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001

노은혜 


언어치료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다. 대인관계, 자존감,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치유하고 개인의 강점을 발견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소속 언어치료사로 활동했으며,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로 병원, 사회복지관, 심리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에서 내담자들을 만났고, 자존감 회복과 대화법을 주제로 한 기업·단체 강연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왔다. 그 외 부모교육 전문가로도 활동하며 부모와 아이 심리를 다룬 칼럼으로 주목받았다. ‘네이버 맘키즈’에서 아이의 언어 발달과 대화법을 주제로 포스트를 운영했으며, 「국제i저널」에서 ‘노쌤 칼럼’을, 「메트로신문」에서 ‘노쌤의 키즈 톡톡’을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기로 했다』, 『엄마 아빠 딱 10분만 놀아요!』, 『엄마랑 아빠랑 우리 아이 말공부』 등이 있다.

언어치료사이자 심리상담가로 수많은 내담자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나가면서, 개개인의 묵은 감정이 치유됨에 따라 관계와 소통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됨을 확인했다. 이 책은 단순히 말투를 바꾸고 호감을 주는 대화법이 아닌,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우리 내면의 걸림돌을 하나하나씩 제거해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메일  grace_slp@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grace_slp


img005

프롤로그 | 말이 주는 상처에 속지 마세요

프롤로그

 

말이 주는 상처에 속지 마세요

 

 

 

상담 현장에서 듣는 고민의 대부분은 관계에 관한 문제들입니다. 그 고민을 깊이 들여다보면 주로 누군가에게 들은 말에서 비롯된 갈등일 때가 많습니다. 의아한 것은 똑같은 말도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고, 어떤 사람에게는 오랜 시간에 걸쳐 회복해야 할 상처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말 자체가 파괴적이라기보다 그 말을 듣는 개개인의 마음밭에 따라 ‘말’이라는 씨앗의 영향력이 달라짐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밭’이란 각자의 삶의 역사를 담고 있는 ‘내적 지도’를 뜻합니다. 이 내적 지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는 바로 우리의 부모입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해결되지 못한 감정이 많다면 내적 지도는 왜곡되기 쉽지요.

 

저 역시 켜켜이 쌓인 불순물이 가득한 내적 지도로 인해 다른 사람의 말을 참 많이 왜곡해서 들었습니다.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받아 힘들어했고, 혼자 토라져 마음을 닫고 도망가거나, 과민하게 반응하며 똑같이 상처 주는 말로 되갚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관계 맺는 일에 참 서툴렀습니다. 제가 하는 말 자체를 바꾸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변화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말’은 나의 내적 지도를 드러내는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지요.

말로 인한 실수를 줄이고, 바라는 바를 정확히 말하고, 남의 말을 왜곡 없이 들으려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 좀 내버려둬’라는 날 선 말 뒤에는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이 숨어 있고, ‘너는 도움이 하나도 안 돼’라는 비난의 말 뒤에는 ‘나 많이 외로워. 네가 필요해’라는 쓸쓸함이 숨어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마음을 깊이 보기 시작하니 말은 자연히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상대를 향한 말이 변화되니 자연스럽게 관계 또한 회복되었지요. 이 과정을 겪고 나니 이제는 말이 거친 이들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쉽게 상처받는 이들의 마음 이면에 웅크린 상처받은 아이가 보이고는 합니다.

 

언젠가 한 내담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 내가 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곧 ‘나’인 줄 알았는데 상담받으며 이제껏 무의식에 속고 살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라고 생각한 것은 내가 아니라 부모가 비춘 왜곡된 거울 속 내 모습, 허상이었던 거죠. 선생님이 깨끗한 거울로 나를 비춰주니 진짜 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내가 바라는 대로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연습하면서 참자아를 발견하는 것 같아 행복해요.”

왜곡된 거울에 비친 ‘나’는 ‘거짓 자아’입니다. 이 거짓 자아는 우리를 참 잘 속입니다. 부모가 자기를 대했듯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다른 이에게 모든 것을 맞춰야 한다고 말하죠. 그 가혹한 소리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모르니 자기 안에서 들리는 거짓 자아의 목소리에 속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심리치료사 비벌리 엔젤BevelyEngel은 『좋은 부모의 시작은 자기 치유다』 라는 책에서 정서적 학대를 당한 사람들은 그 상처를 내면화하거나 외면화한다고 말합니다. 상처를 내면화한 사람들은 자기 파괴적인 생각, 우울, 수동적인 의사소통, 관계 회피적인 성향을 나타냅니다. 반면 상처를 외면화한 사람들은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많이 보이고, 자주 불안해하고 적대적이며 언제나 ‘되받아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상처를 내면화한 사람에게 세상은 온통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로 가득할지 모릅니다. 타인의 말이 깊은 상처로 남을 때가 많죠. 이런 사람들은 자기에게 특별히 예민하게 와닿는 말을 점검하며 내면의 취약성을 발견하고, 정서적 학대자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고 돌볼 무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상처를 외면화한 사람은 “너는 상처 주는 말을 너무 많이 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은연중에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자주 한다면, 그 패턴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심도 있는 질문을 해볼 때입니다.

상처 주는 사람은 결국 상처 입은 자신을 보지 못하기에 말로 상처 입을 상대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대면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가진 슬픈 그림자도 이해하고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깁니다. 이러한 마음을 발굴하고 계발하는 과정을 심리 용어로 ‘의식화한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정신과 마음이 성숙해져가고 깨달음이 확장될수록, ‘나’를 받아들이고 상대를 이해하는 폭 또한 넓어지게 될 것입니다.

타인을 비난하는 말, 나를 낮추는 말, 좌절감을 부르는 말을 멈추고 지지와 보살핌, 사랑의 말을 내뱉는 훈련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다시 배우는 과정과도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려니 자주 경련이 일어났고 진전이 없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요. 하지만 저의 내적 지도에 가득한 가혹한 말, 비난의 말 등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뿐 아니라 나 자신의 삶 또한 지속적으로 파괴시킨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기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책에 수년간 저 스스로를 돌보며 얻은 지혜, 언어치료학과 상담학을 공부하며 깨달은 소통 갈등의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담고자 했습니다. 단순히 말 자체를 바꾸는 스킬이 아니라, 마음이 회복될 때 말이 덩달아 변화하는 원리를 전하고 제가 겪은 변화의 기쁨을 독자분들도 함께 누리길 바라는 소망으로 썼습니다.

 

이 책을 펼쳐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요. 또 얼마나 애쓰셨을까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와 똑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또는 마음이 병든 누군가로부터 생채기 난 마음을 돌보기 위해 숱한 좌절과 노력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살아내오셨겠지요.

당신은 존재 자체로 고귀하기에 당신의 입술과 마음은 사랑으로 채워져야 마땅합니다. 그러기 위해 사랑의 물길을 가로막는 당신 안의 생채기를 발견하고 돌보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말로 인해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똑같은 가해자가 되어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모진 말을 반복하는 일을 멈추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스스로를 속여왔던 ‘거짓 자아’를 발견하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당신의 본모습을 회복하기를 소망합니다.

 

노은혜


PART 1 서로의 말에 다치지 않게 : 관계와 나를 해치는 말버릇 고치기


난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뜻밖의 진급 소식을 들은 수정 씨가 주변 동료들에게 축하 선물을 받았다. 동료들의 마음에 감동한 그녀는 팀 단체 채팅방에 글을 올렸다. 선물 사진과 함께 이제껏 표현하지 못했던 진심을 장문의 메시지로 전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채팅방의 반응이 썰렁했다. 한참의 고민 끝에 수정 씨는 깨달았다. 그 채팅방엔 진급에 누락된 동료가 속해 있었다. 진급에 실패한 동료에게 미안한 감정, 선물을 준 동료들마저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다면 반이라도 갔을 텐데, 괜히 마음을 표현하려다 눈치 없고 배려 없는 사람이 돼버렸어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고의로 그랬다고 오해하지는 않을지 무서워요.”

 

무심코 뱉은 말이 돌이킬 수 없는 오해를 부르고, 그것이 관계 공포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명 인사가 한순간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대중의 공분을 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언론인은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대구 사태’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가뜩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구 시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어느 유명 강사는 강의 중 ‘7등급 나오면 용접 배워서 호주 가야 된다’라고 발언한 것이 화제가 되며 ‘기본적인 배려심이 결여된 강사’라는 강한 질타를 받았다.

분위기를 띄우려고,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혹은 수정 씨처럼 단순히 호의를 전하려는 선한 의도로 예기치 않은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이런 이유로 요즘 직장인들은 오해를 사거나 곤란한 일을 당할지 모르니 점점 더 말을 줄이게 된다고 한다. 상사의 말에 무조건 ‘넵’이라고 응답하는 ‘넵병’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자신이 내뱉은 한마디로 의도치 않게 분위기가 냉랭해졌거나 심한 오해를 받은 경우, 누구라도 당혹스럽고 난감할 것이다. 힘겹게 꺼낸 한마디가 자기 이미지를 실추했다는 생각이 반복되다 보면 대인관계가 점점 더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는 관계를 위해 에너지를 들여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이야기를 꺼내고 맞장구를 치고 칭찬을 하는 등의 사소한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조심스러워진다. 이런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관계’라는 망에서 멀어지기를 선택한다.

‘깊은 관계는 바라지도 않아. 차라리 입 다물고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실수 안 하고 사는 게 낫지.’

이런 생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사람들과 친밀한 유대감을 공유하는 관계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제일 큰 문제는 ‘관계를 힘들어하는 나’를 수용하지 못하거나 ‘나는 말도 제대로 못해’라며 자존감을 갉아먹는 생각의 굴레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말실수 트라우마’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기 전 몇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