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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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행본

< > 영화·TV프로그램·신문·잡지·정기간행물

“ ” 칼럼·논문·영상 또는 이 사항들의 하위항목


Prologue

 

스티브 잡스는 왜 죽기 직전까지
인공지능을 붙잡고 있었나

 

 

 

그날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날 밖에 나가보니 세상이 바뀐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손에 뭔가 세련된 것을 들고 있었는데, 그걸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아이폰을 만났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궁금해졌다.

물론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일찍이 “소크라테스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내놓겠다”고 한 그의 말을 가슴에 품고서 독서와 사색을 거듭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이 말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라’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담긴 경영법을 잡스식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을 어떻게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찾아냈다. 나는 이 내용들을 집필 중이던 원고에 실었고, 후일 그 원고는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다시 아이폰 이야기로 돌아가자. 나는 스티브 잡스를 신봉하고 아이폰을 경전처럼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티브 잡스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그의 생각, 철학, 감성 등 모든 게 말이다. 나는 서점으로 가서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대한 책을 모두 구매했고, 세 군데 도서관에 가서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관한 책을 모두 대출했다.

 

 

스티브 잡스가 죽기 직전까지 매달린 ‘그것’

2010년 11월에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출간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인문학’이라는 말이 학계에서나 사용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문학을 해야 한다!”라는 주제 하나로 무려 368쪽2016년 출간된 개정판은 432쪽을 채운 책이라니! 다들 실패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당시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우리나라에 인문학의 불길을 치솟게 했다.

책이 출간되고 약 4개월 뒤인 2011년 3월, 그 불길 위로 기름이 부어졌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2를 발표하는 현장에서 “애플은 인문학과 과학 기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했다!”라고 한 것이다. 이 말에 당장 기업들은 “스티브 잡스의 성공 요인이 인문학이었다”, “이제 우리는 인문학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인문학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 정부,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 등 급기야 전국이 인문학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나는 얼떨결에 그 열풍의 한가운데에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나는 한때 20억 넘는 보증빚을 진 채 창고를 불법 개조한 옥탑방에서 살았던 사람 아닌가. 그때 하나님께 얼마나 많이 기도했던가. 작가로 성공만 시켜주신다면 평생 지금의 나처럼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면서 말이다.

나는 높아진 명성에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 무명작가 시절의 기도가 떠올라서 어쩔 줄 몰라 하곤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방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그때부터 폴레폴레팬카페 회원들과 우리나라 지역 아동센터에 인문학 교육을 보급하고, 북한의 굶주리는 아동들과 탈북인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또한 해외 빈민촌에 학교를 세우는 일을 시작했다.

나는 특히 해외 빈민촌 프로젝트에 깊이 빠져들었는데 동남아·인도·파키스탄·러시아·남미는 물론이고 중동과 아프리카, 시리아 난민 캠프 등에 학교를 세우는 것도 모자라서 직접 그 학교들을 방문하여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해외 빈민촌에서 말도 잘 안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면 어느 날엔 독서와 사색을 많이 하게 된다. 행려병자들과 거지들로 넘쳐나는 인도 콜카타 빈민촌에서는 칸트를 읽으면서 ‘철학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색했다. 해발 1,800미터에 위치한, 물도 전기도 없는 아프리카 마사이족 마을에서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를 읽으면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사색했다. IS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폭탄을 설치한 전력이 있는 요르단 시리아 난민 캠프 컨테이너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에는 《신약성서》를 읽으면서 낮에 차를 타고 가서 본, 세례 요한과 예수 그리스도가 머물렀던 광야의 의미에 대해 묵상했다.

세계 3대 빈민 도시 톤도필리핀에서 봉사 활동을 했을 때의 일이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잠시 시내로 나가 서점에 들렀는데 스티브 잡스가 인정한 유일한 공식 전기인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영문판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잠깐 들춰보다가 서점을 나와 다시 톤도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 표지에 크게 박혀 있던 스티브 잡스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이렇게 결정했다.

“좋다! 이렇게 된 이상 내 마음속에서 스티브 잡스가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잡스만 생각해보자!”

그렇게 나는 스티브 잡스와 이상한 대결(?)을 시작했는데, 그때 문득 뇌리를 스친 질문이 있었다.

“다들 스티브 잡스와 인문학을 이야기하는데, 그럼 잡스가 이야기한 인문학은 도대체 무엇이지? 인문학은 보통 철학·역사·문학으로 나뉘는데 철학 하나만 해도 서양 철학·동양 철학·인도 철학 등으로 나뉘고, 서양 철학만 해도 다시 고대 철학·중세 철학·근대 철학 등으로 나뉘지. 어디 그뿐인가? 서양 고대 철학만 해도 철학자가 참 많잖아. 그럼 잡스의 인문학은 도대체 어느 시대 누구의 철학 또는 역사 또는 문학이란 말인가? 혹시 예전에 말했던 소크라테스? 아니야. 그때는 자신의 경영법을 두고 말한 거였어. 애플의 과학 기술과 결합한 인문학은 물론 그 뿌리 중 하나가 소크라테스에 있겠지만 소크라테스는 아니야. 그럼 잡스의 인문학은 도대체, 도대체 무엇이지?”

며칠 뒤 귀국한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과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거의 모든 책들과 거의 모든 강의들을 살펴봤다. 그리고 여러 저명한 학자들과 인문학 전문가들도 만나서 질문해봤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누구에게서도 답을 듣지 못했다. 다들 그게 왜 궁금하냐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나의 스티브 잡스 공부는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 관련 책들을 다시 독파하면서 사색하기 시작했고, 스티브 잡스 관련 국내외 기사들을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를 다뤘거나 그가 나오는 동영상들도 몇 번씩 반복해서 봤다. 〈스티브 잡스: 더 로스트 인터뷰〉 같은 경우 노트에 자막을 직접 다 베껴 쓴 뒤 열 번 넘게 읽었고,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 녹아 있다는 애플의 전설적인 광고 “Think Different”는 서른 번 넘게 봤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나오는 도구 철학이고, 인문학과 과학 기술의 결합은 제록스 팰로앨토연구소의 리더였던 마크 와이저의 작업을 의미하며, 애플의 디자인 철학 ‘심플Simple’은 루이스 설리번→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조셉 아이클러로 이어지는 미국 건축의 디자인 철학과 독일의 예술조형학교인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철학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후일 나는 이를 《생각하는 인문학》2020년 이 책의 개정판인《에이트:씽크》가 출간되었다.에 자세히 풀어 썼다.1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는 지구를 떠났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나는 그를 떠나보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을 앞두고 무엇을 했을까? 아마도 암 병동 같은 곳에 천문학적인 기부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겠지?”

이런 내 추측과 달리 스티브 잡스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붙들고 있었다. 2003년, 미국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스탠퍼드 국제연구소SRI International와 학습 및 추론 능력은 물론이고 인간과 대화까지 가능한 인공지능 연구와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CALOCognitive Assistant that Learns and Organize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2 이 프로젝트는 무려 300여 명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5년 동안 진행되었는데, 스탠퍼드 국제연구소는 2007년 이 프로젝트의 한 부분을 따로 떼서 스타트업으로 출범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2010년 4월에 무려 2조 2,600억 원을 지불하고서 그 기업을 인수했다.3 그리고 직접 아이폰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지휘하여 시리siri를 개발했으며, 시리가 탑재된 아이폰4S의 발표가 있던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까 스티브 잡스는 사망하기 1년 6개월 전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인공지능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했고, 직접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지휘했고, 그 프로젝트가 완수된 다음 날 호흡을 멈췄다. 한마디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남은 생명을 모두 인공지능에 쏟아부었다.

나는 여러 경로를 통해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에 했던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온몸을 뒤흔드는 거대한 충격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스티브 잡스는 왜?’, ‘도대체 인공지능이 무엇이기에?’ 하면서 말이다. 물론 나는 미국의 전설적인 IT 기업가들이 인공지능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2004년에 알고 있었다. 그때 번역 출간된 《빌 게이츠&워런 버핏 성공을 말하다Buffett&Gates on Success》에 나온 빌 게이츠의 “나는 인공지능에 관한 정보가 있는 곳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갑니다”라는 발언을 통해서 말이다.4 하나 이때만 해도 나에게 있어서 인공지능이란 SFscience fiction와 과학의 경계선에 있는 것이었다. 아니 SF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가 사망 전에 보인 행적을 따라가 보니 인공지능은 절대 SF가 아니었다. 나는 이때부터 인공지능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3월, 공부한 내용의 일부를 《생각하는 인문학》에 담았다.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생각하는 인문학》은 출간된 지 약 2개월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Daum과 함께 진행한 《생각하는 인문학》 뉴스 펀딩은 1억 원을 돌파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때 나는 내심 기대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생기겠구나!’ 하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김칫국부터 마신 셈이었다. 정말이지 그 누구도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는 좌절했고, 잊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마도 알파고AlphaGo,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으로, 2016년 우리나라의 이세돌 9단과 펼친 대국에서 알파고가 4:1로 승리했다.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때로 기억한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한 기업에서 ‘인공지능과 인문학’을 주제로 강의를 요청해왔다는 것이다. 신기했다. 바로 응하겠다고 답했다.

직원들이 워낙 많다 보니 강의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내가 인공지능에 대해서 생각을 고쳐먹은 사건이 이날 점심시간에 발생했다. 대표이사 및 임원들과 식사를 함께했는데, 도무지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작가님도 이미 보셨겠지만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동남아·인도·중동 사람들까지 우리 회사를 일상적으로 방문합니다. 그런데 다들 어느 순간부터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세상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축되고 있더군요. 그래서 우리 회사도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여럿 모셔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인공지능 기술이 이렇게 발달하고 있다든가, 앞으로 인공지능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변할 것이라든가,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스카이넷 같은 인공지능이 인류를 노예로 만들 것이라든가, 뭐 그런 이야기들만 하더군요.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게 우리와 실질적으로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것 아닐까요? 이제 곧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대가 온다는데 도대체 그때는 언제이며,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교육하고 변화시켜야 하며, 직원들과 자녀들은 어떻게 교육하고 준비시켜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할 텐데 말이지요. 다행히 작가님의 《생각하는 인문학》에 그런 내용이 좀 나와 있어서 이번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대표이사의 길고도 심오한(?)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인공지능 시대를 앞두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 기업에서의 점심시간으로 나는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시대에 나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겠지. 맞아,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거야. 앞으로 여기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공부를 해봐야겠어.”

 

 

4만 명 vs 4,996만 명

그 기업에서의 강의가 일종의 터닝 포인트였을까? 갑자기 인공지능에 대해 강의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고, 저는 인공지능을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작가일 뿐입니다”라며 거절했다. 인공지능이 내 전문 분야가 아닌데 한두 군데도 아니고 전국적으로 강의 요청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사실 나는 그때만 해도 《에이트》를 쓸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우연히 인공지능 관련 책들을 보다가, 미래 인류 사회는 ‘인공지능에게 지시를 내리는 계급’과 ‘인공지능의 지시를 받는 계급’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선진국들은 전자에 속하는 국민을 최대한 많이 배출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충격이었다. 더 큰 충격은 그 뒤에 찾아왔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시피 했다. 언론도 거의 다루지 않고 있었다.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가 급변하는 시대를 대비하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나는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인공지능 서적과 언론이 보도한 인공지능 기사는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그렇게 1년 넘게 자료를 모았고, 자료를 내면화하는 시간을 3개월 정도 가졌다.

하나 펜을 들기가 쉽지 않았다. 2년 동안 전국을 돌면서 강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다른 여러 바쁜 일들을 소화하느라 한 달에 많아야 5~6회 정도일 뿐이었다. 매회 강의를 들은 청중을 평균 300명으로 잡으면 잘해야 4만 명이 들은 정도였다. 역으로 생각하면 인공지능 강의를 듣지 않은 사람, 그러니까 인공지능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고 추정되는 사람은 약 4,996만 명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환경은 어떠한가. 먼저 청소년 여러분이 지금 받고 있는 주입식 교육을 생각해보자. 아마 여러분 머릿속에는 내신이나 대입을 목표로 외운 수많은 개념들과 공식들이 가득할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학생들은 다르다. 그 나라들은 미래에 인공지능의 IQ지능지수가 1만을 돌파하기에 주입식 교육은 아무 의미 없다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인공지능이 절대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유하면 이미 전기가 발명되었고 세계적으로 전기 문명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여러분은 좀 더 오래 타는 양초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러분이 직업을 갖게 되는 10~20년 후에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연구기관들도 앞으로 10년 내에 세상이 인공지능 중심으로 바뀌고, 단순 노무직과 기능직은 물론이고 전문직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다는 보고서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공교롭게도 사회에 나가자마자 인공지능과 업무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

인공지능은 교육과 직업의 대변환만을 가져오진 않는다. 유발 하라리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이자《사피엔스(Sapiens)》,《호모 데우스(Homo Deus)》 등의 저자를 비롯한 세계적인 석학들은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큰 위험에 처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북한이 후일 인공지능 로봇 군대를 설립할 수 있고, 이는 핵폭탄보다 더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세계 분쟁 현장에서 군인들을 가장 큰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은 인간 군인이 아닌 인공지능 로봇 군인이다. 인공지능 로봇 군대의 위협은 북한에서 김정은 독재체제가 종식되고,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는 20여만 명의 사람들이 해방되어 진정한 인권이 실현되고,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 민주주의 통일이 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보다 더 강력하고 더 두려운 인공지능 로봇 군대를 설립할 수 있는 군사 강국들, 즉 중국·러시아·일본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나라는 모두 우리나라와 전쟁을 한 경험이 있는데,5 지금도 유사시 한반도에 군대를 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6

여러분은 이런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공지능 시대에 스스로를 지킬 수 없을 것이다.

 

 

‘로봇의 인간 대체 비율’ 세계 1위의 나라

혹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비율’이 세계 1위인 나라가 어디인지 아는가? 우리나라다. 국제로봇연맹IFR,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간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가 세계 평균 69대보다 무려 462대나 많은 531대다.2016년 기준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나라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비율’ 세계 1위 나라가 될 가능성이 심히 높다. 만일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여러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 더 심각한 사실은 여러분이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아무런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알파고 사태 이후로 인공지능 포럼이라든가 강연회, 토론회 등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면서 인공지능에 관한 지식을 나름 열심히 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이들의 인공지능 공부는 주입식 공부 수준에 불과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에 관한 지식이 가장 많고, 인공지능 시대를 가장 잘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안정적인 삶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또는 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본문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하루아침에 사회적·경제적 위치가 흔들리고 말 것이다.

청소년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처럼 주입식 공부만 하다가 어느 날 여러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에게 대체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부터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인공지능의 주인이 되는 나’를 만들어나갈 것인가?

나는 여러분이 후자를 선택하길 바란다. 미래에 자신은 물론이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 여러분이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길을 걷기 시작하면 여러분 주변의 사람들도 그 길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그 길을 걷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때 비로소 우리나라 앞에 인공지능 강국強國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다. 나는 이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오랜 망설임을 떨치고 펜을 잡은 이유다.



실리콘밸리와
하버드의 발 빠른 움직임

 

 

 

 

 

2006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교수 제프리 힌턴이 딥러닝Deep Learning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1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논문이었다. 당시에 우리나라는 이런 논문이 발표되었는지조차 몰랐다. 아마 알았다 해도 “인공지능? 글쎄, SF 영화라면 모를까···” 정도로 반응했을 것이다.

그런데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 혁신적 기업가인 피터 디아만디스 같은 실리콘밸리의 천재들과 NASA미국항공우주국, 구글 같은 곳은 다르게 반응했다. 그들은 이제 곧 인공지능의 시대가 올 것임을, 아니 인공지능이 인류의 새로운 문명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6년 3월, 우리나라는 제프리 힌턴 교수의 딥러닝 기술을 탑재한 인공지능을 국민적 충격 속에 만난다. 바로 알파고다.

 

 

실리콘밸리 상위 1%가 움직이다

리처드 왓슨은 앨빈 토플러, 대니얼 핑크와 함께 ‘세계 3대 미래학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저서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Digital vs Human》에서 일등석보다 상위 등급인 특등석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2

그에 따르면 공항에서 특등석 라운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붙잡고 일하느라 정신없는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 라운지의 사람들과 달리, 조용히 독서를 하고 있거나 커다란 창밖을 보면서 사색에 잠겨 있다. 그러니까 비즈니스석·일등석 이용자들은 ‘기계’처럼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특등석 이용자들은 ‘인간’답게 독서와 사색과 성찰을 하면서 쉬지 않고 자기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나는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책의 핵심 주제를 깊이 사색했다. 그리고 다시 공항 라운지 이야기를 읽었다. 이때에는 저자의 관점이 아닌 내 관점에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후 나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가질 수 있었다.

 

• 지금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나은 기계인 ‘인공지능’에게 대체될 것이다.

• 인간 고유의 활동인 ‘독서’, ‘사색’, ‘성찰’ 등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인공지능에게 지시를 내리는 존재가 될 것이다.

• 일등석보다 높은 등급인 특등석을 이용할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국적이 어디든 지배 계급에 속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인공지능의 주인이 되는 나’를 만드는 자기 교육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지배 계급은 전체 국민의 1~2% 정도에 불과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배 계급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일까? ‘교육’이다. 조선 시대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조선 500년 동안 양반 계급은 항상 전체 인구의 2% 정도였다. 물론 조선 후기에 들어서 여러 편법으로 양반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지배 계급에 편입되지 못했다. 아무튼 조선의 양반 계급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교육’이었다. 그들은 교육을 통해 부와 권력을 대물림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조선의 지배 계급이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을 고수하고, 그것을 자녀들에게 물려줬다는 것이다. 그 결과 조선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다시 2006년으로 돌아가자. 제프리 힌턴이 딥러닝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자 미국, 아니 지구의 지배 계급에 속하는 실리콘밸리 상위 1%가 움직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들은 머지않아 새로운 인류 문명 시대가 시작될 것임을 알아차렸고, 그 시대의 리더가 되려면 새로운 교육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2008년에 새로운 교육기관을 세웠다. 이름하여 ‘싱귤래리티Singularity대학교’다.3

혹시 청소년 여러분은 인공지능 하면 2016년에 선보인 알파고만 생각나는가? 그렇다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서양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변곡점이 생겼다고 하는 나의 주장이 좀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을 비롯하여 서양의 많은 지식인들이 인류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시대의 특징인 ‘기하급수적 변화와 성장’이 인공지능 기술을 기하급수적으로 발달시키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싱귤래리티대학교’의 교육 목표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이긴 지 어느새 4년이 넘었다. 요즘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인공지능 로봇이 파쿠르parkour에 이어 공중제비까지 도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인공지능 목사는 물론이고 승려까지 나와서 신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4 또한 아마존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의 근로자들이 인공지능 때문에 대량 해고당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국가 시스템 전체를 인공지능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일본 대학생들의 취업 문화가 장래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직종을 찾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