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글

무차별적 상승세의 타성에서
벗어나야 할 때

 

 

 

 

 

금융시장의 한복판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시작한 지도 3년 반이 넘었다. 투자자들을 위한 유익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보람이 크기에 안색이 나날이 거무튀튀해져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삼프로tv」 운영의 또 한 가지 즐거움은 다방면의 뛰어난 인재들과 늘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잖은 뛰어난 인재들 중에서도 매번 만날 때마다 그 지식의 깊이에, 그리고 그보다 더 대단한 열정에 놀라게 되는 이가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오건영 부부장이다.

2년 전쯤 그가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라는 다소 무겁고 생경한 제목의 첫 책을 냈을 때 우연히 방송에 한 번 출연했는데, 그게 이 출중한 분석가와의 첫 만남이었다.

 

당시의 흥분과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지혜의 넓이도 그러려니와 어찌나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가는지 방송을 처음 해본다는 그의 말을 도대체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방송을 거듭할수록 그의 명성은 커졌고, 단숨에 우리나라 최고의 국제 금융시장 분석가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두 번째 책 『부의 대이동』이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부의 대이동』은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대변혁의 시기에 부가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해주면서 무수히 많은 독자의 호응을 받았고, ‘2020년을 빛낸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책의 제작자로서 내게도 정말 뜻깊은 일이었는데, 책의 그 수많은 독자들 역시 혼돈의 시기에 오건영 저자의 선명한 전망과 충실한 설명으로 부를 잃지 않고 축적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이제 근 1년 만에 그의 세 번째 책 『부의 시나리오』를 세상에 알리게 되어 자못 흥분된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성장은 어떤 방향타를 잡게 될지’ 묻는 분들이 많다. 우리는 또 어떤 ‘부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야 할지 오건영 부부장 특유의 활력 넘치는 문체와 단단한 논리는 꼭 주목해봐야 한다. 그에 더해 이번엔 다채로운 일러스트까지 적절히 활용해서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더 특별히 배려한 점도 돋보인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큰 흐름을 꿰차고 있어야 한다. 큰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지엽적인 이벤트에 열중하다 보면 올 한 해 정말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지난해의 무차별적인 상승세의 타성에 젖은 투자자들이나 상승장만을 경험한 초보 투자자들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물론 오건영 부부장의 이번 책에서도 ‘무엇을 언제 사고팔라’는 얘기는 없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부의 시나리오’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레 ‘지금 해야 할 투자’와 ‘하지 말아야 할 투자’가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여러분들만의 ‘부의 시나리오’를 써보기를 권한다. 맥락의 이해가 전략적 사고를 만들고 흔들림 없는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근력을 만든다.

 

「삼프로TV」 구독자들에게 방송에서 약속한 게 있다. ‘언젠가는 오건영 부부장의 미국 금융시장 해설을 미국에 수출해서 미국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오건영 부부장을 세상에 알린 사람으로서 언젠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도 그 지혜를 나누도록 할 것이다. 그것도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말이다.

5월의 햇살이 노을이 되어간다. 반쯤 지나가고 있는 2021년에도 여러분들의 투자가 크게 성공해 꼭 부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져 너무 늦지 않은, 날씨 좋은 어느 날에 여러분을 만나기를 소망한다. 늘 감사드린다.

 

여의도 사무실에서 「삼프로TV」 김동환


프롤로그

인플레 공포를 넘어
다음 스텝을 준비합시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리고 서툰 글솜씨지만 많은 사람들의 격려 덕분에 힘을 내서 세 번째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책인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에서는 과거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주요 위기 국면을 환율과 금리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각 위기에서 과열과 부채의 문제가 있었음을 짚어보았죠. 두 번째 책인 『부의 대이동』에서는 향후 세계 경제가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와 정상적인 성장 궤도로 진입할 때까지는 상당한 마찰이 있을 수 있음을, 이런 마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자산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 대안자산으로 ‘달러’와 ‘금’을 제안했죠.

첫 책에서 위기라는 암초가 도사릴 수 있음을, 그리고 두 번째 책에서는 그런 위기에서 내 포트폴리오를 방어할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를 설명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향후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분산투자라고 하면 ‘그냥 단순히 이것저것 나누어서 잡탕식으로 투자하는 거다’ 혹은 ‘매우 지루한 투자 방식이다’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지루한 투자라면 왜 수많은 투자의 구루들이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이고, 왜 금융학계에서는 포트폴리오 분산투자에 대한 수많은 방법론을 쏟아내는 것일까요? 그리고 전 세계의 대형 기금들은 왜 엄격한 분산투자의 룰을 지키고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미래의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자산이 언제 오르고 언제 떨어질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면 분산투자만큼 비효율적인 방식이 없겠죠. 그렇지만 사실상 이런 것들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기에 분산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아무 데나 투자하는 것이 분산투자는 아니죠. 무언가를 분산하는 논리가 필요할 겁니다. 저는 거시경제 관점에서 분산투자의 논리를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논리를 거시경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성장과 물가’라는 팩터에서 찾고자 했습니다.

과거 우리는 고성장 시대에 살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성장이라는 단어는 실종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물가 시대 역시 집을 나간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고성장·고물가 시대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저성장ㆍ저물가 시대까지 각 국면의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성장과 물가에 대한 실제 이슈들을 정리했습니다. 현재의 저성장ㆍ저물가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노력을 중점적으로 다루었고, 이것을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연계해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세 번째 책을 기획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연속과 변화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난 두 권의 책에서 이어져온 흐름을 메워가면서 추가적인 포트폴리오 투자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연속’이라고 한다면, 기존 책에서 어떤 ‘변화’를 주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아울러 했습니다. 내용의 흐름은 연속을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봤고, 표현의 방식에서는 변화를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쉽고 친숙하게 금융 경제를 접할 수 있도록 구어체는 그대로 살렸고, 그래프에는 보다 상세한 설명을 하나하나 달았습니다. 그리고 실제 신문 기사들을 다수 인용하면서 일상에서 경제신문 등을 읽으며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이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님을, 지금 이 책이 우리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설명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지난 두 권의 책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각 장의 호흡을 지난 책에서보다 짧게 가져가는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자들과 대화를 하거나 페이스북과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들 중에서도 성장과 물가의 관점에서 부의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데 연관이 되는 질문들을 정리하여 17가지 주제로 구분했습니다. 주제를 세세하게 나누고 에세이처럼 글을 작성해 기존의 책보다 각 장의 호흡이 짧습니다. 읽어나갈 때의 부담이 다소나마 줄어들었으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삽화 형식의 이미지들을 여러 개 삽입해보았습니다. 삽화 하나로 복잡한 금융 이론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페이지에서 등장하는 삽화가 해당 파트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그리고 그 내용을 각인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저 역시 책을 읽을 때 너무 형식적이고 딱딱한 것보다는 그림도 들어가고 쪽마다 읽는 부담이 적은 책이 좋더라고요. 그런 느낌을 살려서 책에 여백을 두고자 했고, 그 여백에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을 배치했으니 관심 깊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2020년 이후 있었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내용을 제1장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금융시장이 평온할 때보다는 크게 흔들릴 때에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대응책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보다 뚜렷한 금융과 자산 간의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과거 금융위기를 통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또한 중요한 변곡점입니다. 현재의 국면을 최대한 생생히 전달함으로써 보다 친숙하게 금융투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용 자체가 상당히 복잡한 것들도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난이도 ‘상’ 표시를 해두었으니 어렵게 느껴지면 해당 부분은 우선 넘긴 후 다른 부분부터 읽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간단히 말해보겠습니다. 제1장과 제2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표된 각종 경기부양책을 다룹니다. 그런 부양책들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가 있고, 금융시장의 흐름과 투자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겁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이 부양책이라는 날개를 달고 역설적인 성장으로 이어져나가는 과정을 적었습니다. 제3장에서는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초부터 시작해서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여기서 빠져나오기 위한 매크로 경제 차원에서의 대응에 대해 설명할 겁니다.

제4장은 이 책의 핵심이죠. 앞에서 다양한 주제를 통해 성장과 물가에 대한 설명을 했다면, 제4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성장과 물가가 만들어내는 네 개의 시나리오를 그려내고, 각각의 시나리오와 그 시나리오를 어떻게 포트폴리오 분산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할 겁니다. 그런데 그냥 네 개의 시나리오만 말하고 지나가면 심심하겠죠. 낙관의 편향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제가 바라보는 성장의 시나리오 역시 제4장의 말미에 담았습니다. 저성장·저물가라는 현재의 국면에서 언젠가는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작성해봤습니다.

마지막 부록에는 제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에 대한 간단한 에세이를 담았습니다. ‘금융에 대한 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인데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답변을 하는 것이 좋은지 참 어려운 질문이지만, 제가 공부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적어보았습니다.

 

나름 강한 의욕을 가지고 세 번째 책을 열심히 기획했습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시도를 많이 녹여보았지만 원고를 탈고한 지금 돌아보면 여전히 부족한 것이 참 많아 보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그건 모두 저자인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하고 주시는 의견 겸허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이 책을 쓸 때 아낌없는 격려와 가르침을 준 고마운 분들께 인사를 전할까 합니다. 먼저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시는 4만 명의 페친 분들과 3만 3000명의 카페 회원님들, 제가 몸담고 있는 소중한 터전인 신한은행의 선후배님들, 특히 저희 부서인 IPS 본부 동료분들께 깊은 감사 말씀드립니다. 부족한 후배에게 많은 기회를 주시는 김동환 소장님, 책을 쓰는 과정에서 현업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가르쳐주신 페이지2북스 김선준 대표님, 원고 수정과 그림까지 신경 써주신 한보라 팀장님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아울러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와 형, 장인어른, 장모님, 그리고 세 번째 책을 쓴다고 주말에도 항상 방에 틀어박혀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지 못했는데도 묵묵히 참고 격려해주고 사랑해준 아내와 주환이, 윤재에게 너무나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항상 저 같은 불효자를 돌보아주시는 아버지께도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모든 분들 덕분에 부족한 제가 이렇게 과분한 기회와 은혜를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이런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성심껏 정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건영



1

금리와 환율은
공급과 수요가 결정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알아두었으면 하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금리와 환율에 대한 설명인데요, 금리와 환율을 볼 때 무엇에 주목하면 좋은지 적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금리나 환율의 개념, 그리고 금리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설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금리나 환율이나 모두 ‘돈의 값’이죠. 이런 분류는 사실 저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금리는 대내적인 돈의 값이고, 환율은 대외적인 돈의 값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내적인’, 혹은 ‘대외적인’이라는 단어보다는 ‘돈의 값’이라는 부분에 주목해보죠. 값, 즉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럼 대내적인 돈의 값이라는 금리는 어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금리 ― 은행과 기업이 좌우

 

돈의 공급이 늘어납니다. 그러면 시중에 돈이 넘치기 때문에 돈 구하기가 편해지죠. 너도나도 돈을 빌려주려고 하는데,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 돈 빌리는 사람들은 가장 낮은 금리를 부르는 사람에게 돈을 빌리겠죠. 네, 돈의 공급이 많다면 돈 값인 금리는 내려가게 됩니다.

 

 

반면 돈의 공급이 모자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돈을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만큼의 돈을 공급하지 못합니다. 그럼 돈이 급한 사람들이 보다 높은 금리를 부르면서 돈을 빌리게 되겠죠. 돈의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돈의 값인 금리는 상승하게 됩니다.

 

 

그럼 여기서 돈의 공급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해지는 건데요,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돈을 공급하는 주체는 은행입니다. 시중은행들은 대출이라는 형태로 경제 전체에 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죠. 은행이 대출을 줄이게 되면 시중에 자금 공급량이 줄어서 금리가 오르게 되고, 대출을 늘리면 시중 자금 공급이 늘어나기에 돈의 값인 금리는 하락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2008년에 유명한 사건이 하나 일어납니다.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금융기관들이 위기에 처한 것을 말합니다. 미국의 시중은행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니 이들이 대출을 해주기가 참 어려워지겠죠. 그럼 은행의 위기로 인해 실물경제 전체에 돈이 흘러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은행이 아파서 시중에 돈을 공급하지 못하니 돈의 값인 금리가 상승하는 문제에 봉착하겠죠.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금리까지 올라가고 시중에 돈이 말라버리니 실물경제도 빠른 속도로 침체됩니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중앙은행이죠. 중앙은행은 시중은행들의 은행입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은 한국은행(Bank of Korea)인데, 이 책을 읽는 그 어떤 분도 한국은행 신용대출, 한국은행 정기예금을 갖고 있지 않을 겁니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들만 거래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는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주고, 시중은행은 그렇게 받은 돈으로 대출 등을 하면서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죠.

 

 

그런데 금융위기 때 시중은행이 혼수상태에 빠진 겁니다. 중앙은행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런 상황이 오면 중앙은행이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공급하게 되는데, 신문 기사 등에서 종종 보이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제1장에서 이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당시의 대응을 바탕으로 최대한 쉽게 설명해볼 예정입니다.

금리는 수요와 공급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 봐야 할 것은 시중은행과 중앙은행이죠. 그래서 금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중앙은행, 특히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연준’이라고도 하고 ‘Fed’라고도 합니다)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하는 겁니다.

Fed는 달러화를 찍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달러화의 공급 및 흡수를 통해 미국 경제 전체의 통화량을 조절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돈의 공급을 늘려서 금리를 낮추죠. 반면 경기가 좋고 과열 양상을 보이면 돈의 공급을 줄이거나 혹은 공급했던 돈을 빨아들이면서 금리를 살짝 올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Fed는 미국 기준금리나 전체적인 미국 경제의 통화량을 조절하는데요, 45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개최합니다. 거기에서 그 유명한 Fed의 의장인 제롬 파월(Jerome Powell)부터 시작해서 부의장과 각 지역 총재들이 모여서 미국의 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죠. 그 회의를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공개시장위원회)라고 합니다. 45일에 한 번씩 개최하니까 FOMC는 1년에 8회 있겠죠(365 나누기 45하면 8이 조금 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Fed의 통화정책이 돈 공급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FOMC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금리는 돈의 값이고, 값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라고 했습니다. 돈의 공급 측면에서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의 스탠스(Stance)를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고요. 그럼 수요 측면도 생각해봐야겠죠. 돈의 수요, 이게 뭘까요? 돈의 수요는 돈을 빌리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대출을 받으려는 모두가 돈의 수요자가 될 수 있겠죠. 그렇지만 경제 전체 관점에서 봤을 때 적은 돈의 수요보다는 큰돈을 빌리려는 거대한 수요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쉽게 말해서 수천만 원, 수억 원을 빌리는 작은 대출 수요자보다는 수십억 원,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을 빌리는 기업의 대출이 보다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이죠.

기업이 투자를 늘리려고 합니다. 그럼 당연히 큰돈이 필요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대출을 많이 받게 되겠죠. 즉, 투자가 늘어나면 큰돈을 대출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돈의 값인 금리의 상승 요인이 될 겁니다. 그래서 돈의 수요는 기업 대출, 그리고 이것과 연계된 기업 투자에 주목해야 합니다. 관련 내용이 뒤에서 지겹도록 나오니까요, 여기서는 이렇게 큰 틀만 이야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 환율 ― 각국의 은행, 성장성, 금리가 중요

 

이제 환율을 설명해보죠. 환율은 대외적인 돈의 값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돈을 다른 나라 돈과 비교해서 그 교환 비율을 결정해둔 것이 환율입니다.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이라면 우리나라 돈 1000원이 있어야 1달러와 교환할 수 있죠.

 

 

환율도 돈의 값이니까 당연히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이 될 겁니다. 예를 들어 달러의 공급이 크게 늘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게 될 겁니다. 그럼 달러와 원화의 교환 비율인 환율에도 변화가 생기겠죠. 1달러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서 과거에는 1달러를 살 때 1000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500원만 필요한 겁니다. 그럼 환율이 1달러에 500원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네, 달러 약세는 달러·원 환율 기준으로 보면 ‘1달러에 1000원’에서 ‘1달러에 500’원으로 환율이 하락했음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달러 강세는 똑같은 1달러를 사들일 때에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달러에 1000원에서 1달러에 2000원으로 환율이 상승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 달러 공급에 큰 영향을 주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앞서 설명한 금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의 시중은행과 중앙은행이 그 중심에 서게 되겠죠. 미국의 시중은행이나 중앙은행이 시중에 달러 공급을 확대하면 달러화의 약세 요인이 될 겁니다. 그럼 환율은 하락하겠죠. 반대로 미국의 은행들이 달러 공급을 죄어버리려고 한다면, 이른바 ‘긴축’을 하려 한다면 달러의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달러 값이 상승하면서 달러·원 환율은 상승하게 될 겁니다.

네, 환율을 볼 때에도 미국의 시중은행 대출과 중앙은행인 Fed의 스탠스를 봐야 하는 것이죠. 금리와 조금 다른 것은 환율은 상대가치이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뿐 아니라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스탠스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겁니다.

Fed가 돈의 공급을 늘리는데 한국은행은 돈의 공급을 줄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달러 공급은 늘어나는데 원화 공급은 줄어듭니다. 그럼 달러가 넘치고 원화가 부족하니 달러는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겠죠. 반대로 Fed가 돈의 공급을 줄이는데 한국은행이 돈의 공급을 늘리게 되면? 달러는 부족한데 원화는 넘쳐나니 달러는 원화 대비 강세를 보이게 될 겁니다. 환율을 볼 때에도 공급 측면, 즉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움직임에 주목해야 함을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율의 수요 요인입니다. 여기서는 성장과 금리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합니다. 당연히 미국 돈인 달러를 보유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가 늘어난 만큼 달러의 매력이 높아지겠죠. 누구나 매력 있는 달러를 사려고 할 겁니다. 그럼 너도나도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일 테니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원화 가치는 하락하겠죠. 하나 더, 미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입니다. 누구나 미국에 투자해서 그 성장의 과실을 얻고 싶습니다. 그럼 너도나도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게 되겠죠.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원화는 약세를 보일 겁니다. 네, 특정 국가의 성장이 강하고 금리가 높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 통화의 강세를 의미합니다.

 

 

다만 앞에서 환율은 상대가치라고 말했죠? 미국의 성장과 금리만 봐서는 안 됩니다. 환율에서 비교하고 있는 대상, 예를 들어 달러·원 환율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성장과 금리뿐 아니라 한국의 성장과 금리를 함께 봐야겠죠. 미국의 성장이 강하다 해도 한국의 성장이 좀 더 강하면 오히려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일 수 있으니까요. 미국의 금리가 2퍼센트 올랐는데, 한국의 금리가 10퍼센트 올랐다면? 미국 금리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10퍼센트 금리가 오른 한국 원화보다 약세를 보이게 될 겁니다. 네, 그 나라 통화를 사들이고 싶게 하는 요인들이 바로 성장과 금리죠. 환율을 볼 때 큰 틀에서 주의해야 할 요소들을 짚어봤습니다.

 

 

이제 정리합니다. 금리나 환율이나 모두 돈의 값이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금리에서 공급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을 봐야 하겠죠. 수요는 기업들의 투자에 주목해야 할 겁니다. 환율은? 공급은 금리 때와 마찬가지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을 봐야 하는데, 비교 대상 국가의 은행들의 정책과 비교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율의 수요에서는 각국의 성장과 금리를 함께 봐야 합니다. 이 내용들은 책 전반에 걸쳐 종종 등장할 겁니다. 처음 경제를 접하거나 이 책을 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은 이 기초편 내용을 숙독하고 접근하기를 권합니다.


2

채권은
금리와 기간에 따라 손익 발생

 

 

 

 

 

앞으로 국채, 회사채라는 단어도 종종 만나게 될 겁니다. 둘 다 채권의 한 종류인데, 먼저 채권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 채권 ― 해지 불가, 고정금리 정기예금

 

채권은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주는 돈을 빌렸음을 확인해주는 일종의 차용증(돈을 빌렸음을 확인해주는 증서)과 같은 겁니다. 고정금리부채권(Straight Bond)의 줄임말인데, 그냥 정기예금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오늘 제가 은행에 가서 10년짜리로 중도해지가 안 되는 정기예금을 가입하고, 연 1퍼센트의 금리를 받기로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금리가 폭등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겁니다. 깜짝 놀라서 은행에 뛰어가 보니 금리가 올라서 이제부터는 10년 정기예금을 가입하면 연 5퍼센트를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와, 이건 좀 너무하는 것 아닌가 싶을 겁니다. 하루만 늦게 왔어도 10년 동안 매년 5퍼센트씩 받을 수 있는데, 어제 가입을 했기 때문에 10년 동안 매년 1퍼센트씩 받는 거죠. 10년간 풀리지 않는 저주를 받은 겁니다.

그럼 이 채권을 누군가에게 넘기고 싶겠죠. 그런데 아무도 이 채권을 사주지 않아요. 그런데 그때 한 사람이 사주겠다고 합니다. 단, 조건이 있답니다. 10년간 매년 4퍼센트씩 이자 손실을 보게 되었으니 정기예금 원금에서 그만큼을 빼고(할인하고) 사주겠다고 합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손실을 떠안고 정기예금을 넘기게 되죠. 네, 금리가 뛰면 채권의 가격은 하락합니다. 채권이 고정금리부채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나 더, 장기채권의 경우 그 손실 폭이 더 큽니다.

 

 

 

| 국채 ― 가장 안전한 채권

 

국채는 국가가 돈을 빌리고 난 후, 국가에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차용증입니다. 국가가 돈을 빌린 것인 만큼 그 돈을 갚지 않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겠죠. 채무자가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가 발행한 국채는 채권들 중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2010년대 초반의 그리스처럼 국가 자체가 부도 위기를 겪게 되면 이런 국채 역시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당시 그리스는 부채가 워낙 커졌기에 도저히 그 빚과 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죠. 그리스뿐만이 아닙니다. 자체 경제 규모가 작고 충분한 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신흥국의 경우 종종 국채임에도 돈을 갚지 않고, 이른바 ‘배 째’라는 ‘디폴트(Default)’를 선언하곤 하죠.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래서 국채 중에서도 선진국, 특히 미국의 국채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겁니다. 그리고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의 국채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 국채 역시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 안전한 국채인 만큼 외국인들의 한국 국채 선호도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반면 신흥국의 국채는 앞서 말한 아르헨티나처럼 다소 불안한 자산으로 평가받곤 하죠. ‘그럼 저런 국채에 왜 투자를 할까?’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신흥국은 불안한 만큼 금리를 더 얹어 줍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1~2퍼센트 수준일 때 신흥국 국채금리는 5퍼센트를 넘는 것도 많이 볼 수 있죠. 투자자들은 다소 불안하지만 그 불안함을 무릅쓴 만큼 더 높은 금리를 받게 됩니다. 혹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요? 보다 큰 위험을 감수할수록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죠. 국채시장에서도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말은 그대로 통용됩니다.

 

 

| 회사채 ― 신용평가 점수가 높을수록 안전한 채권

 

국채를 이해했다면 바로 느낌이 올 겁니다. 국가가 아닌 회사가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써준 것을 회사채라고 합니다. 국가에 따라 국채의 성격이 조금씩 달랐던 것처럼, 회사채라고 모두 똑같은 회사채가 아닙니다. 애플(Apple)이나 삼성전자 등 재무 상태도 우량하고 신용이 거의 웬만한 국가급에 달하는 기업이 돈을 빌릴 수도 있고, 신용도가 높지 않은 기업이 돈을 빌릴 수도 있을 겁니다.

워낙 많은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때문에 각 기업의 신용도를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그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을까요?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그리고 누가 평가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신용도가 사뭇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신력 있는 신용평가 회사가 등장했죠. 종종 언론에 회자되는 스탠다드앤푸어스(Standard&Poor’s, 아마 S&P가 더 친숙한 단어일 겁니다)나 무디스(Moody’s), 피치(Fitch)와 같은 세계적인 신용평가 회사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이 기업을 평가할 때에 일정 수준 안정적인 기업들의 회사채 그룹을 ‘투자등급(Investment Grade) 회사채’로 분류하고요, 투자등급 회사채에 미치지 못하는 신용을 가진 기업의 회사채를 ‘투기등급(Speculative Grade) 회사채’로 분류합니다. 전자는 재무 상태가 우량한 기업, 후자는 상대적으로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가리킵니다.

‘당연히 안정적인 투자등급 회사채에 투자하지 누가 투기등급 회사채에 투자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직전의 국채 이야기가 떠오를 겁니다. 신용도가 낮은 만큼, 위험도가 높은 만큼 보다 높은 이자를 줍니다. 고위험 고수익을 안겨주는 것이죠. 그래서 높은 금리를 주는 투기등급 회사채를 고수익 채권, 혹은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 혹은 정크본드(Junk Bond)라고 부르죠. 신용도가 낮을수록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서 이런 이름들이 붙은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저는 예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기업대출’도 있는데,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서 은행에 차용증을 써주면 이게 회사채인가요?”

기업이 돈을 빌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 직접 채권시장에 나가서 돈을 빌리는 것이죠.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은행에 기업대출 약정서를 비롯한 차용증을 제출하게 됩니다. 은행은 보관했던 차용증을 근거로 기업에게 돈을 갚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회사채는 다소 다르죠. 기업이 채권시장에 나가서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 즉 회사채를 써줍니다. 이 회사채는 유통이 됩니다. ㈜홍길동이라는 기업이 채권시장에 나가서 채권자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회사채를 발행해주면, ㈜홍길동 회사채가 채권시장에서 유통이 되곤 하죠. 유통된다는 것은 이 회사채를 누군가에게 팔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회사채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고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기업 대출과 기업이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회사채 발행은 이런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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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어떻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을까?

 

 

 

 

 

코로나19 사태는 인류 역사의 크나큰 비극으로 남을 사건입니다. 역사에 남을 정도의 사건이라면 당연히 우리 사회와 경제에 준 충격 역시 상당하겠죠.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지하철을 타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곤 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공공장소인지라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2009년 이후 스마트폰이라는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 경쟁 제품을 밀어내고 시장을 차지하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이 대중화되면서 지하철을 타면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정말 어려워졌죠. 그리고 지하철 풍경은 한 번 더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네, 지금은 지하철을 타면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게 불법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어느 날은 제가 출근할 때 깜빡하고 마스크를 집에 두고 나왔습니다. 그때 느낀 당황스러움이란······.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가져오라 하신 준비물을 챙기지 못해 놀라 당황했던 마음을 회상시킬 정도였습니다. 이왕 초등학교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어가면, 당시 대기오염을 주제로 한 포스터 경연대회가 있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방독면을 쓰고 있는 세상, 공해가 만들어낸 디스토피아를 그린 그림이 인상 깊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런 사회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 생각조차 못했죠. 그런데 지금 지하철을 타면, 버스를 타면, 그리고 강남 거리를 걸으면 그런 풍경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방독면까지는 아니지만 마스크를 쓴 모습만으로도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회가 크나큰 단절을 겪은 만큼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 역시 역대급이었죠. 실제로 2020년 3월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이 무너져 내리던 정도와 속도를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은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빠르고 강했습니다.

금융위기 때를 기억해보면 2007년 10월 말 글로벌 주식시장이 고점을 찍은 이후에(단기적으로 고점을 형성하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죠. 2008년 1월 은행권 실적이 둔화되면서 한 차례 무너졌고, 2008년 3월에 첫 번째 희생자로 베어스턴스(Bear Stearns Companies)라는 당시 미국 내 5위 투자은행이 파산하면서 2차 충격이 찾아왔습니다. 2008년 7~8월 사이에 미국의 공적 모기지 회사(우리나라의 주택금융공사라고 할 수 있죠)인 패니메(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이 무너지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더니, 2008년 9월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Holdings)가 파산하면서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 기준으로 2007년 10월 말 고점부터 2009년 3월 10일 저점까지 약 1년 5개월 동안 하락했답니다. 당시 주식시장의 붕괴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그 하락의 속도는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2020년 2월 20일경부터 본격화되었던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잠시 말해보면 2월 20일 미국 S&P500 지수 기준으로 3386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급전직하하여, 3월 24일 2237포인트로 34퍼센트가량 급락했습니다. 하락 폭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약하기는 했지만 불과 1개월여 만에 이 정도 하락세가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던 저 역시 이 정도의 급락을 목격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적지 않게 당황했고, 당시 하나하나 나오는 정책 발표를 소화하기도 바빴습니다. 잠시 당시 상황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그래프를 하나 살펴보고 가겠습니다(그래프 1).

 

그래프 12019년 이후 S&P500 지수

 

2018년 4분기에 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한 이후 2019년에는 1년 내내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던 중 일어난 것이 2020년 2월의 코로나19 사태였습니다. 그래프를 딱 보면 가운데 큰 폭의 하락을 볼 수 있는데요. 그 폭이나 속도는 금융위기 당시의 레벨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답니다. 급락 이후 나타난 되돌림 현상 역시 역대급이었죠. 초단기에 34퍼센트 가까이 주가가 급락한 후 80퍼센트에 가까운 반등세를 보였으니까요.

 

저는 2004년부터 금융시장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요, 지금도 매우 부족하지만 당시에는 그야말로 초보자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금융시장에 몸담으면서 고생한 분들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금융위기는 초보자였던 저의 금융시장 이해도를 한 단계 레벨업시켜준 사건이었습니다. 세상이 평온할 때에는 깊이 있는 분석, 혹은 인사이트 넘치는 경고, 시스템의 내부를 깊이 있게 고민해볼 수 있는 정책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기 때에는 1주일이 멀다 하고 이런 정책들이 하나씩 나오면서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죠. 그럼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어땠을까요? 금융위기 때 1주일에 한 번씩 정책을 만날 수 있었다면, 코로나19 사태에는 매일매일 그런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2020년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만났던 정책들과 다시 조우했고, 절박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죠. 여기서 포인트는 금융위기 때에는 1주일이 멀다 하고 나왔던 정책들이 거의 매일매일 쏟아져 나왔다는 겁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리고 괴로웠지만 너무나 강렬하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럼 여기서 이런 질문들을 제기해볼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왜 금융시장에 그렇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일까? 그리고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만들어낸 금융시장의 혼란을 누가 해결할 수 있었을까? 어떤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었을까?” 제1장에서는 다소 먼 금융위기보다는 시기적으로도 가깝고 우리에게는 직접적으로 와닿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 부채의 위기, 양적완화와 같은 다양한 통화정책, 금융위기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이 만들어낸 부작용 등에 대해 공부해볼까 합니다.

 

 

 

|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감기 바이러스

 

중국 우한에서 치명적인 감기 바이러스가 돌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던 2020년 1월 중순, 누구도 그 감기 바이러스가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그리고 세상을 이렇게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죠. 만약 어떤 금융 애널리스트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이번 바이러스가 시장을 뒤흔들 것이고, 글로벌 주식시장을 불과 1개월 새에 30~40퍼센트씩 무너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모두들 코웃음을 쳤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마켓을 보는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남아공에서 새롭게 불거져 나온 변종 바이러스 뉴스에 집중합니다. 백신 뉴스에 환호하고, 백신의 보급이 언제쯤 다 가능하게 될지, 그리고 집단 면역이 언제쯤 가능할지를 가늠하면서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의 회복 속도를 예측합니다. 저도 마켓을 보는 사람이지만 이런 변수를 본 적이 없기에 솔직히 생소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왜 금융시장에 그렇게 큰 충격을 준 것일까요? 우선 직관적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 즉 방역의 문제였으니까’라는 답이 나올 겁니다. 네, 정확하죠. 금융시장은 예상한 악재가 터져 나왔을 때에는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미국의 고용 지표는 각종 경제 지표 중에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이 가장 강한 지표입니다. 전 세계의 소비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고, 제조업 기반의 수많은 이머징(Emerging) 국가들이 미국에 수출을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소비가 강해야 다른 국가들의 수출을 받아줄 수 있습니다.

 

 

만약 미국의 고용이 약하면? 네, 미국의 소비 역시 둔화될 것이고 이는 이머징 국가들의 제조업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