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변덕


등장 인물

에글레

아미네

에리돈

라몬


 

제1장

아미네와 에글레가 무대 한편에 앉아서 화환을 꾸미고 있다.

라몬이 꽃을 담은 작은 바구니를 들고 등장.

 

라몬(바구니를 내려놓으면서.) 자아, 여기에도 꽃이 있어.

에글레고마워요.

라몬봐, 예쁘지. 이 패랭이꽃은 너를 위해 따온 거야.

에글레어머 이 장미꽃은!

라몬이건 안 돼. 오늘 내가 아미네를 위해 올해 최고의 꽃을 바칠 생각이야. 장미는 검은 머리에 꽂아야 잘 어울리거든.

에글레당신의 처사는 제게 친절하고 정중하다고 할 수 없잖아요?

라몬이렇게 오랫동안 서로 사랑하면서도 아직 나를 잘 모르는 모양이지? 난 잘 알고 있어. 네가 나만을 사랑한다는 걸. 그리고 쾌활한 내 마음 역시 영원히 네 것이라는 것도 말이야.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더욱 단단히 붙들어 매어두고 싶은 건가? 다른 여자가 아름답다고 생각만 해도 안 된다는 건가? 나는 네가 다른 남자를 미남이라고, 친절하다고, 또는 재미있는 남자라고 칭찬을 해도 괜찮아. 나는 절대로 그런 일로 화내지는 않을 거야.

에글레됐어요. 나도 화내지 않을게요. 잘못이 있다면 피차 마찬가지예요. 저도 다른 남자들의 달콤한 말을 기꺼이 들어주고, 당신도 내가 없을 땐, 다른 양치기 처녀들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여도 돼요. 진정한 마음을 강요할 수는 있어도 장난기까지야 지배할 수 없지요. 사랑을 지켜나가려면 하찮은 일들을 가볍게 넘겨버려야 해요. 질투 같은 건 당신에게보다도 내게 더 어울리지 않아요. (아미네에게.) 우리를 보고 웃고 있구나! 말해 봐, 무얼 생각하고 있니?

아미네별로 대수로운 것도 아니야.

에글레됐어. 난 행복한데, 넌 괴로워하는 거지.

아미네왜 또!

에글레왜 또라니. (다 함께 즐겁게 놀면서.) 사랑의 여신의 졸음을 웃음으로 쫓아버리는 대신에, 네 애인이 오면 네 고통이 시작되니까 말이야. 그런 제멋대로인 사람은 처음 봤어. 그 사람이 너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야. 내가 그를 더 잘 알지. 네가 무엇이든 다 들어주니까 그 폭군이 널 좋아하는 거야. 자기 명령에 순종하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야.

아미네하지만 에글레, 그이도 내 말을 잘 들어줘.

에글레다시 명령하기 위해서야. 넌 항상 그 사람의 부드러운 눈길을 얻으려고만 하지. 남자의 마음을 홀리고, 남자의 마음을 때려눕히도록, 자연이 우리들 눈에 준 힘을, 넌 그에게 주어버렸어. 그러니까 이젠 조금만 정답게 보아주기만 해도 그것으로 행복해지지. 주름 잡힌 이마, 잔뜩 찌푸린 미간, 음산하고 사나운 눈매, 입술은 꽉 다물고 그 사람 참 보기 좋은 얼굴이지. 매일매일 이런 모습으로 그 사람이 나타나면 애원하고 키스하고 탄원해서 겨우 그 사람 이마에서 험한 그림자를 쫓아냈지.

아미네넌 그이를 몰라. 그이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이의 이마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은 완고해서가 아니야. 변덕스런 우울증이 그이 마음을 괴롭혀서, 빛나는 사랑의 여름 햇빛에 음산한 그림자를 지게 하는 거야. 하지만 그래도 난 만족해. 내 모습이 보이기만 하면, 내가 상냥하게 말을 걸기만 하면, 그이는 곧 기분이 좋아지니까.

에글레참으로 대단한 행복이군. 하지만 난 그런 행복은 싫어. 도대체 그 사람이 너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었는지 말해 봐. 춤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넌데, 그 사람은 춤이라곤 도무지 싫어하고, 너도 못 추게 하지. 네가 어떤 축제에 가도 그 사람은 용서하지 않지. 네가 목장을 거닐면 너에게 밟힌 풀에 질투하고, 네가 좋아하는 새가 있으면 그 새까지 연적(戀敵)처럼 미워하지. 만일 딴 남자가 네 손을 잡고 너와 함께 춤추면서, 가슴에 다정하게 끌어안든지, 사랑을 속삭였다면 그 사람 가만 있지 못할 거야.

아미네그건 좀 너무 심해. 이번엔 내 소원을 듣고 너희들과 함께 축제에 가는 것을 허락해 줬어.

에글레이제 알게 되겠지.

아미네그게 무슨 소리야?

에글레왜 그 사람은 함께 안 오지?

아미네그인 춤추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까.

에글레아냐, 그건 핑계야. 춤이 끝나고 돌아오면 그 사람 빈정대면서 이렇게 말하기 시작할 거야. 「매우 재미 있었지?」 ― 「예, 매우」 ― 「그거 잘됐군. 놀이도 했나?」 ― 「벌금 놀이요」 ― 「그래! 다메트도 있었나? 그래 함께 추었나?」 ― 「나무 주위에서요」 ― 「당신들 춤추는 걸 보고 싶었는데. 녀석 춤을 잘 추지? 보답으로 무얼 주었지?」

아미네(미소를 지으면서.) 그대로야.

에글레웃고 있는 거야?

아미네그래, 그이와 꼭같아. 꽃 더 있어?

라몬여기 있어! 제일 예쁜 꽃이야.

아미네하지만 말이야. 난 그이가 내가 본 것이면 무엇이든지 질투하는 데 기쁨을 느껴. 그이의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러면 내 작은 가슴에는 모든 괴로움 대신 조그만 자부심이 자리잡게 되지.

에글레불쌍하게도 넌 구제할 길이 없구나. 괴로움을 사랑하고, 몸을 묶는 사슬을 흔들면서 그게 음악이라고 우기다니.

아미네화환을 묶을 리본이 모자라는데.

에글레(라몬에게.) 봄 축제 때 내가 받아온 5월의 화환에 달렸던 리본을 당신이 가져갔지요.

라몬그걸 갖고 오지.

에글레하지만 곧바로 돌아와야 해요.

제2장

에글레, 아미네.

 

아미네저 사람은 네가 선물한 물건을 그다지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가봐.

에글레저이 사고방식은 내 마음에 안 들어. 사랑 장난에는 감동받지 않아. 설사 그 장난이 하찮더라도 다정한 마음씨를 갖고 있다면 기뻐해 줄 텐데. 하지만 말이야, 내 말을 믿어줘. 지나친 사랑을 받는 것보다 너무 지나치게 사랑받지 않는 편이 괴로움은 덜하다는 것. 성실함을 칭찬하지. 그러나 그 성실함이란 것이 보장될 때 우리에게 충분한 안식을 가져다주는 거야.

아미네아아, 하지만 다정한 마음씨는 역시 소중해. 그이는 나를 자주 슬프게도 만들지만 내 괴로움에 감동하기도 하지. 그이가 날 비난하고 괴롭히기 시작하면 단 한마디 다정한 말만 해주면 돼. 그이는 곧 기분이 나아지고 싸움 같은 건 잊어버리지. 내가 울고 있는 걸 보면 함께 울어주기도 하고, 내 앞에 엎드려서 용서를 빌기도 해.

에글레그러면 넌 용서해 주니?

아미네응, 언제든지.

에글레비참하다고 생각지 않니?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항상 모욕을 받으면서도 늘 용서해 주고, 사랑을 위해 애를 써도 하나도 되돌려받지 못하다니.

아미네하지만 난 어쩔 도리가 없는걸 — .

에글레도리가 없다고? 그의 마음을 바꾸게 하자면, 못할 것도 없어.

아미네하지만 어떻게?

에글레내가 가르쳐줄게. 네 괴로움과 에리돈의 불만의 원인은 — .

아미네그 원인은?

에글레네가 너무 다정하기 때문이야.

아미네하지만 내가 다정하게 하면 그이도 다정하게 해줄 거라 생각했지.

에글레그건 틀렸어. 냉정하게 굴어봐. 틀림없이 상대는 다정해질 테니까. 한번 시험삼아 해봐. 조금만 괴롭혀 봐. 사랑을 얻으려고는 하지만, 지켜나가려고는 하지 않지. 에리돈이 너와 시간을 보내려 오면, 그는 언제든지 자기 뜻대로 된다는 걸 알지. 경쟁자가 몇이 있든, 그 사람은 상관하지 않아. 그에 대한 네 사랑이, 너에 대한 그의 사랑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 그 사람은 너무나 행복해서 비웃음을 살 만하지. 아무것도 괴로운 것이 없으니까 스스로 괴로움을 만들려는 거야. 네가 이 세상에서 그 사람 이상으로 사랑하는 것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의심할 이유가 없으니까 제멋대로 의심하는 것뿐이야. 네가 그가 없이도 지낼 수 있는 것처럼 대해 봐. 처음엔 미치광이처럼 굴겠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을 거야. 끝내는 네 눈초리 하나가 지금의 키스보다도 더 효과를 가질 테니까. 그가 불안해하도록 하면 그 사람은 행복해질 거야.

아미네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에글레이제 와서 용기를 잃어서는 안 돼. 넌 마음이 너무 약해. 저것 봐!

아미네아아, 에리돈!

에글레생각했던 대로군. 불쌍한 것! 그 사람만 오면 넌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지. 이래선 안 돼. 그 사람을 변하게 하려면 그가 다가오더라도 냉정하게 보고 냉정하게 그의 말을 들어야지. 가슴이 파도치고, 볼이 이렇게 붉어져서는! 그럼 — .

아미네아아, 그냥 둬! 그렇게는 못하겠어.

제3장

에리돈, 천천히 팔짱을 끼고 온다. 아미네, 일어서서 달려간다. 에글레, 앉은 채로 화환을 계속 꾸미고 있다.

 

아미네(에리돈의 손을 잡고.) 에리돈!

에리돈(그녀의 손에 키스하고.) 아미네!

에글레(독백.) 귀엽기도 하지!

아미네예쁜 꽃이야! 누구한테서 받았어요?

에리돈누구한테서? 사랑하는 그대한테서.

아미네그건 내가 드린 꽃인가요? 어제 것인데 아직도 그렇게 싱싱하네요.

에리돈그대에게서 받은 것이면 무엇이든지 나에겐 소중하지. 내가 준 꽃은 어쨌지?

아미네축제를 위한 화환을 꾸미는 데 썼어요.

에리돈화환에 썼다고! 당신 모습이 얼마나 빛날지 — . 젊은이들 가슴에는 연정을, 그리고 처녀들 가슴에는 질투를 불러일으킬 거야!

에글레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다투어 원하는 처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잖아요.

에리돈모든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부러워한다면 나는 행복해질 수가 없어요.

에글레물론 행복해질 수 있어요. 당신보다 더 확실한 사랑을 받는 이가 어디 있겠어요?

에리돈(아미네에게.) 축제 얘기를 해줘. 다메트도 오겠지?

에글레(생각이 떠오른 듯.) 오늘 꼭 오겠다고 나한테 말하던데요.

에리돈(아미네에게.) 춤 상대로 누굴 고를 작정이야? (아미네 침묵. 에리돈, 에글레를 향해서.) 에글레, 제일 마음에 들 만한 상대를 이 사람에게 골라줘요.

아미네안 돼요. 당신이 오지 않는데.

에글레자, 에리돈, 들어봐요. 난 더 이상 못 참겠어. 도대체 무엇이 재미나서 그렇게 이 애를 괴롭히는 거죠? 이 애가 바람둥이라고 생각한다면 망설일 것 없이 이 애를 버려요. 이 애의 사랑을 믿고 있다면 그만 괴롭혀요.

에리돈난 괴롭히고 있지 않아요.

에글레괴롭히고 있지 않다고요? 그럼 기쁘게 해주고 있다는 건가요? 질투 때문에 이 애 즐거움일랑 다 망쳐놓고서. 의심할 이유란 하나도 없는데도 내내 의심만 하고, 그러고도 — .

에리돈아미네의 사랑이 진실하다고 당신이 보증해 줄 수 있어요?

아미네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이 아미네가!

에리돈언제 믿도록 해줄 거지? 저 건방진 다몬에게 꽃다발을 준 건 누구야? 저 젊은 튜르시스한테서 리본을 받은 건 누구야?

아미네에리돈!

에리돈내 말이 맞지? 받았지? 그래, 그 녀석들에게 보답을 해줬나? 그래, 키스라면 잘하니까.

아미네아아 에리돈, 당신은 잘 알고 있으면서?

에글레그만 해. 이 사람은 들을 마음이 없으니까! 말로 할 수 있는 건 벌써 모조리 했잖아. 다 듣고 있으면서 또 트집을 잡으려는 거야. 아무 소용도 없어. 같은 말을 또 해봤자. 오늘은 그걸로 끝난다 해도 내일이 되면 또 시작할 테니까.

에리돈그래, 그럴 만한 이유가 내일 또 있다면.

아미네그럴 만한 이유요? 내가 바람둥이라고 말할 셈이에요? 내가 당신에게 불성실하다고 정말 믿어요?

에리돈아냐, 믿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아.

아미네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의심할 만한 일이 있었나요?

에리돈그야 있었지. 종종 있었지.

아미네도대체 언제 당신을 속였나요?

에리돈그야 속인 적은 한번도 없지.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당신이 계획적으로는 아니더라도 경솔함으로 항상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야. 당신은 나한테는 중요한 것도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에글레좋아요. 아미네가 경솔하다 해도,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게 뭐죠?

에리돈아미네도 같은 말을 잘 묻죠. 하지만 말할 것도 없어요. 그런 점이 내 마음을 상하게 하거든요.

에글레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다는 거지요? 아미네는 어느 누구에게도 많은 것을 허락하지 않아요.

에리돈의심할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그녀의 성실함을 믿게 할 정도로 적지도 않죠.

에글레이 애는 어떤 여자보다도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에리돈그렇지만 춤과 놀이와 장난도 나만큼 사랑하죠.

에글레그게 참을 수 없는 남자는 어머니들이나 사랑해야지.

아미네그만, 에글레! 에리돈! 나를 슬프게 하지 말아요! 내가 당신 없는 곳에서 웃고 장난치고 있더라도 당신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는지 다른 친구들에게도 물어봐요. 당신이 옆에 있지 않은 것만으로, 즐거움이 사라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며, 당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할까를 물었었지요. 그걸 믿어주지 못하겠다면 오늘 축제에 와서 봐줘요. 그리고 제가 당신에게 성실하지 않다고 말해 보세요. 당신 외에는 누구와도 춤추지 않고 한순간도 당신 곁을 떠나지 않고, 이 팔과 이 손으로 내가 껴안을 사람은 당신밖에 아무도 없어요. 이런 내 모습이 당신에게 조그마한 의심이라도 불러일으킨다면.

에리돈스스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해 주진 못해.

에글레봐요. 이 애의 눈물을 봐요. 사랑하지 않는다면 울지도 않아요. 당신이 이렇게 잔혹한 사람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당신의 불만은 끝이 없군요. 많은 것을 당신에게 바쳐도 당신은 그럴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해요. 그리고 당신의 거만은 이 애의 순수한 마음속에 당신 외에는 아무리 작은 즐거움조차도 발붙이지 못하게 해요. 이런 불만과 거만이 당신의 증오스런 마음을 번갈아서 다스리고 있어요. 이 애의 사랑도 괴로움도 당신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이 애는 나의 소중한 친구, 이렇게 이 애를 괴롭히는 것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어요. 당신 곁을 떠나는 일은 어렵겠지만, 당신을 계속 사랑하는 일은 더욱 어렵겠어요.

아미네(독백.) 아아 왜 이 가슴은 이렇게 사랑으로 가득할까!

에리돈(한순간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머뭇머뭇 아미네에게 다가와서 그녀의 손을 잡는다.) 아아, 아미네! 사랑스런 아미네! 당신은 그래도 나를 용서해 주겠지?

아미네지금껏 몇 번이고 그랬잖아요?

에리돈고마워! 아아 관대하고 상냥한 아미네! 당신 발밑에 무릎 꿇게 해줘!

아미네일어나세요. 에리돈!

에글레지금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 지나치게 격렬한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 법이지요.

에리돈내가 이 애를 사모하는 이 감정의 격렬함은 — .

에글레만약 그렇게 격렬하지 않았더라면 더욱더 좋았을 텐데. 당신은 훨씬 더 조용히 지낼 수 있을 테고, 두 사람의 이런 쓸데없는 괴로움은 — .

에리돈제발 이번만은 용서해요. 이제부터 좀더 현명해질 테니까.

아미네자, 에리돈, 꽃다발을 만들어주세요! 당신이 주시는 꽃다발이라면 나에게 얼마나 어울릴까요!

에리돈그 장미꽃이 있지 않아!

아미네이건 라몬이 준 거예요. 나한테 잘 어울리지요.

에리돈(마음이 상해서.) 그렇고 말고 — .

아미네하지만 에리돈, 이건 당신에게 드릴게요. 그러니까 제발 화내지 말아요.

에리돈(장미를 받아들고, 그녀 손에 키스한다.) 그럼 곧 꽃을 따올게. (퇴장.)

제4장

아미네, 에글레, 뒤에 라몬 등장.

 

에글레불쌍한 것, 사람이 좋기만 하고, 이래선 잘될 수가 없지! 네가 잘해 주면 줄수록 저 사람의 방자함도 심해질 뿐.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네가 좋아하는 건 다 빼앗기고 말 거야.

아미네그이를 잃을까봐. 그것만이 걱정이야.

에글레훌륭하군, 네 사랑이 오래되지 않았다는 걸 잘 알겠어. 처음엔 다 그런 거야. 사랑에 빠지게 되면, 머릿속엔 아무것도 없어지지. 있는 건 오직 사랑하는 이뿐이지. 그런 때 소설을 읽지. 한숨 섞인 연애 소설을. 그이가 얼마나 사랑하고, 상대가 얼마나 성실하고, 그이의 정이 얼마나 깊고, 사랑을 위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히 싸움터로 나간다는 이야기에 빠져서, 자기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스스로 비참하게 되기를 원하고, 그 역경을 극복하려 들지. 젊었을 땐 소설의 영향을 받기 쉽지. 특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장 감동받기 쉽지.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사랑을 계속하고 있다가 겨우 종국에 가서 알아차리지. 변치 않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바보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아미네하지만 내 경우는 달라.

에글레그래, 열이 난 환자는 의사에게 이렇게 말하지. 「나는 열이 조금도 없어요」라고. 그러나 그런 걸 누가 믿어? 아무도 안 믿지. 그런 환자한테는 억지로라도 약을 먹여야 해. 너도 마찬가지야. 약을 먹어야 해.

아미네어린애들 얘기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내겐 우습게 들려. 내가 어린앤가?

에글레넌 지금 사랑에 빠져 있어!

아미네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에글레그건 그렇지. 하지만 내 식으로 해봐. 널 몰아댔던 그 폭풍을 가라앉혀 봐. 그렇게 빠지지 않고서도 사랑할 수는 있는 거야.

라몬자, 리본을 가져왔어.

아미네아름다워라!

에글레당신 꽤 늦었군요!

라몬언덕 아래서 크로리스가 불러놓고 모자에다 꽃을 장식해 달라고 해서.

에글레그래서 보답으로 무얼 받았어요?

라몬무얼 받았냐고? 아무것도 없어. 키스했을 뿐이지. 뭘 해주든 간에 여자애들한테서 받을 수 있는 것은 키스밖에는 아무것도 없어.

아미네(에글레에게 리본을 단 화환을 보이면서.) 잘됐어?

에글레그래, 줘봐. (아미네에게 화환을 걸어준다. 리본의 매듭이 오른쪽 어깨 위에 오도록, 그러면서 라몬과 얘기하고 있다.) 오늘은 신나게 놀아요.

라몬오늘은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 점잔 빼거나 하면 연인이 화내지 않을까, 그런 것 마음 쓰다가는 모처럼의 축제를 망쳐버리지.

에글레당신 말이 맞아요.

라몬그럼 그럼.

에글레잠깐 아미네, 앉아봐! (아미네 앉는다. 에글레, 그녀의 머리에다 꽃을 꽂아주면서, 라몬에게.) 자 당신 크로리스에게 해준 키스 나에게 돌려줘요.

라몬(그녀에게 키스한다.) 물론 해줘야지.

아미네우스운 짓들 그만해요.

에글레에리돈도 이렇다면 너도 괜찮을 텐데.

아미네물론 그이는 딴 여자한테 키스 같은 것을 해서는 안 되지!

라몬장미꽃은 어쨌지?

에글레이 애가 에리돈에게 줬어요. 그 사람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아미네그이 마음에 들도록 해야 해요.

라몬좋아! 당신이 그를 용서해 주면 그도 당신을 용서해 주겠지. 당신네 둘은 경쟁하며 서로를 괴롭히고 있는 거야.

에글레(머리 장식이 다 끝났다는 신호를 한다.) 다 됐어.

라몬훌륭한데.

아미네그인 아직도 안 오네. 꽃다발을 빨리 가져와야 하는데.

에글레넌 여기서 기다려. 난 저쪽에서 화장을 할 테니까. 자, 라몬, 같이 와주세요. 잠시 여기 혼자 있어. 우리들 곧 돌아올게.

제5장

아미네, 뒤에 에리돈 등장.

 

아미네얼마나 다정한 모습인가! 남들이 부러워할 행복이지! 만약 그런 힘이 나에게 있다면, 에리돈을 만족시키고, 나도 행복할 수 있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는가? 그이가 시키는 대로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이는 보다 행복하게, 나는 보다 만족스럽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그래, 냉담하게 굴어서 그에게 주었던 내 힘을 되찾아오자. 하지만 내가 냉담하게 굴면 그이는 얼마나 화를 낼까? 그의 화난 모습을 생각하기만 해도 몸이 떨릴 지경이야. 냉담하게 하려고 생각해도 난 그런 연극을 도저히 해낼 수가 없어. 하지만 에글레처럼 처신하려면, 에리돈이 시키는 대로 해왔지만, 앞으로 그이를 지배하려면 ― 오늘이야말로 좋은 기회야.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 당장 서둘러야지 ― 아, 그이가 오네! 자, 정신 차려야지.

에리돈(그녀에게 꽃을 준다.) 그다지 좋은 게 아니라 미안해, 급하게 꺾어와서.

아미네괜찮아요. 당신이 주시는 꽃인데요, 뭐.

에리돈당신이 다몬에게 주어버린 그 장미에 비하면 그렇게 곱지는 않지만.

아미네(꽃을 가슴에 꽂고.) 됐어요.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당신이 계신 이 가슴에, 이 꽃을 잘 간직해 둘게요.

에리돈거기면 절대 안전할까 — .

아미네설마 당신은 — .

에리돈의심을 하고 안 하고가 아니야. 난 단지 아무래도 좀 불안한 거지. 시끌벅적한 축제의 소동 속에서 춤에 몰두해 있을 때에는 아무리 단단한 마음도 풀어지게 마련이지. 이성의 충고, 의무의 명령을 잊어버리지. 즐거운 놀이 때도 나를 생각하겠지. 하지만, 당신은 마음이 풀어져 젊은이들의 방자한 행동을 제한하는 걸 잊어버릴 거야. 젊은 총각들은 젊은 처녀가 단지 장난으로 무얼 허락하면 금세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 젊은이들의 자만은 사랑놀음의 장난기를, 곧장 애정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미네그런 제멋대로의 착각은 그들 일이지요. 내 주위에 젊은 남자들이 아무리 많이 모여들더라도,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당신밖에는 아무도 없어요. 그런데 무엇을 더 원하죠? 다른 남자가 나를 보는 것은 허락할 수 있잖아요. 다른 남자들이 제멋대로 생각하는 …….

에리돈그들이 제멋대로 생각하는 것, 그걸 참을 수 없단 말야. 당신 마음은 내 것이라고, 그야 잘 알지. 하지만 누군가가 어떤 기회에, 제멋대로 자만해서 당신 눈과 마주쳤다는 것만으로 키스라도 한 것처럼 생각하고, 나한테서 당신을 빼앗았다고 믿고서 승리감에 빠진다면.

아미네그럼 제발 같이 가서, 그런 착각을 깨줘요. 당신이 갖고 있는 특권을 모두들에게 — .

에리돈고맙지만 그만두지. 서툰 춤을 추는 일은 끔찍하거든. 서투른 상대와 춤추면, 당신은 창피할 거야. 나는 잘 알지. 처녀의 자부심은 춤출 때엔, 사랑하는 상대가 아니라 우아하게 춤출 수 있는 상대에게 특권을 주게 된다는 걸.

아미네당신 말이 맞아요.

에리돈(빈정대는 투를 억제하면서.) 그렇겠지, 아아, 내가 남들이 칭찬하는 저 경쾌한 다마렌의 춤 솜씨만 가지고 있다면! 정말 얼마나 매력적으로 추는지!

아미네멋있어요. 그 사람과 맞설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에리돈그래서 처녀들은 모조리 — .

아미네감탄하고.

에리돈좋아하지!

아미네그럴지도 모르지요.

에리돈그럴지도 모른다고? 빌어먹을! 틀림없어!

아미네왜 그래요. 그 모습은?

에리돈왜 그러느냐고, 날 괴롭혀놓고! 금방이라도 미칠 것 같군.

아미네괴롭혔다고? 제가요? 당신 때문에 저와 당신이 괴로운 것 아닌가요? 냉혹하군요! 왜 당신은 이렇지요?

에리돈그럴 수밖에 없어. 사랑하기에 한탄하게 되는 거지.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괴롭히지도 않아! 당신 눈이 밝게 웃고, 당신 손이 나에게 닿으면, 기쁨에 마음이 떨리고 가슴은 울렁이고, 주체할 수 없는 이 행복을 나는 하느님께 감사하지.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런 행복을 갖게 할 수는 없어.

아미네좋아요. 그래서 무엇이 불만이세요? 그 행복은 당신 혼자만의 것이에요.

에리돈하지만 당신도 그들을 싫어하지는 않지? 당신은 그들을 미워해야 해.

아미네미워하라고요? 왜 그런?

에리돈그건 그들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아미네대단한 이유군요!

에리돈알았어, 당신은 그들을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을 테지! 그들을 소중히 해두지 않으면, 즐거움이 줄어들 테니. 만약, 당신이 — .

아미네에리돈, 당신은 정말 부당해요. 사랑하게 되면 인간적인 따뜻함도 떨쳐버려야 한다는 건가요?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마음이 다른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을까요. 사랑의 다정한 감정은 증오심을 용납하지 않아요. 적어도 내 경우는 그래요.

에리돈바보 같은 남자가 스무 사람 꿇어앉으면, 스무 사람 다 속여 먹으려는 게 상냥한 여성의 오만한 즐거움인데, 그걸 잘도 변호하는군. 오늘이야말로 당신의 자만심을 만족시켜 줄 좋은 기회야. 당신을 숭배하는 남자들의 무리가 당신 주위에 모여들겠지. 처음으로 속을 태우는 총각들도 많겠지. 이런 사랑이 노예들 모두에게 시선을 주지는 못하겠지. 바보 녀석들에게 둘러싸여서 충분히 만족하더라도, 나도 좀 생각해 줘. 난 바보 중의 바보야! 자 빨리 갔다와!

아미네(독백.) 아아, 안 돼, 정신 차려야지. 또 그이에게 지겠어. 아아 하느님, 저이는 저를 괴롭히기 위해서 사는 걸까요. 이처럼 비참한 삶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일까요. (에리돈에게.) 사랑의 가벼운 끈을 당신은 무거운 멍에로 바꾸어버렸어요. 폭군처럼 괴롭히는 당신을, 그래도 나는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이 미친 듯이 화내도, 나는 사랑의 부드러움으로 대하고, 언제든지 당신에게 복종하는데도, 당신은 만족하지 않지요. 제가 희생하지 않는 것이 있나요? 그래도 당신은 항상 불만이지요. 오늘 축제의 즐거움도 빼앗고 싶은 거지요. 좋아요, 갖고 싶으면 자, 가져요! (머리와 어깨로부터 화환을 떼어내 던져버린다. 그리고 일부러 냉정한 투로 말한다.) 그렇지 않아요, 에리돈? 축제의 성장을 한 나보다 이 모습이 당신은 더 좋다는 거지요. 이래도 기분이 풀리지 않아요? 꼼짝도 안하는군요! 내 얼굴도 보지 않는군요! 나에게 화났어요?

에리돈(그녀 앞에 무릎 꿇는다.) 아아 부끄러워. 아미네, 내가 나빴어! 용서해 줘! 난 당신을 사랑해! 자, 축제에 다녀와요!

아미네아니오, 에리돈, 이제 됐어요. 난 당신과 여기 있겠어요. 정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해요.

에리돈괜찮으니까 당신은 가봐요.

아미네자아, 어서, 당신의 피리를 가지고 와요!

에리돈당신이 원한다면!

제6장

 

아미네슬픈 듯 보이지만, 가슴속에서는 기뻐하고 있어. 아무리 다정하게 해주어도 소용이 없어. 아무리 희생을 치러도, 그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야. 내가 잘못을 저질러 희생하는 걸로 생각하나 봐. 어떻게 하지, 불평을 하면서 가슴을 조이네. 이렇게 괴로움을 받아야 하나? 그래, 역시 내 탓이야! 저이가 나를 괴롭히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사랑은 멈출 수가 없으니. 하지만 이젠 더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 가만! 들어봐! 음악이 시작됐어. 가슴이 뛰고 발이 그쪽으로 향하네. 아아, 가고 싶어라! 그런데 왠지 가슴이 불안하고 죄어오는 것 같아. 어쩌면 좋지. 뜨거운 불길이 내 가슴을 태우는 것 같아. 축제에 가야지! 아아, 못 가겠어. 그이가 나를 끌어당겨! 불쌍한 것! 이게 네 사랑의 기쁨인 것을! (잔디 위에 몸을 던지고 운다. 에글레와 라몬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닦고서 일어난다.) 어쩌지 모두들 오네. 나를 얼마나 비웃을까!

제7장

아미네, 에글레, 라몬.

 

에글레빨리 빨리! 행렬이 가버려! 아미네! 울고 있는 거야?

라몬(던져진 화환을 주우면서.) 어떻게 된 거지, 이 화환은?

에글레어떻게 됐어? 누구 짓이야?

아미네내가 한 짓이야!

에글레너 함께 안 갈거야?

아미네가고 싶어. 하지만 허락이 나질 않아.

에글레누구 허락이 필요하다는 거야? 그만 해둬, 그런 알 수 없는 말일랑은. 바보 같은 소리는 그만 해. 설마 에리돈이 또 — ?

아미네그래, 그이가.

에글레그런 줄 알았어. 바보같이, 그렇게 구박받아도 마찬가지니! 설마 너 약속한 거 아니야? 함께 여기 있자고? 즐거운 오늘 하루를, 한숨만 쉬면서 보낼 작정이니? 물론 그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은 알지만. (잠깐 말을 끊었다가, 라몬에게 눈짓하고.) 화환을 쓰는 것이 더 좋아 보일 텐데, 와서 써봐! 이쪽으로 써봐. 이제 훌륭해. (아미네가 눈을 아래로 깔고 일어난다. 에글레가 시키는 대로 한다. 에글레가 라몬에게 신호를 보낸다.) 시간이 늦겠어. 나도 가야겠어!

라몬그래 좋아, 당신 뜻대로!

아미네(맥없이.) 안녕!

에글레(가려다 말고.) 아미네, 함께 가자! 빨리!

아미네(슬픈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아무 말이 없다.)

라몬(에글레의 손을 잡고, 데려가려고 한다.) 내버려둬요! 난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야. 모처럼 기대했던 근사한 춤을 다 망쳐버릴 거야! 오른쪽 왼쪽으로 발맞춰서 쾌활하게 추는 그 춤은 아미네만 할 수 있다던데.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 오겠다고 하니! 자, 가자, 빨리 가자.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에글레그 춤을 함께 추지 않겠다고? 참 딱하군! 라몬이 잘 추는데! 그럼 갔다올게. (에글레, 아미네에게 키스하려 한다. 아미네, 그녀의 목을 끌어안고 울기 시작한다.)

아미네아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에글레아미네 너 울고 있니?

아미네내 마음이 울고 있어. 난 괴로워. 가고 싶어. 에리돈, 당신이 미워.

에글레미움을 받아도 싸지. 하지만 그래선 안 돼! 사랑하는 이를 미워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이를 사랑해 줘야 하지만 그의 노예가 돼서는 안 돼. 전에도 몇 번이고 말했지. 자, 함께 가.

라몬춤추러, 축제에!

아미네하지만 에리돈은 어떻게 하지?

에글레내버려두고 가! 내가 대신 남을게. 내가 그 사람 붙잡아서 같이 갈게. 그러면 기쁘지 않겠니?

아미네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기쁘겠어!

라몬그럼 가요. 들리지, 저 피리 소리가? 아름다운 피리 소리가. (아미네의 손을 잡고, 노래하며 춤을 춘다.)

에글레(노래한다.) 사랑하는 이가 시샘하고 괴롭히려 들면, 딴 남자에게 아는 척했다, 웃음을 던졌다고 시비를 걸면은, 배반이다, 마음 변했다고 질책하려 들면 노래부르며 춤추는 게 좋아. 잔소리도 들리지 않지. (라몬, 춤추면서 아미네를 이끌고 간다.)

아미네(퇴장하면서.) 제발, 그이를 데려다줘!

제8장

에글레, 뒤에 에리돈, 피리와 악보를 가지고 등장.

 

에글레잘 봐둬요, 난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저 양치기의 마음을 바꿔놓을 기회가 오기를. 오늘에야 내 소망이 이루어지겠지. 기다려봐, 가르쳐줄게, 당신이 어떤 남자인지를. 그래도 또 저 애를 괴롭힌다면! — 저기 오네! 에리돈, 잠깐.

에리돈아미네는 어디 있어요?

에글레아미네가 어디 있느냐고요? 라몬과 같이 있어요. 피리 소리 들리는 쪽으로 갔어요.

에리돈(피리를 땅바닥에 던지고, 악보를 찢는다.) 날 배신했어!

에글레미쳤어요?

에리돈미치지 않을 수 있어요? 여우 같은 년, 얼굴엔 웃음을 띠고, 화환을 벗으면서 말했지. 춤추러 안 가겠다고. 자기 스스로 그렇게 말해 놓고선 — 아아! (발을 구르면서 찢겨진 악보를 내던진다.)

에글레(침착한 어조로.) 당신한테 좀 물어보고 싶은데요. 도대체 무슨 권리가 있어서 그 애한테 춤을 못 추게 하지요? 당신의 사랑만 있으면,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그 밖에는 아무것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나요? 당신에 대한 사랑이, 그 애의 가슴을 가득 채우면,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지는 거라고 말할 작정인가요? 최상의 시간을 당신에게 바치고,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을 제일 좋아하고, 당신과 떨어져 있을 때도 당신만을 생각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한가요? 그러니까 에리돈, 그 애를 이렇게 괴롭히는 것은 바보짓이에요. 그 애가 춤을 사랑하든, 놀기를 좋아하든, 그 애의 사랑엔 변함이 없어요.

에리돈(팔짱을 끼고 허공을 본다.) 아아!

에글레나한테 말해 봐요. 그 애를 이렇게 잡아매 두면,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런 건 노예나 다름이 없어요. 축제에 당신이 오면, 그 애는 당신만 보고 있어야 하고, 당신이 떠나면 아미네는 당장 그 자리를 뜨지 않으면 안 돼요. 거기서 그 애가 주저하면, 금방 당신은 언짢은 눈초리가 되지요. 그래서 그 애는 단념하고 당신을 따라 돌아가지만, 마음은 남겨놓고 갈 때도 많아요.

에리돈늘 그렇죠!

에글레불쾌한 이야기도 들어봐요. 자유를 빼앗기면 모든 즐거움이 사라지게 돼요. 사람은 누구라도 그렇지요.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쳐요. 그 아이에게 <노래 불러라>라고 강요한다면, 그 애는 놀라서 침묵해 버릴 거예요. 그 애를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그 애가 당신을 버리는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 애를 너무 괴롭히면, 조심해요. 그 애는 당신을 증오할 거예요.

에리돈증오한다고요? 나를!

에글레당신의 태도에 대한 보답이죠. 이번 기회에 거짓 없는 애정의 행운을 차지하세요. 변함없는 사랑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속으로부터 타오르는 심정뿐. 그것만이 변함없이 참사랑을 할 수 있어요. 어떻게 생각해요, 당신이 상자 속에 키우고 있는 새가 당신에게 성실하다고 생각해요?

에리돈아니오!

에글레그럼 그 새가 자유로이 들과 정원을 날아다니다가 그래도 돌아온다면?

에리돈그럼 알 수 있겠죠!

에글레당신을 사랑하는 그 새가 자유의 맛을 알고서도 당신 곁에 돌아오는 것을 바라보게 된다면, 당신의 기쁨은 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당신의 사랑하는 연인이 축제가 끝난 뒤에 춤의 흥분이 가시지도 않은 채, 당신을 찾고 있는데, 단 한 사람뿐인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 곁에 없었기에 즐거움도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그녀의 눈이 말하고 있는 것을 당신이 확인한다면, 그리고 그녀가 맹세한다면, 당신과의 단 한번의 키스는, 천번의 축제보다 더 큰 기쁨이라고 — , 그렇다면 당신은 부러울 것 없지 않아요?

에리돈(감동해서.) 오오, 에글레!

에글레조심해요. 더없는 행운을 가진 자가 자신의 행운을 모른다면, 하느님의 노여움이 타오르게 되죠. 자, 에리돈! 만족할 줄 아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울린 그녀의 눈물이 하느님의 복수를 불러와요.

에리돈춤출 때 모두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 쪽을 누군가가 바라보고, 그녀도 그쪽을 바라보는, 이런 일을 참을 수 있다면. 난 그걸 상상하기만 해도 화가 나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해요.

에글레내버려둬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게다가 키스한다 해도 아무것도 아니지요.

에리돈뭐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키스가?

에글레키스에 무슨 뜻이 있을 때는, 마음속의 감정이 많이 담겨져 있어야 해요. 난 그렇게 생각해요 — . 에리돈, 그녀를 용서해 주세요. 당신이 화난 얼굴을 하고 있으면, 그녀는 어떤 일에도 즐거워할 수 없어요.

에리돈아아, 에글레!

에글레(비위를 맞추면서.) 에리돈, 이제 화내지 말아요! 당신은 좋은 분이에요. 그럼 난, 가보겠어요. (에리돈의 손을 잡고.) 아아, 손이 뜨겁네요!

에리돈혈관 속의 피가 끓어올라요 — .

에글레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어요? 이제 그만하세요! 그녀를 용서했지요? 빨리 가서 알려줘야지. 부들부들 떨면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말해 줘야지. 에리돈은 화나 있지 않다고. 그럼 안심하겠지. 심장은 애정으로 파도 치고, 지금껏보다도 더 열렬히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정겨운 눈으로 에리돈을 본다.) 기다려봐요. 축제가 끝나자마자 그녀는 당신을 찾아올 거예요. 찾고 있는 동안에는 더욱더 그리워지지요. (에글레, 더욱더 정겹게 에리돈의 어깨에 몸을 기댄다. 에리돈, 그녀의 손을 잡고 그 손에다 키스한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을 찾아내지요! 상상해 봐요, 그 순간을! 힘차게 당신 가슴에 그녀를 안고서, 행복에 젖어보세요! 춤추는 처녀는 아름다워라, 볼은 달아서 장미와 같고, 미소 띤 입의 숨결, 파도 치는 가슴에는, 내려뜨린 머리카락을 드리우고, 처녀는 마치 춤출 때처럼 요염한 매력을 몸에 감싸고 달려가네. 피는 끓고 달아오르고, 몸이 흔들릴 때면, 온갖 신경들까지 생명으로 충만해져요. (그녀는 황홀경에 빠진 체하고 에리돈의 가슴에 기댄다. 에리돈, 한 팔로 그녀를 안는다.) 이런 처녀를 보는 기쁨보다 더한 기쁨을 아세요? 당신은 축제에 가지 않으니 이런 감동도 모르겠지요.

에리돈알아요, 에글레! 당신의 가슴에서 그걸 느껴요. (그는 에글레의 목을 껴안고 키스한다. 에글레, 하는 대로 내버려둔다. 그러고 나서 몇 발자국 물러선 다음 야유하듯이.)

에글레당신 그녀를 사랑해요?

에리돈그야 물론! 나 자신처럼!

에글레그런데도 나에게 키스할 수 있어요? 기다려요. 이 거짓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해요. 당신은 불성실한 사람이야!

에리돈뭐라고요? 당신은 도대체 — .

에글레난 사실대로 말하고 있을 뿐. 당신은 나에게 다정하게 키스했어요. 이건 진실이에요. 난 대만족이었어요. 내 키스는 어떠했어요? 당신의 뜨거운 입술은 더하고 싶다고 타오르던데. 불쌍한 아미네, 그녀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에리돈있었다면 그게 어쨌다는 거야?

에글레큰소리쳐도 소용없어요. 큰 봉변을 당했을 거예요!

에리돈그래, 물론 크게 화를 냈겠지요. 제발 비밀을 지켜줘요. 당신과의 키스는 그녀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겠지. 그리고 그녀하고의 키스가 설령 아무리 달콤하다 하더라도 당신과의 키스 또한 달콤하다고 생각해서 안 될 이유는 없잖아요?

에글레그건 그녀에게 물어볼 일이지요.

 

마지막 장.

아미네, 에글레, 에리돈.

 

에리돈아아, 난 어떻게 하지!

아미네그이한테로 가야지! 사랑하는 에리돈! 에글레가 가라고 했어요. 약속을 깨서 죄송해요. 에리돈, 난 축제에 안 가겠어요!

에리돈(독백.) 배반자는 바로 나야!

아미네당신 아직도 화나 있어요? 얼굴을 돌리는 건가요?

에리돈(독백.) 뭐라고 해야 되지?

아미네아아! 작은 과실로 이런 보복을 받아야 하나? 당신이 화내는 건 당연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 .

에글레내버려둬! 이 사람 방금 나한테 키스했단다. 그 맛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어.

아미네키스했다고!

에글레그것도 아주 정답게!

아미네아아! 그건, 그건 너무해, 너무했어! 당신 내가 그렇게 금세 미워졌어요? 어떻게 하지! 날 버린 거야! 다른 여자에게 키스하는 건 변심의 시작이지. 난 당신을 알고 나서부터, 그런 일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어요. 어느 누구도 내 입술을 건드리지 못했어요. 벌금 놀이 때에도 키스 같은 거 해본 적이 없어요. 질투로 마음이 괴로워지는 것은 나나 당신이나 마찬가지, 그러나 나는 당신을 용서할게요. 그러니 제발 이쪽으로 돌아서 줘요! 아아, 불쌍한 내 마음, 이렇게 변호해도 소용없군요. 그이는 아주 화가 났나봐. 그이는 이제 애정을 느끼지 않나봐. 아무리 이야기해도 아무 소용이 없나봐.

에리돈아아, 얼마나 사랑스러운 마음인가! 난 정말 부끄러워!

아미네에글레, 아아 에글레, 네가 내 애인을 유혹했다고!

에글레걱정하지 마, 바보 같으니라고! 에리돈은 네 것이야. 난 그를 잘 알고 있어. 그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고 있는지.

아미네그러면서도 — .

에글레그래, 그런데도 그는 나에게 키스했어. 하지만 말이야, 왜 그게 그렇게 됐는지 네가 알기만 한다면, 넌 그를 용서할 거야. 봐, 저렇게 후회하고 있지 않니!

에리돈(아미네 앞에 무릎 꿇는다.) 아미네! 사랑하는 아미네! 저 애한테 화내 줘! 저 애가 너무도 다정한 몸짓으로, 저 애의 입술이 너무도 가까워서, 난 거역할 수가 없었어. 하지만 당신은 내 마음을 아니까 내 행실을 용서해 주겠지. 이런 작은 즐거움 하나로 내 마음이 당신을 떠나지는 않지.

에글레아미네, 키스해 드려라! 이제 좀 알게 된 모양이야. (에리돈에게.) 즐거움 따위로 당신의 사랑과 이 애의 사랑이 떠나지는 않을 거예요. 바로 그것이에요. 당신 스스로 자신을 판단할 수 있게 됐지요. 알겠지요, 이 애가 춤을 좋아한다 해도, 그건 죄가 아니에요. (그의 말투를 흉내내서.) 춤출 때, 모두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 쪽을 누군가가 바라보고, 그녀도 그쪽을 바라보더라도, 그건 당신도 알다시피 대수로운 일이 아니에요. 이제 당신도 아미네를 두 번 다시 괴롭히지 않겠지요? 그리고 꼭 함께 오겠지요?

아미네함께 가요, 축제에!

에리돈가지 않을 수 없지! 키스가 날 깨우쳐주었어.

에글레(아미네에게.) 키스한 것 용서해 줘. 그리고 질투가 두 번 다시 그의 마음에 찾아오거든, 오늘 이 날의 키스를 회상하게 해줘. 그러면 할말이 없어질 거야. 여러분, 여자를 질투심에서 괴롭히는 여러분들, 여러분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잘 돌이켜본 뒤에, 그래도 투정부릴 수 있다면, 단단히 결심하고 투정을 부리세요.


피장파장― 3막의 희극


등장 인물

여관주인

소피(그의 딸)

죌러(그녀의 남편)

알체스트

급사

 

 

무대는 여관집 내부


제1막

제1장

여관의 식당

 

죌러가 가장 무도회용 옷을 입고 작은 식탁에 앉아 있다. 식탁 위에는 등잔불과 포도주 병, 그리고 술잔이 하나 놓여 있다. 소피가 맞은편에 앉아서 모자에 깃털과 리본을 달고 있다. 여관주인이 들어온다. 무대 안쪽에는 등잔불과 책들, 그리고 잉크병이 놓인 책상이 있고, 그 옆에 안락의자가 놓여 있다.

 

여관주인(죌러에게.)

어느새 또 무도횐가! 이봐 사위, 내 정말 자네의 방탕한 생활에

이젠 진절머리가 나네. 이제 좀 그만 할 때도 되잖았나.

그렇게 내 돈으로 빈둥빈둥 먹고 살려고

내 딸자식을 자네에게 준 건 절대로 아냐.

나도 늙었어, 좀 쉬고 싶었다구,

도움이 필요해서 자넬 불러들인 게 아닌가?

이게 도와주는 건가! 그래, 내 알량한 재산마저 다 탕진하다니!

죌러(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여관주인흥, 노랠 불러, 그래 실컷 불러봐, 나도 한 곡조 들려줌세!

자넨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멍청한 녀석,

술이나 처먹고 담배나 피워대지.

밤새도록 싸다니다, 대낮까지 퍼질러 자고!

자네보다 더 좋은 상팔자가 이 나라 어디 또 있겠나.

그런데 그 괴물 옷소맨 또 뭘 삼키려고 그리 큰 거야

천하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바보 같은 놈!

죌러(술을 마신다.) 장인어른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여관주인오래 살아 뭣하게! 열병이나 걸려 죽었으면 좋겠다.

소피진정하세요, 아버지.

죌러(술을 마신다.) 귀여운 소피, 당신의 행복을 위하여!

소피두 분이 다투는 것만 안 볼 수 있다면 전 정말 행복할 거예요.

여관주인저놈이 달라진다면 또 모를까, 그건 불가능해.

나도 이젠 정말 지쳤다,

하지만 저놈 허구한날 하는 꼴 좀 봐라. 죽어서나 잠잠해지겠지!

못된 놈, 인정머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배은망덕한 놈!

지금 제 놈이 어떤 놈인지도 모르고, 예전에 어땠는지도 생각지 않아.

가난에서 허덕이는 놈 데려다가, 빚까지 갚아줬는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럴 수 있어?

그렇게 고생하고, 후회도 하더니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

역시 망나니 건달 근성은 어쩔 수가 없어!

소피저이는 분명 달라질 거예요.

여관주인지금 당장 달라지면 어디가 덧나냐?

소피아직 젊은 탓이지요 뭐.

죌러맞아, 소피, 우리들 청춘이 사랑하는 것들을 위하여!

(술을 마신다.)

여관주인(격분하여.)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거냐? 내가 이 집에서 도대체 뭐냐?

난 이십 년 동안이나 이 집을 명예롭게 지켜왔어.

그런데 자네는 내가 갈고 닦은 것을 이제 제멋대로

야금야금 다 갉아먹겠다 이거야? 그렇게는 안 돼, 이 인간아,

남의 돈에 손을 대선 안 돼! 설마 그럴 작정은 아니겠지?

난 이미 명성을 누릴 만큼 누렸지만, 여기서 만족할 순 없어.

<검은 곰 여관주인> 하면 온 세상이 다 안다 이 말이야!

내가 그렇게 미련한 곰인 줄 아나, 내 가죽은 내가 챙겨.

이제 이 집을 새로 칠하고, 호텔로 바꿀 거야.

그러면 점잖은 손님들이 몰려오고, 돈도 산더미같이 쌓일 테지.

허나 부지런해야 한단 말야, 그렇게 어리석게 술이나 퍼먹어선 안 돼!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죌러그렇게 되려면 아직도 꽤 멀었잖아요.

지금이야 그저 현상유지나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더 악화되지만 않으면.

도대체 우리 집엘 누가 그렇게 많이 와서 잔다는 거죠? 저 위층 방들도 모두 텅텅 비어 있는데.

여관주인아, 요즘 누가 여행을 한다든? 그거야 할 수 없지,

그리고 알체스트 씨가 홀 옆의 방들을 쓰고 있잖아?

죌러참 그렇지, 그 사람도 손님은 손님이네, 그분은 아주 훌륭한 고객이죠.

그렇지만, 일 분이 육십 개 모여야 비로소 한 시간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알체스트 씨가 여기 있는 이유는 따로 있을 거라고요.

여관주인(기분이 상해서.) 뭐가 어째?

죌러(술잔을 잡으며.) 아, 그런데 말이 나온 김에 말입니다, 장인어른. 파올리1) 장군 만세!

여관주인(다정하게.)

그래 축배를 들게, 사위! 그 용감한 분을 위해.

그렇게 용기 있는 분이 또 어디 있겠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용기를 잃지 않았지.

그래, 나는 내 집 이름을 호텔 드 파올리라고 할 거야.

죌러아 네, 그 간판은 요즘 유행을 따라 잘 지었어요.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저는 속이 상해 죽을 겁니다. —

어쩌다 오늘 신문을 보지 않으셨나요.

여관주인신문이 오지를 않았어. 급사 애를 보내야겠군.

파올리가 왕이 되면, 자네들도 모두 좋아할걸.

내 심장이 기뻐서 마구 뛰는군, 진짜 전장의 총소리라도 들은 듯 말야.2)(퇴장.)

제2장

죌러. 소피.

 

죌러체, 장인어른 기분이 그렇게 나쁜 건 아냐, 신문 보면 다시 나아질 거야.

소피네, 당신이 그저 매번 져드리세요!

죌러내 성질이 이만한 게 장인어른께는 다행인 줄 알라고. 그렇지 않았으면 언제나 그렇게 나를 야단치실 순 없어, 마치 뭐 꾸짖듯 하시잖아 ―

소피여보!

죌러제기랄! 빌어먹을! 나도 다 알아. 내가 일 년 전에 어땠는지.

방종한 건달로 빚더미에 앉아 있었지.

소피여보, 화내지 말아요!

죌러그리고 내가 다른 덴 쓸모가 없을지 몰라도, 당신한텐 필요한 남편이었...