말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상태로 깨어 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을 거예요.”99

감정이 둔해지는 증상이 아주 오래 진행되어 후기로 가면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일단 일어나면 환자를 상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된다. 내게도 그런 환자가 두 명 있었는데 그들에게서는 어떤 조건에서도 아무 감정도 이끌어낼 수 없었다. 그들은 예의 바르게 행동했고 가끔 고집을 부리기는 했지만 결코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섬뜩하게도 꼭 로봇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이 중 한 사람은 자기 집에 불을 지르고는 앉아서 평온하게 텔레비전을 보았다. 집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리자 그는 차분하게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이런 사례들에서는 뇌 손상이 감정 반응 조절 중추에 심각한 영향을 입힌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뇌의 이 영역이 그만큼 완전히 손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조현병 환자가 실제로도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조현병 환자가 감정을 매우 자극하는 영화를 보는 장면을 촬영한 한 연구에서는 그들이 겉으로 감정을 많이 표현하지는 않았음에도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많이 느꼈다고 보고했다”는 결과를 얻었다.100 조현병 아들을 둔 어머니 진 부리시어스JeanBouricius는 아들이 쓴 글 중에서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그의 감정을 매우 둔하고 마비되었다고 평가했던 당시에도 겉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매우 강렬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내용들을 모아 출판했다. 그의 글에는 이런 문장들이 포함되었다. “외로움에는 노래가, 사랑과 고통의 노래가, 달콤한 해방과 미래의 희망이 필요하다.” “나는 부드럽게 눈을 감고 한밤에 부는 바람의 일부가 된다. 그 바람 속에서는 감정이 질식당하고 울음은 전혀 빠져나갈 수 없다.”101 조현병 환자 중 겉보기에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내면에서는 강렬한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갈수록 더 분명해지고 있다.

감정이 둔해지는 것과 자주 연관되는 증상들로 냉담함, 느린 동작, 욕구 결여, 줄어든 생각과 말(보통 생각과 말의 빈곤이라고도 불린다)이 있다. 이러한 복합 요소들은 여러 해 동안 병을 앓은 환자들에게서 자주 보이고 흔히 조현병의 ‘음성’ 증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2장에서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이런 환자들은 욕망이 없고 무엇에도 관심이 없으며 아무것도 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의지가 다 사그라진 것 같은데, 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통찰력이 뛰어난 한 환자는 이러한 상태를 유머 감각을 곁들여 표현했다. “아직 내게는 내가 ‘빈곤’이라 부르는 것들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생각과 감정과 친구와 현금의 빈곤 같은 것.”102

오늘날에는 조현병 환자가 둔한 감정과 무관심을 흔히 경험하는 이유는 조현병 치료제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생각이 유행처럼 번져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아주 조금만 진실이다. 조현병 치료에 쓰는 많은 약에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거나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7장 참고). 그러나 감정이 둔하게 마비되고 의욕이 희박해지는 것은 병 자체의 결과지 약의 영향이 아니다. 이는 그 약물들이 도입되기 전 문헌에 묘사된 환자들의 모습만 봐도 쉽게 증명된다. 예전의 묘사에서도 마비된 감정과 무관심은 오늘날 못지않게 두드러지는 조현병 증상이었다.

 

 

동작 변화

 

근래에는 동작 변화도 조현병 치료의 부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실제로도 항정신병약물과 리튬lithium은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이나 팔, 몸통 전체의 급작스런 움직임 같은 동작 변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현병 진행 과정 자체도 그런 동작 변화를 유발할 수 있고, 이런 변화는 현대의 약물이 등장하기 오래 전부터 조현병에 대한 묘사에 분명히 나와 있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현병의 동작 변화에 관한 한 연구는 그런 변화들이 “보수적으로 정의한 조현병의 거의 모든 사례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그것이 질병 과정의 결과일뿐 환자가 복용한 약물의 결과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103 또 다른 연구에서는 병세가 완화된 환자 중 절반이 자신의 동작이 변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104 동작이 더 빨라진 사람들도 있었고, 더 느려진 사람들도 있었다. 어정쩡함이나 서투른 느낌이 비교적 흔했고, 병에 걸리기 전에 비해 뭔가를 흘리거나 걷다가 뭔가에 걸려 비틀거리는 일도 더 잦아졌다.

동작의 또 다른 변화로는 자발성이 감소하는 것을 들 수 있는데, 환자 본인도 이를 의식할 수 있다. “나는 자발성이 전혀 없었고, 그 결과 매우 소심해지고 부자연스러워졌다.”105 어떤 환자들은 걸을 때 자연스럽게 팔이 흔들리는 동작이 줄어들기도 했는데, 일부 연구자들은 이런 사실을 보고 조현병에 영향을 미치는 뇌 영역이 소뇌cerebellum나 기저핵basalganglia일 수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tic이나 떨림, 혀 동작, 빠는 동작 등 반복적인 동작도 볼 수 있다. 환자 대다수가 약 부작용으로 이런 증상이 생기며 소수지만 약보다는 질병 과정 자체의 결과인 경우도 있다. 눈 깜빡임 같은 미세한 동작들도 조현병 때문일 수 있다.106 일부 조현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훨씬 적다. 일부는 약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사실주의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deBalzac도 19세기 초에 그런 환자의 모습을 묘사한 적이 있다. “[그는] 밤이고 낮이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습 그대로, 다른 사람들처럼 눈꺼풀을 올리거나 내리지도 않고 시선을 고정한 채 서 있었다.”107

얼굴, 목, 어깨 등에 급격하고 율동적으로 반복해서 일어나는 불수의 운동. 눈을 깜박이는 운동, 고개를 끄덕이는 운동, 고개를 갸웃거리는 운동, 머리를 흔드는 운동, 혀를 차는 운동 등을 심하게 반복하는 증세를 들 수 있다.

물론 조현병에서 가장 극적인 동작 변화는 긴장증catatonia 행태다. 긴장증 증상이 있는 환자는 아무 움직임 없이 몇 시간이고 있을 수 있고, 만약 누군가가 팔 위치를 바꿨다면, 새로운 자세 그대로 한 시간 이상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긴장형 조현병catatonicschizophrenia은 20세기 초에는 흔했지만 갈수록 드물어졌다. 긴장증 증상은 보통 약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고쳐지는데, 그중 항정신병약물 사용을 꼽을 수 있다.

 

 

행동 변화

 

행동 변화는 대체로 조현병의 일차 증상이라기보다는 이차 증상이다. 이 말은 조현병 환자가 보이는 행동은 대개 뇌에서 일어나는 다른 일들에 대한 반응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조현병 환자가 과도하게 예민해진 감각에 시달리고 있고 입력되는 자극들을 종합하는 능력을 상실했다면, 그 사람이 구석으로 물러나 웅크리고 있는 행동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조현병에서 보이는 다른 많은 행동도 이와 유사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위축되는 것,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조용히 머무르는 것, 움직이지 않는 것은 모두 조현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흔한 행동이다. 이런 행동 중 가장 극단적인 것이 오랫동안 한 자세를 유지한 채 머물러 있는 긴장증과 말을 전혀 하지 않는 함구증mutism이다. 긴장증과 함구증은 조현병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며 덜 극단적인 증상인 위축과 정지immobility와 함께 한 부류로 묶을 수 있다. 조현병 환자가 위축되거나 침묵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때로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건 내가 길을 걷고 있을 때 찾아옵니다. 나는 갑자기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고 일종의 무아지경에 들어가죠. 생각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서 마치 세상 밖으로 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108

 

아니면 감각 자극들이 입력되는 속도를 늦추어 뇌가 그 자극들을 정리하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빨리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내가 너무 빨리 움직이면 뭔가 붕괴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나는 아주 잠시 동안만 버틸 수 있고 그런 다음에는 멈춰야만 합니다. 만약 계속한다면 만사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없게 돼요. 소리와 소음과 움직임들만 인식할 수 있죠. 모든 게 뒤죽박죽된 덩어리가 되어버려요. 완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이런 일을 멈출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하면 모든 걸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109

 

시각 자극과 청각 자극을 통합해야 할 때처럼, 동작들도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기 위해 속도를 늦춰야 할 때도 있다.

 

이제는 내가 하는 동작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 예를 들어 앉으려고 한다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면서 실제로 앉기 전에 내가 앉는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상상해야 합니다. 씻는 것, 먹는 것, 옷 입는 것처럼 한때는 아무 문제없이 전혀 생각하지 않고서 했던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고요. (…) 이 모든 게 지금의 나를 훨씬 느릿느릿한 사람으로 만들었지요.110

 

조현병 환자에게서는 다른 특이한 행동들도 볼 수 있다. 의식적 행동ritualisticbehavior도 드물지 않다. 어떤 환자들은 반복적으로 원을 그리며 걷고, 내가 아는 한 환자는 문을 통과할 때는 항상 거꾸로 걷는다. 그리고 이런 의식적 행동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케이크를 만들 때 계란을 특정한 방식으로 휘저어야만 한다고 느끼는 다음 여성의 예를 보자.

 

작업을 하다 보면 변화가 왔다. 케이크 재료들이 특별한 의미를 띠기 시작하는 것이다. 케이크 만드는 과정이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특정 단계들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만 휘저어야 했고, 또 다른 때는 반드시 일어서서 동쪽을 향해 반죽을 쳐야 했으며, 계란 흰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접듯이 거품을 쳐야 했다. 그리고 이 각각의 방식에는 복잡한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나는 이런 이유들이 새롭고 낯설고 예상치 못한 것임을 인식했지만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내가 의문을 품든 말든 반드시 지켜야 할, 이미 최종적으로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이었다. 각각의 저항할 수 없는 충동에는 그만큼 저항할 수 없는 설명이 따랐다.111

 

특정한 몸짓을 반복하는 일도 자주 있다. 아주 논리적인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괴상해 보일 뿐이다. 한 환자는 자기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리드미컬하게 흔들었는데 그러면서 자기 정신에서 쓸데없는 생각을 흔들어 떨쳐버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머리가 원치 않는 생각들을 “청소하는 걸 도와주려고” 머리를 마사지했다.112 바로 이런 의식적 행동과 반복적 행동 때문에 때때로 조현병 환자가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disorder라는 오진을 받기도 한다. 강박사고obsession와 강박행동compulsion은 실제로 조현병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그러나 순전한 강박장애 환자에게는 사고장애, 망상, 환각 등 다른 조현병 증상은 없다.

특정한 자세를 취하는 조현병 환자도 있다. 내 환자 중에는 항상 왼손을 어색하게 왼쪽 어깨에 올린 채로 마치 행진하듯 인도를 끝도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이가 있었다. 불편해 보였지만 그는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로 항상 그런 자세를 취했다.

간혹 앵무새처럼 누군가 자신에게 한 말을 모조리 따라서 반복하는 증상도 있다. 이를 정신의학 용어로는 메아리증echolalia,반향언어증이라고 한다. 채프먼은 단어들을 반복하는 것이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흡수하고 통합해 처리할 시간을 주기 때문에 환자에게 유용할 거라고 생각한다.113 훨씬 더 드물게 나타나지만 행동을 따라하는 동작모방증echopraxia도 있다. 이런 증상은 자기self의 경계선이 사라져 자신의 몸이 어디서 끝나고 타인의 몸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 수 없게 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조현병 환자의 친구나 친족이 가장 걱정스러워하는 부분은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인데, 왜 그런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병동에서 부적절하게 행동하던 환자들도 병원 밖으로 나갔을 때는 꽤 적절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가장 병세가 심한 병동의 환자들이 공공장소에 갔을 때 보이는 모습은 언제나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럴 때 그들을 남달라 보이게 하는 것은 대개 행동보다는 (전형적으로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복장이다. 병세가 심해서 공공장소에서도 부적절한 행동(아무 데서나 소변보기, 드러내놓고 수음하기, 사람들에게 침 뱉기 등)을 계속하는 환자도 있지만, 그런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그중 일부는 적절한 약물 치료나 조건화 기법으로 행동을 개선할 수 있다.

우리는 조현병 환자의 행동이 자기 내면의 논리와 이성에는 완벽히 부합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장애가 생긴 그들의 감각과 사고를 기준으로 볼 때, 환자 자신은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말이다. 남들에게는 그들의 행동이 비합리적이고, ‘정신 나간’, ‘미친’ 행동, 그러니까 조현병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병에 걸린 본인에게는 그 행동에 ‘정신 나갔’거나 ‘미친’ 점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약사가 자신의 정신을 조종하고 있다고 믿던 한 환자는 “그가 내뿜는 영향력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그의 약국을 중심으로 지름 1.6킬로미터 거리를 두고 빙둘러서 피해다니는 것뿐”이라고 판단했다.114 또 자신이 ‘혐오스러운 설인’, 즉 예티Yeti라고 믿었던 한 오하이오 사람은 “알래스카로 몰고 가서 ‘세상을 구하려는’ 목적으로 도로 청소용 차량을” 훔쳤다.115

조현병 환자의 기이한 행동은 대부분 사고 과정에 발생한 장애의 결과지만, 일부는 조현병과 관련된 뇌의 생리학적 변화로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조현병 환자 중에는 체온조절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아주 더운 날씨에도 옷을 여러 겹 껴입는 환자들이 있다.116

사실상 조현병 환자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환자 본인에게는 합리적이다. 멀찍이 떨어져 구경하듯 보는 외부인에게만 ‘미친’ 언행이다. ‘미친’이란 말이 비합리적인 것을 뜻한다면, 시간을 들여 그들의 말을 들어보는 사람에게는 조현병 환자가 전혀 ‘미친’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