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BRAIN

Copyright ⓒ 2010 by Louann Brizend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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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19 by Woongjin Think Big Co., Ltd.

This translation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Broadway Books,

an imprint of the Random House,

a division of Penguin Random House LLC through EYA(Eric Yang Agency.




남편, 아들, 오빠 그리고 아버지
내 인생의 모든 남자들에게






들어가는 말

무엇이
남자의

행동을
조종하는가




남자의 뇌는 정말 단순할까?

의대생 시절 나는 주요 과학연구들이 여자를 자주 배제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여자의 월경주기가 데이터를 망쳐놓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다시 말해 과학 및 의학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간의 생리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모델로 남자만을 연구한다는 의미였다. 그런 경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남녀에 대한 불공평한 연구 관행에 일찍부터 의문을 품어왔던 나는 하버드대학교와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호르몬이 남자와 여자의 뇌에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고, 여성 심리와 호르몬을 위한 클리닉Women’s Mood and Hormone Clinic을 설립했다. 그런 연구들을 토대로 인생의 매 단계에서 여자의 독특한 특성을 만들어내는 뇌 구조 및 호르몬 생물학을 소개한 『여자의 뇌』를 집필했다.

물론 남자만의 뇌 구조와 호르몬 역시 남자만의 독특한 현실을 창조한다. 하지만 내가 두 번째 책으로 『남자의 뇌』를 준비하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똑같은 농담을 던졌다. “얇은 책이 될 겁니다. 팸플릿 하나 정도 분량이나 되려나.” 나는 남자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우리 문화에 넓고 깊게 뿌리 박혀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남자는 단순하고, 여자는 복잡하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나의 임상 경험은 물론이고 뇌과학에서부터 진화생물학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은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남자의 뇌를 그저 ‘허리 아래에 있는 뇌’로 단순화시키는 일은 농담거리로는 적당할지 몰라도 남자의 뇌 전체를 대변하기는 어렵다. 남자의 뇌는 당장 죽을 것 같은 유아기의 뇌, 잠이 없고 굉장히 지루해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10대의 뇌, 정열적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짝짓기의 뇌, 자식에 푹 빠져 정신 못 차리는 아빠의 뇌, 사회적 계급에 집착하는 공격적인 뇌, 빨리 해결하길 원하는 감정적인 뇌 등 여러 모습이 있다. 사실 남자의 뇌는 필사적인 문제 해결 장치다.

새롭게 이뤄지는 방대한 뇌과학 연구를 참고하면서 직접 남자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통해 나는 인생의 매 단계에서 남자의 독특한 뇌 구조와 호르몬이 여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남자 특유의 현실을 창조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뇌가 대부분 단순하다는 오해를 과도하게 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임신하는 순간부터 차이가 생긴다. 남자의 뇌와 몸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는 분명한 ‘남자’의 세포다. 남자 세포에는 Y염색체가 있고, 여자 세포에는 없다. 이 작지만 중요한 차이는 유전자가 처음 뇌 속에 무대를 마련하는 순간 펼쳐지며 후에 호르몬에 의해 더욱 확대된다. 임신 8주가 되면 남자의 작은 고환에서 뇌를 흠뻑 적시고 뇌의 구조 자체를 바꿔놓기에 충분한 양의 테스토스테론을 생산되기 시작한다. 일생 동안 남자 뇌는 유전자와 남성호르몬에 의해 초안이 그려진 청사진에 따라 형성되고 변형될 것이다.

『남자의 뇌』는 25년에 걸친 신경정신과 의사로서의 임상 경험이 바탕이 되었으며, 신경내분비학, 유전학, 분자신경과학의 발달을 통해 얻은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또한 신경심리학, 인지신경과학, 아동발달학, 뇌영상기술, 정신신경내분비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도 인용했다. 또한 영장류동물학 및 동물학을 탐구하고 유아, 아동, 10대를 관찰 연구하여, 본성과 양육의 조화를 통해 특정 행동들이 남자 뇌에 프로그램화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남자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 호르몬

유전 및 화학 추적자,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와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 같은 새로 등장한 강력한 과학적 도구들은 인간의 뇌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말하자면 뇌가 문제를 해결하고, 단어를 창작하고, 기억을 떠올리고, 결정을 내리고, 얼굴 표정을 알아보고, 사랑에 빠지고, 아이 울음을 듣고, 우울·공포·불안을 느끼고 있는 동안에도 실시간으로 뇌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학자들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유전적, 구조적, 화학적 그리고 호르몬과 뇌의 작동절차에 관한 차이점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여자 뇌에서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옥시토신 호르몬이 뇌 회로에 작용하여 여자의 전형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남자 뇌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 바소프레신, 그리고 가장 일찍 시작하여 가장 오랫동안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뮬러관억제물질MIS, Müllerian inhibiting substance이라는 호르몬이다. 뇌에서 작용하는 남자와 여자의 호르몬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보통 남자들은 공간 정보를 처리하고 감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자와는 다른 뇌 회로를 사용한다. 남자의 뇌 회로와 신경 체계는 근육, 특히 얼굴 근육에도 다르게 작용한다. 여자와 남자의 뇌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각자의 특유한 방식으로 보고 듣고 이해하고 평가한다. 전반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뇌회로는 매우 유사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같은 목표와 임무를 이해하고 달성하는 데 서로 다른 회로를 사용한다.

또한 남자의 뇌 시상하부에는 성적 충동에 할애된 공간이 여자의 뇌보다 2.5배나 크다. 남자 시각 피질에는 밤이나 낮이나 성적인 생각이 떠돌면서 성적 기회를 포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짝짓기는 여자만큼이나 남자에게도 중요하다. 일단 남자는 자신의 사랑과 성욕이 일치되면 여자만큼이나, 아니 여자보다 더 심하게 사랑에 푹 빠져버린다. 출산이 가까워지면 남자의 뇌는 극적이고 특이한 변화를 거쳐 아버지의 뇌로 바뀐다.

남자의 뇌는 근육의 움직임과 공격성을 담당하는 중추 또한 여자의 뇌보다 더 크다. 배우자를 보호하고 영역을 방어하기 위한 남자의 뇌 회로는 호르몬을 통해 사춘기부터 준비된다. 사회적 서열과 위계질서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남자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또한 남자의 뇌는 가장 원시적인 영역의 중심부에 더 큰 운영 체계가 있다. 공포를 표현하고 방어적인 공격성을 촉발하는 편도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때때로 사랑하는 대상을 지키기 위해 죽도록 싸우기도 한다. 더욱이 사랑하는 사람이 감정적 고통을 느끼는 상황이 되면 남자의 뇌에서는 문제 해결 및 상황 정리를 위한 영역이 즉각 작동을 시작한다.


남녀 간의 성 차이를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이유

21년 전 내 배 속의 아기가 Y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이렇게 다양한 남자만의 행동에 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 “만약 남자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키워야 할까?”라고 걱정하면서도 그 순간까지도 무의식중에 아기가 “딸일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여자로서 살아온 나의 인생 경험이 딸을 키우는 데 안내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나의 불안은 당연한 것이었다. 당시 남자아이에 대한 나의 무지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했다.

지금 나는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통해 남자와 여자 모두 상대 성을 움직이는 생물학적·사회적 본능에 대해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여자로서 우리는 남자를 사랑하고, 남자와 함께 살고, 아들을 키우기도 하지만 아직도 남자와 남자아이에 대해 이해할 점이 많이 남아 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여자도 남자도 상대의 뇌와 신체가 순간순간 무엇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대부분 서로 다른 유전자와 신경화학물질, 호르몬에 의해 수행되는 근본적인 작업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본질적인 성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생물학만으로는 모든 사실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뇌 구분이 생물학적으로 시작되긴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뇌 구조는 한때 생각했던 것처럼 출생 시나 아동기 말기에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 계속 변한다. 우리의 뇌는 과학자들이 10년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뇌는 최고로 재능이 풍부한 학습 장치다. 따라서 우리의 문화와 행동 양식이 뇌가 형성되고 변형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만약 남자아이를 ‘남자가 되게’ 키운다면, 아이가 어른이 될 무렵이면 이미 그런 성향을 띠고 있던 그의 뇌 구조와 회로는 더욱 ‘남자답게’ 만들어진다.

남자아이가 남자가 되면 그는 아주 오래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것이다. 여자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아무도 그 질문에 결정적인 대답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남자들은 여자와 사회가 일반적으로 남자에게 원하고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남자는 강하고, 용감하고, 독립적이어야 한다. 남자는 공포와 고통을 억누르고, 부드러운 감정을 숨기고, 도전 앞에 대담하게 맞서라는 압력을 받으며 자란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감정적 억압을 반영하기 위해 남자의 뇌 회로는 구조적으로 변한다. 속으로는 여자만큼, 아니 어쩌면 여자보다 더 친밀함과 포옹을 갈망하고 있을지 몰라도, 남자들은 이런 욕망을 내보이면 다른 남자와 여자들에게 여리고 약하다는 오해를 받게 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뇌는 재빨리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행동 방식을 배운다. 어른이 되면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는 사회적 성 역할에 적합한 방식으로 행동할 줄 알게 된다. 하지만 성 역할에 맞는 이런 행동 중 타고난 것은 무엇이고, 학습된 것은 무엇일까? 남자와 여자 사이의 오해는 생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답은 놀라울지도 모른다. 만약 남자와 여자, 부모와 스승이 남자의 뇌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소년기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성인이 되어 어떻게 현실을 바라보게 되는지를 깊이 이해한다면 우리는 남자아이와 남자에 대해 더욱 현실적인 기대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물학적인 성의 차이를 더욱 깊이 이해할수록 단순하고 부정적인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릴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그동안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오래된 고정관념 말이다.

이 책은 어린 남자아이, 거친 10대, 짝짓기에 나선 남자, 아버지, 할아버지를 뇌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우리는 마침내 남자와 여자가 뚜렷하게 다른 생물학으로 각자를 파악하고, 그것이 어떻게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생물학적인 뇌의 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행동을 유발하는지 이해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남자라면, 이 지식을 통해 남자 뇌의 힘을 이해하고 길들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들과 아버지, 다른 남자를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이 여자라면, 남자 뇌의 아리송한 측면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여러 해 동안 집필하면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들인 아들, 남편, 오빠, 아버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이 책이 남자의 뇌를 있는 그대로의 미묘하고 복잡한 악기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Chapter 1. 미묘하고 복잡한 악기, 남자의 뇌







남자아이는
왜 가만히 있지 못할까


데이비드는 그네와 미끄럼틀을 쏜살같이 지나 달려갔다. 유치원 친구 매트와 크레이그가 그 뒤를 바싹 따라붙었다. 어떻게든 먼저 도착하고 싶었던 데이비드는 모래놀이터를 가로지르는 지름길을 선택했고, 모래를 사방으로 튀기며 세발자전거를 향해 돌진했다. 매트도 크레이그를 옆으로 밀치며 자전거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미 데이비드가 운전석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페달을 힘껏 밟으며 요란스럽게 차도로 접어들었고, 의기양양하게 바퀴를 굴렸다.

남자 꼬마아이가 액션과 모험에만 몰두한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 꼭 뇌과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운동장에 나가보라. 데이비드 같은 남자아이들이 끊임없이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것이다. 남자아이는 자신이 움직이고, 물건을 움직이게 하고, 물건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한때는 과학자들이 남자아이의 이런 전형적인 행동을 사회화의 결과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 우리는 그 움직임을 유발하는 더 큰 동기가 생물학적으로 남자의 뇌에 새겨져 있음을 알고 있다.

아주 작은 저속촬영 뇌 스캐너를 사용해 남자와 여자의 뇌가 태아 단계에서 발달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그 중요한 운동회로가 각자의 유전자와 성호르몬의 청사진에 따라 뇌에 새겨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자아이에게서 발현된 유전자는 움직이는 물체를 찾아내어 쫓아가고, 목표를 명중시키고, 자신의 힘을 시험하고, 적을 격퇴하는 놀이를 하고 싶은 욕구를 촉발한다.

데이비드와 두 친구는 행동지향적이 되도록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다. 생물학적 충동에 따르고 있을 뿐이다. 데이비드의 엄마 말에 따르면, 데이비드는 출생 직후부터 움직임에 대한 애정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한다. “데이비드를 아기침대에 눕히면서, 그 애가 울음을 터뜨리며 저를 애원하듯 쳐다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레이스가 아기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흔들리는 모빌을 발견하자마자 제가 옆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더군요.”

세상에 나온 지 24시간밖에 안 된 데이비드는 누가 격려하거나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모빌에 달려 빙글빙글 돌고 있는 삼각형과 사각형을 바라보았고, 곧 거기에 매료된 듯 보였다. 데이비드에게 모빌에 매달린 삼각형과 사각형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라고 가르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데이비드 스스로 한 것이다. 움직이는 물체를 찾아내는 남자아이의 능력은 환경에 의해 길들여진 결과가 아니다.

뇌란 남자의 뇌가 아니면 여자의 뇌이고, 이 두 종류의 뇌는 서로 거의 비슷하지만, 과학자들은 두 뇌에서 엄청난 차이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선천적으로 남자아이의 뇌에만 새겨지고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행동과 기술이 있는 반면, 여자아이의 뇌에만 새겨진 것들도 있다. 과학자들은 야단법석을 떠는 등의 전형적인 남자의 행동이 남성 특유의 신경세포와 직접적인 연결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여러 가지 활발한 움직임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런 차이점들은 문화와 양육, 교육 등으로 강화되기도 하지만, 그 최초의 출발점은 바로 뇌다.



눈을 제대로
맞추지 않는 남자아이


데이비드의 엄마 제시카를 처음 만난 때는 데이비드가 태어나고 몇 달이 지난 후였다. 당시 그녀의 첫딸 그레이스는 세 살이었고, 제시카와 남편 폴은 귀여운 남자아기가 태어난 것을 매우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스를 키울 때와는 달리 데이비드를 키우는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다. 제시카는 이렇게 말했다. “데이비드는 한동안 귀엽고 착하게 굴다가도 갑자기 제 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려요. 내려놓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울어댄답니다.”

제시카는 데이비드가 과잉행동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두려워했다. 하지만 담당 소아과 의사는 데이비드의 행동은 정상적이며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남자아기가 여자아기보다 감정적 흥분이 빠르고 일단 화가 나면 달래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처음에 부모는 딸보다는 아들의 감정을 조절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그녀가 말했다. “그레이스는 진정시키기가 훨씬 쉬웠어요. 데이비드는 온 식구를 항상 긴장하게 만들어요.”

제시카는 데이비드가 아기 때의 그레이스와는 달리 엄마와 눈을 맞추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데이비드는 몇 초 동안 엄마를 바라보다가 바로 모빌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나 역시 아들을 키우면서 같은 걱정을 했던 일이 떠올라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심리학자들이 아기와 유대감을 키우는 열쇠가 그들이 ‘상호 응시’라고 부르는 것, 즉 서로 상대의 눈을 쳐다보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자아기들에게는 맞는 말이지만, 남자아기들은 그렇게 오랜 상호 응시 없이도 유대를 맺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얼굴을 오랫동안 열심히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여자아이와 달리 남자아이의 시각회로는 처음부터 움직임, 기하학적 모양, 물체의 모서리와 각 등에 더 관심이 많다.

나는 제시카에게 말했다. “생후 6개월쯤 되면 여자아기는 사람의 얼굴을 더 오래 바라보고 누구하고나 눈을 맞춥니다. 하지만 남자아기는 여자아기보다 훨씬 자주 상대에게서 눈길을 돌려 다른 곳을 쳐다봅니다. 데이비드에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데이비드의 뇌가 장난감 비행기 같은 움직이는 물체보다 사람의 눈과 얼굴에 흥미를 못 느끼기 때문이죠.”



부모의 경고를
무시하는 이유


데이비드에게 움직이는 물체를 시각적으로 탐색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데이비드의 뇌다. 우리는 이제 그 이유가 Y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때문임을 알고 있다. 다른 남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데이비드가 움직임에 매료되는 이유는 임신 8주경 그의 뇌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회로망 때문이다. 태아가 성장하는 동안 데이비드의 뇌는 두 단계를 거쳤다. 첫 단계인 8주에서 18주까지 작은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은 남자의 행동을 조절하는 뇌 회로를 형성하면서 그의 몸과 뇌를 ‘남성화’시켰다. 테스토스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