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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권

 

나는 당신이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펴낸날 초판 1쇄 2020년 8월 5일

 

지은이 박주홍

 

펴낸이 임호준

본부장 김소중

책임 편집 박햇님 ㅣ 편집 김유진 고영아 이상미 현유민

디자인 김효숙 정윤경 ㅣ 마케팅 정영주 길보민

경영지원 나은혜 박석호 ㅣ IT 운영팀 표형원 이용직 김준홍 권지선

 

인쇄 (주)웰컴피앤피

일러스트 마담롤리나(Madame Lolina)

 

펴낸곳 비타북스 ㅣ 발행처 (주)헬스조선 ㅣ 출판등록 제2-4324호 2006년 1월 12일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21길 30 ㅣ 전화 (02) 724-7633 ㅣ 팩스 (02) 722-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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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홍,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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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5846-335-9 1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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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버님, 어머님이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치매가 걱정이 되어 찾아온 환자들에게 내가 종종 건네는 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치매 환자들에게는 두드러진 특징이 하나 있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서 하루의 대부분을 그냥 의미 없이 흘려보낸다. 그러면서 은퇴 후의 무료함과 무기력함에 대해 푸념한다.

“나는 이제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요.”

자신을 돌아볼 겨를 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사람일수록 은퇴 후 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 큰 의미를 두지 못한다. 특히 회사에서 중역을 맡았던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소소한 일상을 계획적으로, 즐겁게 보내는 게 치매로부터 멀어지는 가장 중요한 건강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이런 환자들에게 나는 일상 관리의 중요성을 넌지시 알려드린다.

“그럼 저와 바꾸실래요? 저는 주6일 병원에서 일하고 방송이라도 있으면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할 때가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 여유가 없는 제가 더 불행한 거 같아요. 저는 은퇴해서 시간 여유가 생기면 지금까지 아내와 함께 하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을 즐기고 싶어요. 함께 장도 보고 음식도 만들고 산책도 하고 집안일도 같이 하고요. 집안일을 계획적으로 하는 게 얼마나 머리를 쓰는 일인데요.”

나는 은퇴 후에는 집안일도 새로운 직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편이다. 집안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오늘은 어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지, 장을 볼 때 어떻게 해야 싸고 좋은 재료를 살 수 있는지, 집안 정리를 어떤 식으로 해야 효율적인지, 운동은 오전, 오후 중 언제 해야 적당한지… 이런 일상의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치매 예방에 좋은 뇌 운동이 된다.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취미 및 종교 활동 등을 병행하면 멍하게 앉아 있을 틈 없이 하루하루가 바쁘게 돌아간다.

은퇴 후 무료하게 일상을 보내면 뇌에 자극이 부족해서 뇌의 노화만 가속될 뿐이다. 젊어서는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들 키우고 집안일 하느라 시간 여유가 없었다면 은퇴 후에는 내 시간을 오로지 나를 위해서 쓸 수 있다.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65세 이후부터가 진짜 인생 아닐까?

그렇다면 치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일상을 계획하고 관리해야 할까? 치매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첫째, 공부하기.

둘째, 운동하기.

셋째, 식습관 관리.

이처럼 생활 관리를 통해 뇌세포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사멸되지 않도록 지키는 게 주요 과제다. 이로 인해 뇌는 근육을 만들고 새로운 신경회로를 생성해 삶이 마감하기 직전까지 최대한 길게 인지 기능을 유지한다. 설령 치매 진단을 받더라도 꾸준한 생활 관리가 그나마 진행 속도를 통제할 수 있다.

나는 환자를 치료할 때 몸과 마음, 뇌를 같이 돌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매 치료의 3단계 중 1단계는 체질 개선이고 2단계는 몸과 뇌의 해독이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자가 치유 능력의 향상이다. 이러한 3단계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뇌 관리 1일 프로그램과도 연결된다. 매일 아침 차를 마시고 점심에는 머리를 지압하고 오후에는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명상을 하는 일련의 과정은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한 체질 개선, 해독, 자가 치유 능력 향상을 다 가져온다.

동양의학은 과학적 연구로 증명할 수 없다는 생각,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 많은 서양의학자들이 다시 동양의학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행하는 치료법과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일상 관리법 역시 동서양의 의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을 비롯한 국제 뇌과학·뇌의학 분야와의 교류, 뇌질환 연구, 치매 환자를 통한 임상 결과 등 20여 년 이상을 들여 나름의 체계를 세우고 성과를 본 것들이 치료법의 뼈대가 됐다.

《나는 당신이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에서는 뇌의 앞뒤, 좌우를 활성화할 방법을 짚어준다. 뇌와 치매 연구의 최신 경향을 훑어봄과 동시에 조금 새로운 접근의 뇌 운동법을 추가로 소개했다. 뇌의 전 영역을 골고루 써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껏 많았지만, 체계적으로 부위를 나누고 각 영역을 어떤 식으로 자극할지를 설명한 시도는 전무할 듯하다. 개개인마다 취약한 뇌 부위가 다르듯이 치매의 원인, 예방 및 치료의 접근, 치매 위험 인자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부위별 뇌 강화 운동을 숙지한다면 치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 100세 시대라는 말을 하지만 이것도 옛말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장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2030년 이후에 인간의 수명이 130세가 될지, 150세가 될지 알 수 없다고 예측한다. 앞으로 우리 앞에 남은 인생을 떠올려보자.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한탄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 온전히 맑은 기억력으로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는 삶을 살길 바란다.

끝으로 뇌와 마음 그리고 몸을 함께 살피면서 치매를 극복하고자 하는 필자의 ‘3·3·3 통합의학 치매 치료’의 이론적 토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심신의학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허버트 벤슨 교수님, 2011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이며 세계 최고의 면역학 대가인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의 브루스 보이틀러 교수님, 통합의학의 세계적인 석학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의 피터 웨인 교수님, 시스템 생물학의 세계적 대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데니스 노블 교수님 등 학문적 가르침을 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20년 8월

치매 없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한의학박사·의학박사·보건학석사박주홍


차례

 

쉽게 찾아보기

지압

전체 뇌

사죽공혈, 예풍혈

인영혈, 양계혈

용천혈

뒤쪽 뇌

풍부혈, 풍지혈

백회혈

 

전체 뇌 강화 운동

온몸 털기

단전 치기

발끝 부딪치기

모관 운동

양 손가락 걸고 당기기

손끝 밀기

벽 짚고 손가락 팔굽혀펴기

발가락 가위바위보

까치발 서기

명상

 

앞쪽 뇌 강화 운동

걸으면서 가위바위보

스텝 더하기 빼기

위, 아래 삼각형 체조

양손으로 쓱싹쓱싹 쾅쾅

손바닥 손등 박수 치기

 

뒤쪽 뇌 강화 운동

숨은 그림 찾기, 같은 도형 찾기

촉각 살리기 연습

젓가락으로 콩 집기

외국어 듣기

 

좌뇌 강화 운동

책 읽고 간단하게 요약하기

머릿속으로 암산하기

외국어 공부하기

말장난하기

하루를 기록하기

온라인 세상과 소통하기

 

우뇌 강화 운동

내비게이션 사용 줄이기

그림 그리기

퍼즐, 조립, 종이접기

수공예품 만들기

노래 부르기

하루 5분 웃음 스트레칭

 

자가 진단 테스트

건망증

기억력

치매, 경도인지장애

중풍

우울증

치매 관련 추천 자료


서문

65세 이후부터가 진짜 인생,

치매 걱정 없는 노후의 삶을 기대한다

 

 

깜빡깜빡 건망증이 생겼다

건망증이 보내는 신호

치매의 진행 단계

80대의 뇌가 20대의 뇌보다 젊을 수 있다

뇌세포가 재생된다고?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 뇌

100세 시대, 슈퍼에이저가 되자

마음이 행복하면 뇌도 행복하다

마음과 몸의 활력을 찾는 게 우선

취미가 뇌를 살린다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살자

운동하는 뇌가 치매를 예방한다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

편하게 걷기, 집안일도 다 운동이다

공부하는 뇌는 늙지 않는다

환자의 자발성 독려하기

컴퓨터를 배우며 치매를 늦춘 할머니

생활이 바뀌면 뇌도 달라진다

일상생활 속 적극적인 뇌 훈련

고질병 관리가 결국 뇌 관리다

 

 

뇌는 어떻게 기억을 할까?

뇌 전체를 골고루 쓰는 게 중요하다

아침, 뇌에 영양을 공급한다! / 소올차 & 소올주스

점심, 머릿속과 혈액을 깨끗하게! / 해피 버튼 & 청혈 스위치

저녁, 뇌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 산책 & 전체 뇌 강화 운동

잠들기 전, 마음을 다스린다! / 명상

 

 

사고·판단·실행을 담당하는 앞쪽 뇌

앞쪽 뇌, 어떻게 단련할까?

오른손잡이는 왼손, 왼손잡이는 오른손 사용하기

입으로 소리를 내며 책을 읽자

가장 즐거운 일을 취미로 만든다

매일 일기를 쓰며 기억 정리하기

두뇌와 몸을 동시에 쓰는 생활 운동

앞쪽 뇌 강화 운동

 

 

후두엽, 두정엽, 측두엽의 긴밀한 관계

뒤쪽 뇌 각각의 영역, 어떻게 단련할까?

후두엽을 자극하는 지압 & 운동

두정엽을 자극하는 지압 & 운동

측두엽을 자극하는 지압 & 운동

 

 

역할이 비대칭적인 좌뇌와 우뇌

요약하고 메모하는 습관

좌뇌 강화 운동

 

 

뇌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번 아웃 현상

우뇌 강화 운동

 

 

치매와 생활 습관의 관계

건강한 생활 습관이 튼튼한 해마를 만든다

담배를 끊으면 치매가 멀어진다

뇌에 좋은 식사 습관을 유지하자

밤에 푹 자야 뇌가 깨끗해진다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술은 적당히 마신다

스트레스,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매일매일 남들과 즐겁게 어울리기

 

 

치매에 이르는 단계

대표적인 치매 종류 3가지



 

 

 

 

“나, 치매인가 봐.”

요즘 건망증이 생겨 고민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농담 삼아 하는 말이겠지만 그 마음 안에는 진심으로 걱정이 서려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집중력이 헝클어져 나타난 단순 건망증으로 일종의 주의력 장애에 가깝다. 치매의 원인과 예방, 치료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최근 연구자들의 공통 의견은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유전이 아니라 생활 습관’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뇌 건강에 좋은 음식, 기억력이 좋아지는 취미나 운동법 등으로 치매 유발 인자를 다스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뇌 관리의 중요성이 비단 노년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건망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장애가 발생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원 환자 중 38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상 증세를 보인 직장인 여성이 있었다. 환자는 회사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실수가 늘었다며, 고민만 하다가 진료실을 찾았다고 했다. 검사 결과 단순 건망증이 아닌 예비 치매 즉, ‘경도인지장애’ 상태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의 사례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지만 경도인지장애에 대해서는 가벼운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쉽게 말해 치매 바로 직전 단계, 그만큼 장차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군에 속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젊은 연령대든 노인이든 뇌가 손상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우울, 피로, 수면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뇌세포가 공격을 당하거나 뇌의 명령 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의 현상을 초래한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나 우울감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건망증이나 경도인지장애도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문제는 개선 이후에도 뇌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재발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퇴행성 뇌질환은 나이와 상관없이 뇌를 혹사시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두뇌를 쓸 때는 열심히 가동하더라도 뇌에 쌓인 피로를 제때 풀어주고, 혈압이나 당을 관리하듯이 뇌로 통하는 혈관과 혈류량 등을 늘 신경 써야 한다.

1장에서는 정상, 주관적 인지장애, 경도인지장애, 치매로 이어지는 4단계를 설명하고 뇌를 영역별, 기능별, 부위별로 관리하는 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또한 뇌를 지탱해주는 몸, 뇌를 움직이는 마음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38세 여성 환자였다. 공기업에서 사무직으로도 일했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적도 있다는데,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머리가 맑지 않고 판단력이 흐리고 기억도 잘 안 나고, 또 길도 잘 잃어요.”

가장 큰 문제는 직장 상사의 지시 사항을 자주 잊는다는 점이었다. 실수할 때마다 매번 ‘앞으로 잘하겠다’고 사과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상사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유지하는 게 곤란한 상태였다.

이미 신경과에서 약도 먹어보고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검사도 해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 나왔다. 양방 병원과 한방 병원을 오가며 이런저런 치료를 받았어도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 증상이 조금 나아졌나 싶으면 또 다시 실수할까 봐 불안했고 그게 다시 스트레스가 됐다.

검사 결과 이 환자는 건망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경도인지장애(예비 치매 단계)로 진단됐다. 다행히 경도인지장애 초기였고 젊은 나이였던 터라 병원 치료와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가 치료(두뇌 트레이닝)를 병행하며 증상이 빨리 호전될 수 있었다. 뇌 순환이 개선돼 인지 능력이 다시 향상되면서 자존감도 되찾았고 매사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회사 사람들도 그녀의 밝아진 얼굴 표정을 느낄 정도였다. 잦은 실수도 크게 줄어서 이제는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건망증이 있으면 “이 정도 건망증은 다 있는 것 아닌가요?”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다.

 

건망증 자가 진단

 

하단의 각 문항 중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에만 ‘예’를 체크하세요.

 

* 출처: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예’가 6개 이하(정상): 지금처럼만 뇌 건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주세요.

7~14개(건망증 위험군): 뇌 건강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15개 이상(중증 건망증): 중증 건망증일 경우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수.

 

그러나 이 방치 기간에도 뇌의 퇴화는 계속된다. 본격적으로 증상이 발현되기 전, 뇌의 특정 영역에는 신경세포나 혈관의 위축 및 손상이 있을 수 있다. 처음에는 그저 주의력이 떨어지고 깜빡 하는 순간이 늘어나는 정도이지만, 경증에서 중증으로 발전하고 모든 인지와 판단이 흐려지기까지 평균 6~10년이 걸린다. 그야말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가 서서히 퇴화하는 것이다.

  

  

 

치매 환자 중 가장 높은 비율(50~70%)을 차지하는 종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뇌졸중(뇌경색, 뇌출혈)과 같은 혈관질환을 겪은 이후에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 신경퇴행성질환인 파킨슨병 후에 생기는 파킨슨치매(파킨슨병 환자들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치매 발병 확률이 약 6배 정도 높음), 감정과 행동 조절 및 언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전두엽과 측두엽의 퇴행을 의심하게 하는 픽병(Pick’s disease; 전두측두엽 치매의 한 유형), 알코올 중독으로 기인한 알코올성 치매 등으로 세분화된다. 어떤 치매든 모든 환자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 저하이다.

그중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진행이 계속되는 비가역성 치매에 해당한다. 시작은 건망증이지만 차차 경도인지장애, 치매 초기, 중기, 말기 수순을 밟는다. 반면 가역성 치매는 말 그대로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혈관, 신경, 두뇌의 통합 관리 등이 치료 방법으로 제시되는데, 결국은 운동과 식사, 생활 습관 관리로 이어진다. 이런 관리가 뇌의 퇴행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는 책 전반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지금부터는 치매의 직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건망증이 좀 심해지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정도. 문제는 본인과 가족, 주변 친구들, 직장 동료들도 이 증상을 알아차려 환자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업무 면에서 황당한 실수를 연발하기는 해도 치매처럼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건망증은 20여 년 혹은 그 이상까지도 증상이 발전하지 않은 채 계속 될 수 있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가 시작되면 향후 3~6년 내에 치매 초기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위험군 혹은 중증 건망증 이후부터 자가 훈련을 꾸준히 하길 권고한다. 또한 전문가의 진단 및 치료를 받아보라 조언한다.

 

이렇게 설명해도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환자들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행 속도다. 누구나 깜빡하고 실수할 수 있지만 최근 잦아졌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작년보다 올해 눈이 띄게 증상이 심해졌다면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건망증이야 노화의 한 과정이라서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치매는 질병이기 때문에 ‘완치’라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몇 가지 문항으로 건망증 자가 진단을 해보는 것처럼 경도인지장애도 자가 진단 리스트를 체크하길 권한다. 단, 이런 문항 테스트로 증상의 정확한 단계, 진행 여부를 알 수 없으니 스스로 위험군인지 아닌지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작년 대비 증상이 심해졌다면 즉시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한다.

치매 진행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신체 진찰(간·신장·갑상선 기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혈액 검사와 기초적인 내과 검사)과 면담, 인지 영역에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를 살필 수 있는 신경 인지 검사가 있는데, 이 단계에서 이상 소견이 있으면 뇌의 상태와 원인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뇌 영상 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을 추가로 실시한다.

앞서 개인이 임시방편으로 체크하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 이유는 신경 인지 검사의 체계성에 비하자면 체크 리스트 결과가 매우 단편적이라서 그렇다. 인지 기능은 기억력, 언어력, 시공간 감각, 주의력, 판단력 등 인지·사고에 필요한 전 영역의 능력 상태를 의미한다. 전문적인 치매 검사에서는 다양한 영역의 문답지를 풀면서 인지 기능 저하의 정도를 파악하고 이것이 정상적인 노화 과정의 범주인지를 심층적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다양한 인지영역 중 어느 부분이 가장 뒤처지고 있는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혈액 검사 결과는 치매의 주된 원인을 밝히기 위해 꽤 중요한 지표다. 체내에서 항염증 작용을 하는 아포지질단백질(혈중 지질 결합단백질)은 유전자형 특성에 따라 심혈관질환,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 인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가장 연관이 깊은 아포지질단백질 4형(APOE4)을 보유한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이 그만큼 높은 셈이다. 전해질 불균형, 비타민 B12·엽산 결핍, 갑상샘 기능 등은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아닌 다른 유형의 치매 발병과 관련이 깊다. 이런 인자들은 대개 혈액 검사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일차적인 원인이 발견되면 뇌 영상 촬영으로 대뇌피질의 상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뇌척수액 검사로 베타-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 수치 등을 점검한다. 베타-아밀로이드의 과도한 축적, 타우 단백질의 엉킴 상태는 뇌의 인지 기능을 저하시킨다고 알려졌다.

치매 전문의는 위의 다양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환자의 상태를 진찰한다. 모든 질병이 그러하듯 조기 진단은 예방 및 빠른 치료로 연결된다. 필자 역시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무수히 만나 치료하며 이들 중 70~80%의 치매 진행을 막을 수 있었다. 경도인지장애 기간만 연장해도 노후의 삶이 무너질 위험은 사라진다.


 

 

 

 

치매를 걱정해 내원하는 환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게 현실화된 요즘, 필자는 40대부터 치매를 예방해야 한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이 시기부터 각종 성인병과 합병증이 시작되기 때문에 여러 인자들이 뇌를 공격하게 된다 해도 그리 억지 주장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망증과 주의력 부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는 이것을 ‘낙관적 편견’이라 부른다. 40대에 접어들면 누구나 규칙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는데, 이에 비해 뇌 건강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게 현실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10명 중 7명이 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중년 여성은 특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학계에서는 이 원인을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에서 찾고 있다. 갱년기 이전까지 활발히 분비하던 에스트로겐이 신경세포의 활동에 있어서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했던 것이라 추측한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연구팀 역시 뇌 노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했다. 그 결과 뇌가 가장 빛을 발하는 시기는 22세, 27세부터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인간의 뇌는 37세부터 기억력 관련 테스트 점수가 하락하기 시작하고 42세에 이르러서는 기억력 외에 다른 인지 기능 테스트 점수도 낮아진다.

그렇다고 치매에 대해 덮어놓고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 치매 단계로 들어서기 전에 뇌 관리를 시작하면 얼마든지 정상 단계로 회복될 수 있다. 설령 치매 직전 단계까지 꽤 진행이 된 상태라 해도 예방, 행동 수정 등으로 증상이 나아진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다만 권위 있는 의학 기관의 치매 연구가 여전히 뇌 자체의 규칙성, 약물이나 의학 기술로 인한 치료에 집중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뇌세포는 한 번 망가지면 다시 생성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던 통념을 무너뜨린 연구 결과가 발표(1999년)된 이후, 치매를 포함한 뇌과학 연구자들은 ‘뇌신경세포는 특정 자극에 의해 증가한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고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뇌세포의 재생이 기억 저장과 관련 깊은 해마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치매 연구에서 해마 연구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또한 2013년에 요나스 프리센Jonas Frisen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해마의 신경세포 나이가 전부 제각각’이라는 의견도 주목할 만하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뇌세포가 죽고 다시 생성되지 않는다는 의견, 노화의 한 과정으로 사고 및 인지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뒤집히자 기억 강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려는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최근 이슈는 젊은이에게 뒤지지 않는 기억력을 가진 ‘슈퍼에이저(Superager)’ 즉, 슈퍼 노인이다. 뇌세포의 나이가 전부 다르다는 것은 후천적 관리에 의해 뇌의 연령을 얼마든지 젊게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미국의학협회저널JAMA(2017)〉을 통해 발표한 ‘우수한 기억력과 보통의 기억력을 지닌 80세 이상 노인의 피질 위축률’ 연구 결과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