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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모든 새로움의 시작이다!

JTBC 대표 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의 뼈대는 ‘질문’이다. 질문이 없다면 생존을 위한 ‘답’도 존재하지않기 때문이다. 어제의 실패를 바로잡고,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의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아야 한다.

이 책 《차이나는 클라스: 과학·문화·미래 편》에서는 가상의 질문자 ‘차클(차이나는 클라스의 줄임말)’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석학들에게 과학·문화·미래 총 3개의 주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듣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이룩한 이성과 감성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미래로 향하는 새로운 여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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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상희 | 우리는 지금도 진화 중?

송기원 | 유전자 혁명, 축복인가 재앙인가

이현숙 | 노화도 치료가 되나요

신의철 | 면역, 나와 남의 투쟁


문화

양정무 |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

신동흔 | 옛날이야기의 힘

조은아 | 경청의 하모니, 오케스트라


미래

최재붕 | 세계를 지배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김상배 | 로봇, 너도 인간이니?

정병호 | 민족과 국민이란 무엇인가











추천의 글 소박한 공간에서 진심으로 주고받는 ‘진실’이 꾸준히 불타오르길

_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

책을 시작하며 질문과 대답이 자유롭게 오고 가는 시대를 꿈꾸며

_신예리 JTBC 보도제작국장



1장 과학

이상희

우리는 지금도
진화 중?

송기원

유전자 혁명,
축복인가 재앙인가


이현숙

노화도
치료가 되나요

신의철

면역,
나와 남의 투쟁



2장 문화

양정무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

신동흔

옛날이야기의

조은아

경청의 하모니,
오케스트라



3장 미래

최재붕

세계를 지배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김상배

로봇,
너도 인간이니?

정병호

민족과 국민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 질문


고인류학이란 무엇인가



고고학과 달리 고인류학에 꼭 필요한 화석은 천운이 따라야 발견합니다.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면 무엇이든 흔적이 발굴되긴 할 겁니다. 그런데 고인류학 연구에 필요한 화석은 그렇지가 않아요. 인간의 99퍼센트는 죽은 뒤 사라져버리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로 화석으로 남으니까요. 정말 우연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요.




차클 고인류학은 정확히 어떤 것을 연구하는 학문인가요?

고고학이나 고인류학은 모두 땅속에 있는 것들을 파내 연구한다는 의미에서는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고고학은 인간이 남긴 흔적을 공부하는 것이고, 고인류학은 인간 그 자체, 즉 인간의 몸을 공부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몸이 남아 있기가 쉽지 않죠. 죽은 다음에는 다 썩어 없어지잖아요. 아주 극소수의 몸, 예를 들어 뼈와 치아가 남아서 화석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통해 인류의 기원과 진화의 역사를 공부하는 게 고인류학입니다.

차클 실제로 도구를 이용해서 발굴 작업도 직접 하시나요?

네. 그런데 고고학과 달리 고인류학에 꼭 필요한 화석은 천운이 따라야 발견합니다.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면 무엇이든 흔적이 발굴되긴 할 겁니다. 그런데 고인류학 연구에 필요한 화석은 그렇지가 않아요. 인간의 99퍼센트는 죽은 뒤 사라져버리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로 화석으로 남으니까요. 정말 우연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요.

차클 강연의 주제가 인류의 진화라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건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주제는 세 가지인데요. 그중 첫 번째가 ‘인류의 기원’입니다.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최초의 인류에 대한 이미지를 한번 떠올려볼까요. 일단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인류라고 부르겠죠. 우리의 부모님도 인류, 그 부모님의 부모님도 인류, 그 이전의 조상도 인류입니다. 그렇게 기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아메바까지 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어딘가에서 끊어야겠죠. 그럼 인류하고 가장 가까운 계통의 생물은 뭘까요?

차클 침팬지가 아닐까요?

네, 침팬지가 인류와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죠.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인류 계통과 침팬지 계통이 합쳐진 공통 조상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두 계통이 갈라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인류라고 부릅니다.



차클 그럼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인류와 침팬지가 언제 갈라진 것인가요?

원래는 약 1000만 년 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960년대에 이르러서 그 시점이 500만 년밖에 안 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차클 분화 시점이 500만 년 전이란 건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고인류학 연구에선 대개 화석의 연대를 측정하여 몇백만 년 전의 화석인지 몇십만 년 전의 화석인지를 밝혀냅니다. 그런데 1960년대에 조사를 할 때는 살아 있는 유인원들에게서 혈청을 뽑아서 조사를 했어요. 그때 우리가 생각한 인류 계통의 기원이 예상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차클 인류의 기원에 해당하는 조상이 새롭게 밝혀진 건가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500만 년밖에 안 된 계통의 최초 조상은 과연 누구일까요? 보통 사람들은 최초의 인류라고 하면 등이 굽고 털이 많이 나고 이마가 뒤로 납작하게 붙은 이미지를 많이 떠올려요. 시간이 더 흐르고 난 뒤에야 직립보행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학교에서도 가르쳤죠.



차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처럼 인류의 조상이 진화해서 지금의 인류가 된 게 아니라는 얘긴가요?

네, 침팬지가 점차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인류의 진화를 설명할 때 예로 많이 드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건 틀린 그림입니다. 인류가 진화를 한 것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점층적인 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구부정했던 허리가 펴지고 까만 털이 없어지면서 하얀 피부로 바뀐 게 아니라 다양한 모습과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차클 설명을 들을수록 인류의 조상이 누구인지 더 궁금해집니다.

네, 지금부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도록 하죠.


두 번째 질문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찰스 다윈이 내세운 인간의 조건은 ‘큰 머리’ ‘도구 사용’ ‘두 발 걷기’ ‘작은 치아’였습니다. 다윈이 명확하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고인류학계에서는 이러한 인간다움이 모두 사냥과 함께 일어난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인류가 인간다워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사냥이라고 보는 입장을 ‘사냥 가설’이라고 말합니다.




차클 인류의 조상이 누구인지 알려면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이 뭔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최초의 인류를 찾으려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찾아내서 그런 특징에 부합하는 화석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특징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차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나 두 발로 걷는 것 아닐까요?

맞아요, 그 두 가지를 포함해 찰스 다윈이 주장한 인간의 조건 네 가지는 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찰스 다윈이 내세운 인간의 조건은 ‘큰 머리’‘도구 사용’‘두 발 걷기’‘작은 치아’였습니다. 다윈이 명확하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고인류학계에서는 이러한 인간다움이 모두 사냥과 함께 일어난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인류가 인간다워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사냥이라고 보는 입장을 ‘사냥 가설’이라고 말합니다.



차클 인간이 사냥에 최적화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진화한 결과가 사냥 가설에 등장하는 네 가지 조건이라는 건가요?

네, 다윈은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차클 다윈이 말한 인간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최초의 인류가 있나요?

그동안 고인류학계에서 발견한 몇몇 후보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후보는 1912년 영국에서 발견된 필트다운인(Piltdown Man)입니다. 종명은 이오안드로푸스 도소니(Eoanthropus dawsoni)입니다. ‘이오’는 여명, ‘안드로푸스’는 인류란 뜻이에요. 즉, 인류의 여명이라는 뜻입니다. 도소니는 화석을 발견한 찰스 더슨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딴 겁니다. 사실 자기가 발견한 화석에 자기 이름을 넣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인데요. 한동안 이 필트다운인이 인류 최초의 조상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차클 학계에서도 인정했나요?

화석의 그림을 보시면 머리도 크고,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같이 생겼죠. 그런데 1953년에 필트다운인 화석이 사기극이었다는 게 밝혀집니다. 1912년도에 발견되어서 1953년도에 가짜라고 판명되기까지 40년이 걸린 거죠.



차클 사기극이었다니 놀랍네요. 어떻게 밝혀낸 건가요?

우선 이 필트다운인의 화석은 누군가 중세인의 머리뼈, 유인원의 턱뼈와 치아를 함께 붙여서 땅에 묻어놓았던 것이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그럼 어떻게 가짜 화석인지를 증명했는지 알려드리죠. 결정적 단서는 불소입니다. 불소는 평생 생물의 신체 안에서 일정 수위를 유지하다가 개체가 죽고 난 다음부터 쌓이기 시작합니다. 오래전에 죽으면 더 많이 쌓이고 최근에 죽으면 조금 쌓이죠. 그런데 필트다운인의 화석을 연대 측정해보니 머리뼈와 턱뼈에 함유된 불소의 양이 달랐던 것입니다. 머리뼈가 죽은 시기와 턱뼈가 죽은 시기가 달랐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같은 개체의 뼈가 아닌 게 밝혀진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필트다운인을 인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인류의 조상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인간이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차클 더슨은 왜 거짓말을 한 것인가요?

유명해지기 위해서 그랬을 수 있죠. 그런데 처음에는 화석을 발견한 더슨을 범인으로 많이 의심하다가 나중엔 다른 몇몇 사람들도 지목했는데 거기엔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소설가 코난 도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차클 코난 도일이 범인이라고요? 왜 그런 의심을 품게 된 것인가요?

글쎄요. 아직도 범인이 밝혀지질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순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왜 필트다운인 화석을 발견하고 좋아했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종명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와 관련이 있어요.

차클 호모 사피엔스,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맞습니다. 인간을 슬기롭게 만드는 곳은 바로 머리라고 생각들 하죠. 그러니까 큰 머리를 가지고 있는 조상의 화석이 발견된 걸 굉장히 좋아했던 겁니다. 거기다 당시로선 세계의 중심이었던 영국, 그것도 수도인 런던의 인근에서 화석이 발견되자 사람들이 열광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차클 최초의 인류로 꼽혔던 두 번째 후보는 어떤 화석인가요?

혹시 비틀스가 부른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라는 노래를 알고 계신가요? 그 노래와 두 번째 후보가 연관이 있습니다.

차클 그러고 보니 루시라는 화석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1974년에 도널드 요한슨이라는 사람이 에티오피아에서 화석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요한슨의 나이가 20대였어요. 이 사람은 아까 말씀드린 천운이 따르는 인류학자 중 하나였죠. 보통 화석을 발굴하는 현장에서는 낮에 발굴을 하고 밤에 뼈를 맞춰보거든요. 그때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비틀스의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고 해요. 그래서 자신이 발견한 화석에 루시라는 이름을 붙여준 겁니다. 이 루시라는 인류가 바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였어요. ‘오스트랄로’는 남쪽, ‘피테쿠스’는 유인원이라는 뜻입니다. 즉, 남쪽의 유인원이라는 말이죠.

차클 루시는 얼마나 오래전에 살았던 화석으로 밝혀졌나요?

약 320만 년 전입니다. 아까 얘기한 500만 년에 많이 가깝죠? 그런데 루시의 머리가 실제 루시 자신의 머리는 아닙니다. 루시 화석은 머리가 없는 상태로 발견되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종의 화석에서 복원한 두개골을 함께 놓아뒀습니다. 루시 친구나 애인의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루시를 보면 턱뼈만 있고 그 위로는 없죠? 팔 뼈가 있고 그다음으로 골반이 있어요.



차클 저 정도로 뼈가 남아 있는 것도 잘 보존된 편이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데 루시가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큰 머리를 중시했기 때문에 머리가 함께 발견되지 않은 화석은 별로 관심거리가 아니었을 거예요.

차클 그럼 인간의 조건에 부합되는 큰 머리의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같은 경우에는 머리의 부피가 420밀리리터 정도였습니다. 침팬지 정도로 작았죠. 키 1미터 정도에, 몸무게도 45킬로그램 정도로 작고 다부진 체형이었습니다. 도구를 사용하지도 않았어요. 인간의 조건에 부합되는 특징이 별로 없었죠.

차클 직립보행을 하면 인간의 조건을 갖춘 것 아닌가요?

네, 바로 그 특징만 있는 겁니다.

차클 루시가 직립보행을 했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인간의 직립보행은 뼈에 중요한 특징을 남깁니다.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볼까요? 두 발로 걷는 동물들이라면 펭귄도 있고, 고릴라도 있죠. 조류 중에 타조도 두 발로 걷죠. 그런데 이들의 두 발 걷기와 인간의 두 발 걷기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펭귄은 두 발로 걷지만, 엄청난 거리를 헤엄칠 수 있죠. 조류는 하늘을 날 수가 있고요. 그런데 사람은 두 발로 걷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할 수 없어요. 이건 엄청나게 신기한 상태입니다. 학계에서는 의무적 직립보행이라고 불러요.

차클 의무적 직립보행이라니 무슨 뜻인지 확 와닿지 않네요.

다른 것은 할 수 없게끔 우리 몸이 보행에 최적화된 상태임을 뜻합니다. 우리 손을 한번 볼까요. 엄지손가락이 옆으로 갈라져 나와 있고 작아요. 발도 한번 보세요. 손가락보다 짧고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에 비해 큽니다. 그리고 엄지발가락이 다른 네 발가락과 같은 방향으로 있습니다. 우리가 걸을 때 엄지발가락을 마지막으로 딛으며 다음 발걸음을 내딛잖아요. 이런 동작은 거의 발레리나 같은 거예요. 이처럼 우리의 뼈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차클 루시에게서도 이 같은 의무적 직립보행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유인원의 경우에는 다리가 일자로 곧고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들과 달리 옆으로 벌어져 있어요. 골반도 펑퍼짐하게 생겼죠. 그런데 인류는 골반 모양이 동그랗게 돌아서 왕관처럼 되어 있습니다. 옆으로 왔다 갔다 하지 않고 균형을 잘 잡아주도록 되어 있어요.

차클 루시 외에도 직립보행을 짐작하게 하는 화석이 발견된 것이 있나요?

1978년 탄자니아 라에톨리(Laetoli)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화산이 폭발하고 화산재가 쌓인 곳을 고인류 두세 명이 걸어간 발자국이 화석이 된 것이죠. 그런데 엄지발가락의 방향이 다른 나머지 발가락과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차클 저 발자국의 주인이 루시와 같은 부류일까요?

네, 화산재를 연대 측정했더니 루시의 연대와 비슷했습니다.

차클 그렇다면 루시가 최초의 인류 조상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글쎄요. 루시의 경우에는 직립보행의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그 밖의 조건들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아요. 머리도 작고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고 치아도 꽤 컸죠. ‘사냥 가설’에 들어맞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학계에서는 그냥 두 발로 걷는 유인원이라고 정리를 합니다.

차클 왠지 실망스럽네요. 그럼 다른 후보 화석들이 또 있었나요?

네, 이제 세 번째 후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바로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입니다. ‘아르디’는 지역 이름이고요. ‘라미두스’는 그 지역 말로 뿌리라는 뜻입니다.

차클 언제 살았던 걸로 추정되나요?

440만 년 전이니까 루시보다 100만 년이나 앞섭니다. 아까 최초의 인류 발생 시점으로 얘기했던 500만 년에 굉장히 가깝죠. 그런데 아르디는 머리도 작고 몸도 작아요. 특히 발에 주목해야 합니다.

차클 발이 어떻게 생겼었나요?

엄지발가락이 마치 손가락처럼 벌어져 있었어요. 인류보다는 유인원의 발에 가까웠죠. 그래서 나무도 탈 수 있고 나뭇가지를 엄지로 감쌀 수도 있었습니다.

차클 그럼 아르디도 최초의 인류로 보기 힘든 건가요?

아르디는 500만 년 전에서 가장 가까운 440만 년 전에 등장했어요. 그래서 나무 타기와 직립보행을 병행한 인류 최초의 조상이라고 추정됩니다.

차클 아르디 외에 같은 부류의 다른 화석이 발견된 건 없나요?

일단은 하나의 화석만 발견되었습니다. 다른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고인류학에서도 가설이 제시된 다음에 자료를 통해서 계속 검증해나가는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됩니다. 우리가 500만 년 전에 인류 계통이 시작됐다고 말하지만 그것 또한 추정입니다.

차클 그렇다면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그 추정이 뒤집힐 수도 있겠네요.

네, 만약 아르디가 인류가 아니라면 인류와 침팬지의 공통 조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인류 계통은 400만 년도 안 되는 일천한 역사를 갖게 되는 겁니다. 결국 고인류학이란 정답을 찾기보다는 어떤 것이 아닌지를 찾아서 제외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답이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답으로 가는 과정 자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자들은 모든 가설 중에 가장 믿고 따르는 가설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언제든지 이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설사 그것이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인다고 해도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죠.


세 번째 질문


지금의 우리는 언제 등장했는가



인류의 기원은 인류의 시작입니다. 인류와 침팬지 계통이 갈라진 사건을 의미해요. 그래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하고 아르디피테쿠스가 등장했었죠. 그런데 현생 인류, 지금 우리의 기원이라고 하면 호모 사피엔스를 주로 이야기합니다.




이제 진화에 관한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인류의 기원이었죠. 다음 주제는 ‘현생 인류의 기원’입니다.

차클 이번에도 기원이네요. 최초 인류의 기원과 현생 인류의 기원을 찾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나요?

인류의 기원은 인류의 시작입니다. 인류와 침팬지 계통이 갈라진 사건을 의미해요. 그래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하고 아르디피테쿠스가 등장했었죠. 그런데 현생 인류, 지금 우리의 기원이라고 하면 호모 사피엔스를 주로 이야기합니다.

차클 그렇군요. 호모 사피엔스는 언제 등장했나요?

학창 시절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같은 호모 속(屬)이 등장하는 게 200만 년 전입니다. 호모 에렉투스는 호모 속에 속해 있는 다양한 종(種) 중 하나이고요. 이런 내용이 이미 20세기에 학계에선 정리가 됐는데, 아직도 우리 교과서엔 인류의 진화가 계단식으로 이루어졌다고 실려 있어요. 유인원처럼 구부정한 자세였던 고인류가 점차 직립보행을 하게 되고, 시커멓던 개체들의 피부가 차차 하얘진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초창기 인류는 나뭇가지처럼 다양한 종류로 나뉘어 있었다는 게 학계의 입장입니다.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연계설이 그런 차원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자,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연계설이 흡사 나뭇가지처럼 표현된 그림을 한번 보시죠. 둘 사이의 차이점이 뭘까요?



차클 아프리카 기원설은 가운데 있는 가지가 하나에서 뻗어나갔고, 다지역 연계설은 여러 가지가 왔다 갔다 하면서 교류하고 있는데요?

가장 위에 위치한 봉우리들을 현재의 인류라고 봤을 때 아프리카 기원설에서는 그 이전의 인류와 연결이 안 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현생 인류 출현 직전에 있는 유일한 집단은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이에요.

차클 네안데르탈인은 주로 어느 지역에서 발견되었나요?

유럽에서만 발견이 됐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정복하고 멸종시킨 뒤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죠. 그런데 현생 인류의 기원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실제론 유럽인의 기원에 대한 연구라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학자들 가운데 대부분이 유럽인 또는 유럽계 미국인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네안데르탈인과 유럽인의 관계가 현생 인류의 기원 연구에서 가장 큰 화두를 차지합니다.

차클 그렇군요. 그런데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사이에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나요?

고인류 화석들을 보면 네안데르탈인이라고 불리는 화석들과 현생 인류라고 불리는 화석들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몇몇 고인류학자들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겹치는 형질에 주목하고 ‘당연히 둘은 섞였다, 같은 종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인기를 끌진 못했어요. 사회가 좋아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은 아니었습니다.

차클 사회가 좋아하는 특징이 있어야 되는 건가요?

그렇죠. 자기가 원하는 조상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죠. 아까 이야기한 필트다운인처럼 우리들이 원하는 자랑스러운 조상의 모습이 있는 거예요. 참고로 여기서 ‘우리’는 유럽인들인 거죠. 그래서 영어에는 네안데르탈인을 응용한 욕설도 있다고 합니다.

차클 어쨌든 호모 사피엔스가 인기가 많아서 현생 인류의 후보로 무게가 실렸다는 것이죠?

네, 호모 사피엔스를 유럽인하고 동일시한 거죠.

차클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어떤 점이 달랐나요?

1930년대에 시카고의 필드박물관에서 네안데르탈인을 복원해서 전시한 적이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전시한 거니까 학계의 검증을 거쳤겠죠. 그런데 실제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혀 멋지게 보이지 않아요. 약간 덜 떨어져 보이고 털로 뒤덮여 있고 자세는 구부정하고 턱도 없고 입도 벌어져 있어요. 뭔가 두려움에 떨면서 뒤를 돌아보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죠.



차클 유럽 사람들이 보면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생각하기 싫었겠네요.

영국이나 프랑스가 전 세계를 식민지로 만들 당시에 그 지역에서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묘사하는 방식과 네안데르탈인을 묘사하는 방식이 비슷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정말 저렇게 생겼을 거라는 증거는 없어요. 그들이 원했던 네안데르탈인의 모습을 상상으로 복원해놓은 것이죠.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믿고 식민지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식민지 원주민들처럼 생긴 사람이 내 조상이라고 생각하기 싫었던 것이죠. 유럽인들의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반감은 그만큼 깊어요.

차클 어떤 책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굉장히 잔인한 측면이 있어서 평화를 사랑하는 네안데르탈인을 모조리 멸종시킨 다음에 지구의 지배자가 됐다는 글을 본 적 있는데, 그것도 가설에 불과한 것인가요?

네, 가설이죠. 모든 가설들에 조금씩 문제점들이 있어요. 그런 가설의 기본 전제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을 했다는 것인데요. 그럼 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을 한 것인지 따져봐야겠죠. 만약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차클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나요?

그 문제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후손이 나타났느냐 안 나타났느냐, 그 둘의 유전자가 섞인 자손들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로 귀결됩니다.

차클 둘 사이의 자손이라… 매우 흥미롭네요.

아프리카 기원설이 기세를 부리던 시절에는 ‘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을까’를 설명한 여러 가설 중에 현대인의 시각이 반영된 것들도 있었어요. ‘현생 인류가 너무 우월하고 뛰어난데 못생긴 네안데르탈인과 과연 짝짓기를 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한 것이죠. 또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 능력을 갖고 있어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 네안데르탈인과는 짝짓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설도 있었고요.

차클 그럼 결과적으로 현생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는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건가요?

1987년도에 발표된 역사적인 논문 얘기부터 해보죠. 여러분, 혹시 미토콘드리아 DNA가 뭔지 알고 계신가요?

차클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속 세포 안에 있는 또 다른 세포 아닌가요?

그렇죠. 핵의 바깥에 있는데 각자 DNA를 엄마한테서만 물려받아요. 그런데 전 세계 사람들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쫙 훑어봤더니 생각보다 서로 다르지 않더랍니다. 그 얘기는 역사가 짧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그래서 현생 인류의 기원이 생각보다 짧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차클 그래도 그중에 가장 많은 차이가 있는 부류는 누구였나요?

가장 다른 DNA를 가진 사람들의 기원이 가장 오래됐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그게 바로 아프리카 사람들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아프리카 기원설이 탄생합니다.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가 등장했다는 것이죠.

차클 현생 인류가 등장한 시점은 언제쯤인가요?

20만 년 전입니다. 그때쯤 현생 인류가 나타났다는 거예요. 만약에 기원점이 한 20만 년 전이라면 네안데르탈인하고는 상관이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10년 뒤인 1997년에 처음으로 네안데르탈인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요. 그런데 현생 인류와 접점이 없는 거예요. 다시 염기서열 100만 개를 살펴봤어요. 역시나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요.



차클 그래서 한때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느냐가 이슈가 되었던 것이군요.

정말 큰 이슈였죠. 그런데 약 30억 쌍에 달하는 인간 게놈의 염기 서열 분석이 끝난 뒤 2010년에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분석까지 마치게 되자 새로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유럽인의 유전자 안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4퍼센트 정도 포함된 걸로 나타난 겁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인류들이 다양한 시점에서 계속 유전자를 서로 교환하면서 현생 인류에 다다랐다는 다지역 연계설이 다시 지지를 받기 시작합니다.


네 번째 질문


다른 진화의 증거는 없는가



호모 사피엔스에게만 허락되던 장례 행위를 침팬지보다 조금 더 큰 뇌 용량을 가진 호모 날레디에게서 찾았던 것은 충격적인 대반전이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다른 호모 종도 추상적 사고를 했을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의미에서 날레디는 엄청난 발견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죠.




이제부터 얼마나 다양한 인간 종류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화석들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호빗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믿으시겠어요?

차클 네? 그런 종족이 실존했다고요?

네, 하나는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또 하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호모 날레디(Homo naledi)입니다. 특히 2003년에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은 충격적이었어요. 전설 속의 존재와 비슷한 종족이 실제로 발견된 거니까요. 작은 머리를 갖고 있고, 발은 털로 뒤덮여 있었죠.

차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발견이 큰 혼란을 일으켰나요?

플로레스 섬에서 화석을 발견한 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는 종명을 붙였지만 과연 실제로 호모 속에 속하는 종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뇌의 용량이 400밀리리터에 불과하고 키도 1미터 남짓밖에 안 됐기 때문이죠. 320만 년 전에 등장한 루시와 비슷한 종이 오랜 세월이 흐른 뒤 6만 년 전 시점에 인도네시아에서 다시 등장한 것이니까요.



차클 어린아이의 화석이었던 건 아닐까요?

사람들이 그런 가능성을 두고 10년 동안 격렬한 논쟁을 했어요. 예외적인 케이스일 수 있으니까요. 병리적인 경우를 생각해볼 수도 있고요. 무슨 병에 걸렸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 많은 논문이 쏟아졌죠. 그런데 화석이 하나만 더 발견되었어도 증명할 수 있을 텐데, 딱 하나만 발견됐어요.

차클 아쉽네요. 그런데 다른 지역에선 비슷한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나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작은 몸집을 한 다른 화석들이 발견됐어요. 그래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실존한 것으로 인정받게 됐죠. 그런데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발견으로 인해 학계에서 굉장히 흥분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그동안 학계에서 조금 무시를 당했던 아시아 기원설파입니다.

차클 아시아 기원설파가 왜 무시를 당했었나요?

그동안 호모 에렉투스가 아시아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어요. 그런데 전혀 인정을 받지 못했죠. 왜냐하면 가장 이른 시기의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나타났으니까요. 아시아에서 호모 에렉투스가 나타났다고 주장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등장하면서 가능성이 열린 것이죠.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에렉투스의 조상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종들이 전 세계에 있었던 게 증명된 만큼 아프리카에만 인류의 기원이 되는 종이 있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밝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차클 그럼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도 결국에는 호모 사피엔스와 섞여서 우리 안에 유전자로 남아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그리고 인류 진화설을 뒤흔든 또 다른 주인공,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호모 날레디 얘기도 해보죠. 이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만 년 전 사람들입니다. 두개골 용량이 600밀리리터 정도 돼요. 그런데 두개골 용량보다도 이들이 발견된 위치가 더 충격적입니다.

차클 왜 발견된 장소가 중요한가요?

이들은 지표로부터 5미터를 들어가야 하는 동굴 깊숙한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으로 가려면 30센티미터 정도 높이의 슈퍼맨스 크롤(Superman’s Crawl)이란 데를 지나가야 돼요. 여길 5미터 정도를 기어가서 드래곤스 백(Dragon’s Back)이라는 곳을 통과하고 나면 수직 낙하를 해야 합니다. 그곳에서 화석을 발견한 겁니다. 그래서 이 화석들을 발견할 때에도 작고 날렵한 젊은 여자 학자들이 목숨을 걸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에 신기하게 화석들이 쌓여 있었어요.



차클 사람들이 살긴 어려운 곳이었다는 얘기죠? 혹시 야생동물이 사냥해서 가져다 놓았던 건 아닐까요?

동물의 이빨 자국 같은 것은 없었어요. 아직 저곳이 발견된 게 얼마 되지 않아서 한창 연구가 진행 중이에요. 그런데 한두 개의 화석이 아니라 여러 개의 화석이 쌓여 있던 걸로 미뤄 볼 때 혹시 무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만약 이것이 지하 무덤이라면 이것은 기존의 가설을 뒤흔드는 발견입니다. 누가 죽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주검을 매장한다는 것은 죽음과 주검을 인식한다는 말이거든요. 뇌 용량 1400밀리리터의 호모 사피엔스에게만 허락되던 장례 행위를 침팬지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의 뇌 용량 600밀리리터를 가진 호모 날레디에게서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엄청난 대반전이죠.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다른 호모 종들도 어떤 식의 추상적 사고를 했을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의미에서 날레디는 엄청난 발견인 겁니다.


다섯 번째 질문


인간은 언제부터 똑똑해졌나



큰 뇌를 가지고 태어난 종의 후손인 우리들의 뇌 발달에 고기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먼 옛날의 인류에게는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시의 인류는 400밀리리터의 뇌 용량과 털로 뒤덮인 신체를 가졌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21세기 고인류학에서는 나뭇가지 모델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사람들, 다양성이 포함되어 있는 새로운 모델을 지향하고 있어요. 브래드 피트가 주연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의 제목을 딴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서로 갈라졌다 합쳐지고, 합쳐졌다 갈라지면서 새로운 혼종이 일어나는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겁니다.

차클 그럼 인류의 조상이 지금의 인류와 같은 모습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그것을 알려면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우선 인간은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외선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차클 글쎄요, 털일까요?

우리가 동물들처럼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럼 털이 아닌 다른 무엇을 통해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를 받을까요?

차클 햇빛과 닿는 부분이면 피부인가요?

네, 맞습니다. 멜라닌 색소가 포함된 검은 피부입니다. 그럼 다음 질문! 인간을 똑똑하게 만들어준 음식은 무엇일까요?

차클 아무래도 채식보다는 육식을 하면서부터 지능이 발달한 게 아닐까요? 생선이나 고기 같은 것들이요.

네, 비슷해요. 사실 큰 뇌를 가지고 태어난 종의 후손인 우리들의 뇌 발달에 고기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먼 옛날의 인류에게는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시의 인류는 400밀리리터의 뇌 용량과 털로 뒤덮인 신체를 가졌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차클 어떻게 털로 뒤덮였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나요?

그 추측이 순리에 맞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은 털이 없거나 털이 있거나 둘 중 하나일 테죠. 그런데 털이 없는 조상에서 털을 만드는 방향으로 침팬지가 진화했다는 것보다 털로 덮인 조상에서 인간 쪽의 털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럽지요.

차클 그럼 왜 인간의 털이 사라지게 되었을까요?

털이 사라진 이야기는 육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차클 아, 혹시 육식을 하면 털이 없어지는 것인가요?

네, 인류는 한 200만 년 전부터 엄청난 양의 고기를 먹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 하면, 케냐의 쿠비포라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을 통해서입니다. 다리뼈의 절단면에서 염증으로 인해 뼈가 두꺼워졌다는 증거를 발견하게 됩니다. 저렇게 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